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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대축구는 왜 수비수에게 '빌드업'을 요구하는가
게시물ID : soccer_1606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비친실바
추천 : 5
조회수 : 95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7/17 17: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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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축구는 '훔멜스,보누치,보아텡' 과 같은 빌드업에 특화된 수비수를 갈수록 높게 평가한다. 이 들이 수비적 능력에 엄청나게 특출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월드클래스 수비수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빌드업'에 있다. 이탈리아는 보누치를 중심으로 롱패스 위주의 축구를 펼쳤으며, 독일은 훔멜스와 보아텡을 활용한 공격적인 빌드업을 보여주었다. 비단 이 선수들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최근 한 수비수가 이적했을 때 그 선수의 빌드업 능력에 대해 묻는 질문이 많아진 것으로 보아 수비수의 빌드업에 관한 평가는 상당히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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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현대축구는 수비수에게 빌드업을 요구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끌어내기 위해선 타임머신을 타고 조금 멀리 이동해야할 필요가 있다. 브라질의 4-2-4 전술과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가 주를 이루던 1960년대와 1970년대 사이 어느 때 즈음으로 가보자. 남미의 국가들이 선수들의 테크닉을 기반으로 4-2-4 전술을 펼칠 때, 유럽의 국가들은 이를 막기 위해 극단적인 수비전술인 '카테나치오'를 중용했다. 아약스의 감독 네덜란드의 '리누스 미헬스'는 그런 수비축구와는 상반된 축구 철학을 가지고 있었으며, 유럽인들에 맞춘 공격적인 축구를 원했다. 


그렇게 생각해낸 것이 높은 지역에서의 수비였다. 기존의 축구에서 수비란 자신의 진영에서 하는 것이었고, 수비를 하려면 후퇴 움직임을 반드시 가져가야 했으며, 수비가 끝난 후 공격시에는 볼을 다시 운반해야 했다. 미헬스는 이 고정관념을 완벽히 깨트렸다. 오프사이드 룰을 적극 활용하여 높은 지역에서의 수비를 택했고, 이는 후퇴할 필요성도, 볼을 다시 운반해야하는 상황도 모두 없애는 데 성공했다. 이 것이 초대 '토털풋볼'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토털풋볼에게는 문제점이 존재했다. 끊임없이 행해야하는 압박에 체력소모가 컸고, 이를 줄이기 위해선 지속적인 패싱으로 체력을 안배해야했는데 그 당시 선수들의 기술적인 측면으로는 완벽히 실현하기 어려운 축구였다. 무엇보다 체계적이지 않은 압박으로 인해 빈 공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실점 위기를 자주 초래하게 되면서 미헬스의 토털풋볼은 주류가 되지 못한 채 잊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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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축구의 대세는 공격축구였다. 미드필더 싸움이 중요해지고, 양 측면 윙백의 공격가담이 특징으로 자리잡으면서 대부분의 축구 경기들은 공격적인 모습을 띄었다. 이탈리아만 빼고. 쓰리백을 사용하는 다른 팀들에 비해 이탈리아의 팀들은 윙백을 보다 수비적으로 사용했다. 실질적으로 3-5-2의 모습보다는 5-3-2의 가까운 형태였고, 카테나치오라는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이 쯤에서 전술적으로 너무도 유명한 감독인 '아리고 사키'가 등장한다. 아리고 사키는 수비에만 치중하는 이탈리아가 잘못된 흐름을 타고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어릴적 깊은 인상을 받은 '토털풋볼' 을 이탈리아 것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아리고 사키는 어떻게 하면 압박을 효과적으로 해내고 그 이후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재개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팀 자체를 하나로 보는 것. 즉, 팀 단위의 압박었다. 기존 미헬스의 토털풋볼은 공을 빼앗는 것에 중점을 둔 압박을 추구했다면, 아리고 사키는 공간 자체를 막아세우는 압박을 택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사키의 공간을 막는, 그러니까 팀이 팀을 압박하는 형태의 축구는 체계화되어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팀이 사용하게 되었다.


압박의 발전은 공격하는 지역과 수비하는 지역의 경계선을 무너뜨렸다. 자기진영에서 전진을 위해 상대 수비를 뚫어야할 수도 있고, 상대 진영에서 상대를 막아세워야할 수도 있다. 단순히 공격과 수비의 반복이었던 이전의 축구와는 달리 압박의 발전은 공격과 수비 사이에 '공의 이동' 과 '방해' 라는 단계를 형성시켰다. 이전의 축구가 상대의 공격을 막아선 후에 공격으로 바로 전환했다면 현대 축구는 수비를 성공했다 할지라도 안심할 수 없다. 중원을 넘어 상대진영까지 볼을 운반해야 비로소 공격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 볼을 운반하는 과정, 이 과정을 우리는 '빌드업' 이라고 말한다.


자기 진영에서 중원 혹은 상대 진영까지 공을 운반할 수 있는 빌드업의 종류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짧은 패스를 통한 방법롱패스(낮게 깔아차는 패스와 공중으로 띄우는 패스 모두를 포함한다)를 통한 방법, 그리고 드리블을 이용하는 방법. 드리블 같은 경우에는 수비수가 행하기에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므로 제외하면 남은 방법은 짧은 패스와 롱패스로 추려진다.



짧은 패스는 다들 알다시피 공격권을 확보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지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성공률 자체가 높고볼 소유에 용이하다. 다만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 것도 아주 크게. 짧은 패스로 볼을 운반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다른 방법에 비해 속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상대의 압박에 둘러쌓여 보다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허용할 수 있다. 필자는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은 수비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공을 안전하게 지켜서 중원까지 빌드업하는 그 과정은 상대가 공격을 못하게끔 막아 세우는 일종의 수비이며, 이에 안정감 있는 운반을 위해 수비수들에게도 빌드업 능력을 바라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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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의 강도가 거세짐에 따라 롱패스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추세다. 여기서 말하는 롱패스와 볼을 단순히 걷어내는 것은 분명 다르다. 롱패스는 앞 쪽의 공격수를 바라보고 타 빌드업 과정을 생략한 채 볼을 운반할 수 있는, 비교적 속공에 가까운 방법이다. 리스크가 적다. 성공시 메리트는 그 어떠한 방법보다도 크다. 단 한 방의 패스로 상대 진영에 도달할 수 있으니 말이다. 대신 조건이 까다롭고 성공률이 낮다롱패스가 가능한 수비수가 있어야하며, 포스트플레이를 할 수 있는 공격수가 있어야 한다. 어설픈 롱패스는 상대에게 그저 공격권을 내주는 행위에 불과하기에 특정 상황이 아니고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빌드업은 유연하게 이루어져야한다. 상대가 무척이나 강하게 압박을 가한다면 롱패스를 선택할 수 있어야하고, 조금 느슨하다 싶으면 짧은 패스를 통해 안정적인 지공형태를 가져갈 수 있어야한다. 자기 진영에서 이런식으로 빌드업의 유연성을 부여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수비수에게 패스에 대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미드필더들의 힘 만으로 현대축구의 체계화되고 강력해진 압박을 견디기에는 무리다. 공격수들이 내려와서 빌드업을 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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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축구에서 자주 이용되었던 'WM' 전술에서의 수비수는 수비만 할 뿐이었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가 주를 이룰 때에는 '리베로' 라는 포지션이 탄생하며 전체적인 수비조율과 커버를 담당했다. 이탈리아의 '리베로'가 한층 발전하여 서독의 '리베로'는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도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미헬스와 아리고 사키의 영향으로 압박이 체계화 된 현대축구에서는 수비수에게 미드필더의 롤을 일정부분 요구하고 있다. 과거 축구의 발전에 따라 수비수에게 더 많은 롤을 부여했듯 오늘날의 축구에서 역시 수비수에게 더더욱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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