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
"쯧."
가볍게 혀를 차본다.
눈앞에 진열해놨던 마네킹이 금세 옷을 갈아입는다. 뜬금없이 나에게 생긴 초능력! 그건 바로 마네킹이나 인형의 옷이 혀만 차면 나랑 뒤바뀐다는 것.
물론, 범죄에 활용할 방법이야 무궁무진 하다만, 요즘 CCTV가 없는곳이 그렇게 많은것도 아니고, 비싼옷이 있는곳은 보통 CCTV가 있는곳 일텐데.
무엇보다 나는 귀찮음이 욕심보다 더 커서 굳이 그런 수고를 들일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다.
뭣하러 그렇게 심장 쫄리는 짓을해?
그래서 내가 보통 하는 일은 내가 차린 옷가게의 마네킹의 옷을 쉽게 탈바꿈시키는 일이다. 마네킹 옷입히는게 의외로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 나로써는 잘된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능력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몰라도, 깨닫게 된 계기는 굉장히 어이 없었다.
작년에, 집에서 목욕하고 나오자 마자 TV를 켰는데, 대통령의 담화가 생방송으로 나오고 있었다. 하도 문맥도 안맞고 별 외계어 같은 말을 하고 있는 대통령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쯧! 하고 혀를 차자 마자 TV화면속의 대통령은 어느새 자기 알몸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채로 계속 말을 하고 있는것이었다! 게다가 아무런 동요도 없어보였고,
관중은 침묵.
카메라도 침묵.
한동안의 패닉이 이어졌으나, 미동도 없는 대통령.
계속 어이없는 말만 늘어놓는 대통령.
당황한 주변 사람들이 끌어내리려하고 카메라도 아래로 내려놓고 아비규환이 펼쳐지는 가운데, 팔을 잡아끄는 모습이 보이고,
그 팔이
똑!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깔끔하게.
뭐, 뻔하긴 했지. 그런게 사람일리가 없었지만. 그 후에 어떻게 되었냐고 물으면....,
지금 입고 있는옷이 이번 대통령이 입었던 옷.
이거면 대답이 되었겠지.
출처 |
미숙한 필력, 미숙한 상상력
아, 가상의 나라입니다. 어느나라라고는 안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