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보면서 지금 정말 당혹스럽고 경악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조차도 하기가 힘드네요.
저는 작가 지망생입니다. 만화 쪽은 아니고 글 쪽이지만 작가가 되길 바라고 있고 노력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쓰고 싶은 작품이 역사 쪽(국사나 기타 세계사 등은 아니고 실제 역사를 참고해서 창작)이라 그 쪽 공부도 많이 하고 있고, 무엇보다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방법이라던지 자연스러운 묘사, 전개 등을 끊임없이 보며 저 자신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슬럼프가 와서 글을 못 쓴지 좀 됐지만...
저는 제 글에 대해 걱정이 굉장히 많아서 오픈된 커뮤니티엔 쓰질 못했습니다. 혹여나 있을 비난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인 블로그에만 썼었는데 어느 날 한번 제 친구에게 봐 달라고 요청을 했었습니다. 그 친구는 다 읽고 조마조마해하던 저에게 말을 했지요. '내용은 나쁘지 않은데 서술 방식이 좀 딱딱한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보고 평가해주길 요청한 건 아직까지는 그 친구 한 명 뿐인데 저는 이 말을 몇 년이 지나서도 계속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용이 나쁘지 않다는 것에서 일단 안도했지만 그 내용이 딱딱하게 쓰여져 있다는 건 제 역량이 미달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좀더 부드럽게, 좀더 자연스럽게 쓸 수 있을까 하고 계속 다른 책을 읽어가면서 혼자 연구 중입니다. 글은 지면에 나타내기는 그림보단 쉬울 지 몰라도 '잘' 쓰기엔 그림과 동등한, 혹은 더 높은 기교를 필요로 하죠. 저는 제 미숙함을 알고 계속 노력 중입니다. 언젠가는 잘 됐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요.
그런데 이 단 하루 동안 나름 프로라는 사람들이 독자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걸 보고 정말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저는 수년 전 단 한 명의 독자에게서 들은 평을 감사하게 여기고 아직까지도 마음에 새기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야 나 자신이 더 발전할 수 있고 나중에 혹시 독자가 더 생기면 그들이 기뻐할 수 있고 그럼 나도 기뻐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 단 하루 동안, 저는 저보다 기교가 낫다고 생각해 우러러 보고 있던 작가들이 가면조차 쓰지 아니하고 저런 발언을 하는 걸 보고 굉장히 놀라고 분노했습니다.
아마추어 축에도 못 드는 저도 단 한 명의 독자를 감사히 여기고 그의 평을 계속 되뇌이며 살고 있는데 프로라는 이들은 뭡니까? 창작물을 생산하는 입장에서나, 저들의 작품을 본다는 독자로서의 입장으로나 정말로 이해가 안되고 어떻게 저런 말을 지껄일 수 있는지 분노가 치밀어오르지 않을 수가 없는 발언들입니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이들은 여물지 안 여물었는지는 둘째치고 일단 절대로 고개를 숙인 건 아니라는 게 확실하네요. 평소에 자신들의 독자를 얼마나 개돼지로 여기고 있었으면 저런 똥배짱 가득한 태도로 독자를 대할 수 있는지 참으로 경악, 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들은 분명히 자신의 기술에 대한 기교는 비교적 뛰어나다는 게 맞습니다. 동그라미도 제대로 못 그리는 저를 비교해 보면 이들은 월등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윈스턴 처칠이 말한 바, 달걀을 낳은 적이 없어도 그 달걀이 신선한지 신선하지 않은 지를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논리적 오류가 '그럼 니들이 해봐'죠. 말이 안 되는 논리입니다. 그렇게 하면 정치에 대한 일반 대중의 비판도 제기되어선 안 되는 것입니다. 권한이 있는 사람끼리 의견을 조율하는 건 적어도 평범한 대중보다는 정치가가 잘 하겠죠. 하지만 우리는 그런 능력이 부족할 지라도 그들에 대한 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비록 글과 그림에 대한 솜씨는 저들보다 떨어질 지 몰라도 그들을 얼마든지 비평할 수 있죠. 비단 기술적 기교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당연한데 저들은 생산자이고 대중은 소비자입니다. 소비자가 생산자를 맘에 안 들어서 불매운동 하는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생산자는 소비자를 보이콧할 수 없습니다. 웃기는 얘기죠. 주객이 전도되는 얘기입니다. 생산자가 그나마 할 수 있는건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센츄리온 같이 자신들의 기준에 드는 VIP들 대상으로 초대를 해 가입을 할 수 있게 해주거나 선착순 몇명을 대상으로만 판매하는 프리미엄 한정판 상품 등 밖에 없는데 이것도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할 수나 있는 일입니다(물론 이게 생산자의 소비자에 대한 보이콧이라고는 절대 할 수 없음. 오히려 프리미엄 전략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더 부추기는 전략). 앞에 예를 든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센츄리온은 연간 카드 지출 금액 최소 25만 달러, 가입비 7,500달러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고 카드사 측에서 자신들이 선별해서 초대장을 보내서 가입시켜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위에 트위터로 인생을 낭비한 자들에게 이런 정도의 가치가 있나요? 전 딱 잘라서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바로서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 게 독자인데 독자를 저따구로 취급하는 자들에겐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신들이 그 자리에 어떻게 있을 수 있는지를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우매한 자들이 오히려 저들입니다. 저 같으면 저에게 말하는 모든 사람을 잠재적인 독자, 수요층으로 보고 그들을 감히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물론 인신공격이나 그냥 욕설 같은 건 그냥은 못 넘어갈 지도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일단 제가 작가라면 제 쪽에서 먼저 독자들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는 걸 항상 전제하겠습니다.
더 웃기는게 이 사태의 폭풍의 핵인 성우도 그렇고, 가장 큰 논란을 처음에 일으킨 아메리카노 엑소더스의 작가도 그렇고 그들의 기교의 주 수요층은 남성입니다. 물론 세상에 절대적인 건 없지만 적어도 여캐를 지지하고 그 컨텐츠를 소비하는 건 대부분 남자입니다. 남성향/여성향 이라는 분류가 왜 있겠나요. 주 수요층이 어딘가에 따라서 붙은 분류 아닌가요? 그런데 저들은 자신의 주 수요층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올리진 못할 망정 적이라고 선포한 거나 다름없는 발언을 했습니다. 최소한 저들이 직접적으로 메갈이 하는 폭언을 한 건 아니라고 쳐도 그들을 지원한 시점에서 그들과 같은 궤를 달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지 않습니까? 주식을 사면 그 주식이 이득을 내면 나도 이익을 보고 망하면 나도 망하는 거랑 비슷한 거죠. 게다가 메갈은 일반적인 단체가 아니라 남성혐오와 여성우월주의를 진짜 공식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사이비 극우단체인데 말입니다. 이쯤 되면 몰라서 그랬다는 건 면피성 회피고 그냥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정보교류가 빠른 현대 사회에서 무지는 곧 내 목숨줄을 끊는 칼날과 같습니다. 옛날에도 몰라서 그랬다는 건 통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통념과 인식과 상식이 존재했고 모든 행위가 그 틀 안에서 벌어졌으니까요. 더욱이 지금은 개인 1인당 소형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시대입니다. 일반적인 상식 같은 건 곧장 검색만 해도 대강 그 개요를 알 수 있게 된 사회라는 것입니다. 이런데 메갈은 잘 모르고 활동도 안했지만 나쁜 곳은 아니다 라는 말을 하는건 그냥 내가 이렇게 똥멍청이다! 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것과 다름없죠. 게다가 어린이, 청소년도 아니고 성인이라면 무엇에 대해 평하기 전에 먼저 알고 해야 한다는 건 상식으로 깔고 간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 윈스턴 처칠도 그 달걀의 상태를 가늠할 객관적인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한 거지 그냥 말한 게 아닙니다. 성인이라면 자신의 행동과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는 게 상식인데 상식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본인의 몸과 마음으로 뼈저리게 그 대가를 치뤄야지.
저는 이 일을 보며 처음엔 메갈의 페미나치 짓거리를 중점적으로 비판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 제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게 토양이 되어 준 독자들을 매도하고 우롱하는, 작가라는 말이 아까운 자들입니다. 이들은 담배와 같습니다. 담배는 수요층 한정으로 피우면 기분은 좋게 해줄 지언정 그 수요층에게 독을 심어주죠? 담배는 재배할 때도 그렇습니다. 담배는 지력을 굉장히 많이 소모하는 식물이라 담배 농사를 한 땅은 적어도 몇 년간은 다른 작물을 재배할 수 없습니다. 심하면 아예 농사를 못 짓게 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자신을 길러 준 토양을 죽이는 겁니다. 이 자들도 똑같습니다. 자신을 틔워 준 독자들을 배반하고, 독자들의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깊게 냈으며, 그렇기 때문에 절대 용서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러는 걸 보니 적어도 어디 의지하는 데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그럼 지금까지 당신들을 길러준 대부분의 독자에게 버려지고 거기 가서 비비면 되겠죠. 저 자신감은 아마 저들 중 한 명이 말했듯이 '그래도 니넨 내거 볼 수밖에 없잖아?'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어차피 니들 아니라도 잘 하는 사람들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되겠고요. 물고기가 물을 떠나면 물이 죽습니까? 물고기가 죽지.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이 바닥에서 퇴출되고 님들 RT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서로 부둥부둥하고 노시길 바랍니다. 당신들은 프로 의식도 없고, 기본적인 상식도 없으며 윤리도 없는 자들입니다. 대체재 엄청 많은데 굳이 님들거 안 봐도 넘쳐날 정도로 잘들 살 수 있습니다. 이제 그만 밖으로 분뇨 뿌리지 말고 트위터 안으로 꺼져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하는게 더 이득일 것 같으니까 그렇게 하는거 아니에요? 그럼 님들 판단대로 개썅마이웨이 잘 하시면 될 것 같네요. 당신들에게 할 말은 여기서 줄입니다. 당신들을 보면서 동경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부디 다시는 안 봤으면 좋겠어요.
이번 일로 제가 알게된 건 작가라는 인간들이 제 상상 외로 엄청난 선민사상에 찌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가장 크네요. 그것도 고만고만한 인간들이 말이에요. 정말 탑급 작가들은 한 마디도 안 하고 있는데 가장 불안한 대지 위에 서 있는 자들이 그래도 조금 위에 서 있다고 팔 뻗으면 바로 닿을 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너희들이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개돼지로 보고 있는 것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역시 어딜 가나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자들이 제일 극성이네요. 저는 이들의 행태를 기억 깊숙히 새겨서 훗날 만약 제가 작가가 되어 저런 위치에 선다면 저들과 같은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아야겠다고 맹세를 해야겠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가장 편안할 때가 사실 가장 위험한 상태인 법이니까요. 한순간의 방심이 어디까지 인간을 끌고 가나 또다시 절실히 깨달은 일입니다. 작가 지망생으로서, 적어도 인간으로서 저들처럼은 되지 말아야겠지요.
저는 단 한 분의 독자분이라도 환영하고, 좋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