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엄마랑 저희들이 앞에 있긴 하지만, 아빠한테 1순위는 항상 할머니 할아버지셔요. 그리고 효심도 무지무지 지극하세요. 아빠 친구분들은 엄마한테 "이 친구 엄청난 효잔데, 시집살이 힘들지 않으세요?" 하고 물으시지만... 엄만 나름 잘 살고 계세요ㅎㅎ
매일 아빠가 조부모님께 전화드려요. 할머니가 며느리 안부전화는 왜 없느냐고 역정을 내시면 아빠는 "엄마 나는 목소리 듣기 싫어..? 왜 며느리만 찾아 맨날.. 아들 서운해..." 하십니다.
한 달에 1~2번씩 아빠가 할머니댁 가서 대청소하고 요리, 빨래, 장보기 싹 하고오셔요. 집에서 노는 며느리 안 시키고 왜 네가 오냐고 할머니가 화 내시면 "내가 엄마랑 시간 보내려고 온거야~ 우리 엄마아빠 고생했는데 이제 호강해야지. 누워서 쉬고 있어 엄마." 하십니다.
용돈은 꼭 엄마가 할머니께 드리도록 합니다. 돈 버는 아들에게 왜 경제권을 안 주냐고 화내시면 "경제권 나한테 당연히 있지~ 근데 엄마 며느리가 계속 용돈을 안 쓰고 모아놨다 엄마 드리네." 하십니다.
명절 땐 할머니댁 가자마자 열심히 제사음식 만드시고 청소하고 하십니다. 내 아들 일 시키고 며느리는 논다고 역정내시면 "엄마. 이건 비밀인데. 나 사실 집에선 물도 마누라가 떠준다? 근데 엄마 집에 오면 엄마가 너무 안쓰러워서 계속 이것저것 하게 돼. 엄마는 안마의자 앉아서 편히 쉬세요 아들 덕 좀 봐야지~" 하고 소근소근 하십니다. (실제로는 아빠 가사일 열심히 도우십니다ㅠㅠ)
할아버지 아프셔서 입원하셨을 때, 할아버지는 엄마가 간호하길 바라셨지만 아빠가 매일 퇴근하고 찾아뵈 병수발을 드셨어요. 그 때도 "지금 하는 효도가 마지막일까봐 그래... 내가 할래. 조금이라도 아빠랑 시간 더 보내고 싶어." 하셨죠.
늘 말은 저렇게 하셔도 사실 아빠는 거의 매번 엄마편을 드십니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자주 서운해 하시는데, 아빠가 말을 이렇게 하니까 마음이 풀린다고 하십니다.
아빠 말씀은 절대 아부가 아닙니다. 아빠는 진심으로 효심이 지극하세요. 늘 애틋하고, 죄송스럽고, 살아계실 때 잘 해드리고 싶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시는 겁니다. 엄마 고생을 대신 하려는게 아니라요.
저희 조부모님, 아빠가 매번 효도 직접 하시는데도 매번 엄마께 대리효도를ㅡㅡ; 요구하셔요. 근데 제가 보기엔 할머니 할아버진 바뀌실 가능성이 없어요. 평생을 며느리 부려먹는 문화 속에 사셨잖아요. 하지만 아빠가 무리한 요구 중간에서 다 막고, 효도는 기가 막히게 직접 다 하시니까 고부갈등이 거의 없습니다.
아빠는 이렇게 저희 가족의 평화를 지키시고, 제게 효심과 사랑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리고 엄마에게도 아주 헌신적이세요. 저는 아빠를 보며 내 남편과 우리 부모님께 어떻게 해야 할지 항상 배웁니다.
흔히 효자 남편은 안된다고 다들 말씀하시는데, 저희 아빠 같은 셀프효도남편은 정말 최고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미래에 효녀 아내가 될 겁니다. 물론 0순위는 제 남편이겠지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