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보험쟁이입니다.
게시물ID : soju_524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공식빵
추천 : 3
조회수 : 55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7/20 21:57:34


오늘은 그냥 속상해서 술 한 잔하고 여기 글을 남기게 되었네요.

 

제가 보험일을 시작하게 된 건 어머니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글을 쓰던 글쟁이였어요. 보험에 대해서는 별로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이쪽 일은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작년, 어머니가 간경화 말기라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병원을 안 다니시던 어머니가 그런 판정을 받은 건 제게 꽤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판정을 받은 날은 저와 어머니 둘이 병원에 들렸는데, 그때 의사선생님이 저를 따로 부르셨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드님, 어머니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간이식을 하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당시 저는 간이식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도 몰랐고, 저의 누나와 이야기했습니다. 누님은 제게 1억이 든다고 했고, 저와 누나는 서로 말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저희는 어머니의 치료보다는 상태유지 쪽으로 의사선생님과 합의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치료비는 제가 아닌 결혼하신 누님과 퇴직하고 경비를 하시던 아버지의 몫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한심스러워서 작가의 길을 포기하고, 돈 벌 수 있는 것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보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험은 영업의 꽃이라며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저와 친한 형을 통해서 보험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를 통해서 어머니가 보험으로 충분히 간이식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가입하신 보험 증권을 확인하였습니다. 거기에는 암진단금(어머니는 이후 암으로 진행되셨습니다.), 5대장기 이식 수술비, 입원비, 실비, 수술비 등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고지의무 위반. 저희 누나가 실비라도 청구해보기 위해서 진단서를 청구했는데, 보험회사에서 조사가 나왔고, 사소한 걸로 걸고 늘어지며 누나를 겁줬습니다. 누나는 지레 겁먹어 보험료를 더 이상 내지 않았고, 보험은 실효상태가 되었습니다.

 

누나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은 저는 굉장히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더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뒤늦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제가 만약 좀 더 빨리 이 일을 했더라면 결코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후회했습니다.

 

저희 집은 어머니의 치료비 때문에 집이 좀 많이 기울었습니다. 저는 지금 최선을 다해서 집을 다시 살리려고 노력중이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네요.

 

제가 가장 많이 화가 나는 건 어머니의 치료비도 아니고 과거의 보험 가입도 아닙니다. 어머니가 제게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 가장 화가 납니다. 누군가 제게 이 일을 왜 하냐고 묻는 다면 저는 누군가의 어머니 입에서 그깟 돈 때문에 미안해란 말이 안 나왔으면 해서 이 일을 합니다, 라고 합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좋은 보험쟁이들이 많습니다. 약관을 잘 보는 보험쟁이도 많고 고객을 대신해서 보험회사와 싸워주는 보험쟁이도 많습니다. 그냥 상품 파는 샐러리맨들도 있겠지만, 자신의 고객 관리를 위해 새벽에도 전화 받고 나가는 보험쟁이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는 그냥 그렇습니다. 단순한 실비청구도, 진료도, 주변에 있는 보험쟁이한테 물어보고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잘 모르는 설계사들도 더러 있겠지만,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는 설계사가 여러분 주변에 한명쯤은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보험은 보험쟁이에게 물어보는 것이 여러분들이 인터넷을 찾아서 아는 것보다 확실하고 안전합니다.

 

이번 주 내내 펑크 난 약속만 5개째네요. 전화도 안 받아주시고. 아직도 보험에 대한 인식은 많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속상하네요. 하하.

 

여러분들이 뉴스에서 보는 보험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들은 다 따지고 보면 설계사의 능력 때문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술기운이 점점 올라오네요.

 

맞춤법 안 틀리고 잘 써보려고 애 쓰는데 잘 안 되네요. 아무튼, 저는 내일도 아침에 일어나서 보험의 인식 개선을 위해, 또 다른 가족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할 생각입니다. 여러분, 제발 조금만 마음을 열어주세요. 거절당해도 좋고 욕먹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피하지만 말아주세요. 정말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출처 술기운...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