어찌나 심각하면 8시 출근 앞두고 이시간까지 이러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양성평등의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번 티셔츠 사태를 쭉 지켜보면서, 많은 혼란이 생겼습니다.
몇가지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하는데
첫째로 '메갈리아' 사이트와 '메갈리아저장소4' 페이지의 차이입니다.
페이지를 옹호하는 편에 선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메갈리아 저장소4' 페이지는 기존의 메갈리아에서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남혐, 성희롱 등의 범죄나 비인간적인 내용을 배제한 온건 양성평등? 여성운동 자료를 공유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부끄럽게도 찾아보지 않아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일단 그것이 옳다고 가정합시다.
여기서 의문점은 그러면 왜 이름을 메갈리아 저장소로 했을까 하는 점.
뭐 일베에서 똥글은 거르고 애국보수의 내용만 가져와 온건한 페이지를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왜 굳이 이름을 일간베스트로 하냐는거죠
이미 그 모체가 가진 사회적 이미지가 있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와전될 수 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만약 정말 위 사이트와 페이지의 성격이 다르다면, 페이스북은 위해가 되지 않는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폐쇄했을테고 그것에 대한 소송 비용을 모금하는 것이니 티셔츠 구입을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위 '성희롱 여교사' 로 알려진 메갈리아 유저의 소송비용을 후원한다는 카더라가 또 있습디다.
이 역시 찾아보지 않아 확언은 못드립니다만 (죄송하게도 그렇습니다.) 만약 이 같은 일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그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페이지 메갈리아는 사이트 메갈리아와 다르지 않고
남혐과 인신공격, 성희롱, 고인비하 등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니까요.
따라서 첫째 의문은 이렇습니다.
메갈리아 페이지는 메갈리아 사이트와 같은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띄지 않는가?
아니라면 굳이 왜 이름을 같게 하였나? (이것은 뭐 논의의 요지에 굳이 중요한 부분은 아닐수도 있겠습니다만.)
만약 아니라는 결과에 이른다면, 그들이 욕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금의 내용들로 미루어 짐작하기에, 그들 메갈리아의 본 체와 아류는 서로 같은 악행을 저지르고 있어 욕을 먹는것이겠거니 했지요.
그런데 여기서 정의당의 논평을 접하게 되고, 그러면서 좀더 본질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정의당은 메갈리아가 페미니즘의 선두역할을 하고있다는 요지의 논평을 남기고, 이를 철회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저는 평소 정의당을 지지해왔던 사람으로써, 메갈리아의 혐오 및 분란조장에 반대했던 사람으로써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면서 그들의 주장을 고민해봅니다.
메갈리아가 극단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으나, 궁극적인 양성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요악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집니다.
어쨌거나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남녀차별은 존재하고,(일부 역차별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남녀가 동등하지 않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극단적인 방법론 중 하나인데, 결과적으로 저들이 이슈를 만들고 사회 진보를(양성평등 문제에 한해) 앞당길것이다 라는 요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만약 실제 메갈리아가 페미니즘과 아무런 상관이 없고 속칭 '꼴페미' 로 불리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힌 일부 여성들의 왜곡된 불만 표출의 장일 뿐이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이슈를 끌어내는 것으로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인 것이죠.
저 역시 남자이기에 이 주장을 납득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보다 온건한 방식을 통해 양성평등을 쟁취할 수 있을거라 막연히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지성인이고 양성평등은 대화로 이룩할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느릴수는 있겠지만, 온건한 방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점진적으로 양성평등이 이루어져갈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버이연합에겐 아무리 박근혜의 반짝반짝 빛나는 업적을 설명해도 그들이 이번생에 1번외의 숫자에 투표하도록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런 상황일수도 있을까? 라고 역지사지 해보게도 되네요.
그런 상황이라고 하면, 사실 큰 문제인 것이지만, 헬조선이 문제덩어리인건 어제오늘일이 아니고, 더이상 그것 하나로 놀라지는 않을 것 같긴 합니다.
각설하고, 여기서 두번째 의문
현대 사회와 대중의 의식수준이 대화 및 기타 온건한 방법으로 양성평등을 도래시킬 수 없는 상태인가?
만약 이게 아니라고 하면, 굳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오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저 역시 남자인지라(나름 양성평등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역차별은 쉽게 눈에 띄는데 반해
여성이 얼마만큼이나 알게모르게 차별받고 있는지 실제적으로 체감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그래서 이 판단 역시 보류.
그리고 다시 돌아가서
만약 저게 맞다면, 대화로 해결해서는 이번생에 도저히 양성평등의 페어섹스토피아를 맛볼 수 없다면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됩니다.
그럼, 이는 이제 결과적 선을 위한 과정의 필요악을 용인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되겠지요
온갖 혐오를 동반한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사회 운동이
양성평등이라는 가치의 실현을 위해 용인될 수 있는가 말이죠
혹자는 결과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의 옳지 못한 일은 용인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을겁니다.
어쨌든 폭력을 자행하고 있고, 폭력은 나쁜거니까 그렇다고 하면
그것은 흠이 없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악을 자처해 의도적으로 어그로를 끌고 그렇게 만들어졌다 할지라도 사회 이슈를 만들고 갈등을 겪어야 진일보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그렇다고 하면 거시적 관점에서 메갈리아의 폭력. 그 자체의 옳고 그름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요.
어쨌든 프랑스 혁명은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그 결과로 민주주의를 앞당겼으니까요
이쯤되자 결론내길 포기하게 됩니다
어쨌든 이번 일에 대해 대다수 오유저들은 메갈에 취하던 기존의 태도를 고수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해보신적은 있으셨나요?
혹 그렇다면 어떤 의견들을 가지고 계실지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로 당신의 판단을 뒷받침하실지 기대가 됩니다.
저는 정말 모르겠어서 글을 쓰고 있으니
"난 정말 그르다고 생각해 왜냐면"
"난 정말 옳다고 생각해 왜냐면"
등등의 다양한 이야기와 주장이 만나는 멋진 콜로세움 기대해봅니다.
(분란조장 아닙니다. 근거를 무기삼아 논리로 적을 베는 지식인의 콜로세움을 말합니다.)
부디 많은 생각 나누시어 이 어리석은 미생의 지적 비만도를 높이는데에 도움을 주시길.
아침에 오겠습니다. 좋은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