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열전(蘇秦列傳)
진(秦)나라가 중국천하를 통일해나가던 시기.
그때는 이미 진나라가 중국의 가장 힘센 나라가 되어 나머지 나라를 압박하고 있던 시기이다.
진나라에 바짝 붙어있던 삼진은 이미 피폐할대로 피폐해 있고 조금 거리가 떨어진 초.제.연 3국은
그나마 아직 완전히 기울지는 않았지만
이미 천하의 대세는 진나라로 기울어 말하자면 1강6약의 시기라 할수 있었다.
진을 제외한 여섯나라는 어찌하면 진나라의 폭압을 견뎌낼까 전전긍긍하던때이니
이때에 소진이 나타나 천하의 여섯나라를 합종(合從)으로 연맹하게하여 진나라의 침략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그리하여 진나라의 병사가 여러햇동안 함곡관 동쪽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였으니
그공이 실로 크다하지 않을수 없다.
이에 소진의 공로를 찬하여 소진열전을 써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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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국상인(六國相印)
소진(蘇秦)은 동주의 낙양 사람이다.
일찌기 귀곡선생에게 학문을 배웠다.
그가 귀곡선생의 문하를 떠나 고국으로 돌아왔을때는 거의 거지의 몰골이었다.
그는 주나라 주현왕에게 가서 벼슬을 하려 했으나 그때에 주나라는 이미 국력이 기울어
미미한 나라였고 왕 주변의 신하들도 소진의 등용을 반대 했기때문에 소진은 주나라에서 등용되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했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형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과 세간살이를 모두 팔아 진(秦)나라로 유세길을 떠났다.
그러나 진나라에선 당시 효공이 죽고 진혜문공이 즉위하여 상앙을 막 죽인 뒤였으므로 유세객들을 몹시 미워하였다.
그래서 소진은 가진돈을 다 탕진하고 마부와 마차까지 팔아 고향으로 돌아왔다.
소진이 집에 돌아왔으나 형수는 욕설을 퍼부으며 밥도 주지 않고, 소진의 아내마저 짜던 베틀에서 내려오지도 않고 아는척도 하지 않았다.
소진은 집에서 눈칫밥이나 먹으며 또다시 허송세월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심심해서 집에 싸여있던 책을 뒤적이다가 예전에 귀곡선생이 특별히 내린
태공음부편(太公陰符篇)이란 책을 보게 되었다.
그책을 본 소진은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소진은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박혀서 이 태공음부편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일년여만에 그 책의 오묘함과 무궁무진한 이치를 터득하였다.
그는 소대.소려 두 동생을 불러놓고 자기가 음부편을 공부한것을 설명하고 다시 천하에 나가 출세를 해볼테니 자금을 대 달라고 사정했고
형의 노력에 감동한 두 동생은 자기들이 갖고 있던 황금을 내주어 소진이 다시 천하에 유세할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에 소진은 다시 진나라로 들어가서 혜문공을 만나려다가 생각을 바꾼다.
"지금 천하에 가장 강한것은 진나라이다. 내가 진나라를 돕는다면 진나라가 제업을 이룰수 있겠지만
진나라가 나를 써주지 않는다면 그때는 다시 고향에 돌아갈 면목도 없을것이다.
그러니 나는 진나라를 배척하는 운동을 벌여 천하 모든나라를 단결시키면 진나라는 자연히 고립될것이다."
생각을 마친 소진은 이에 방향을 바꾸어 조나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그때 조나라 임금 조숙후의 동생으로 정승자리에 있던 봉양군은 소진의 유세를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여 그를 등용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소진은 또다시 북쪽 연나라로 향하게 되었다.
소진은 연나라에 당도 하였으나 연줄이 없어 연나라 임금을 만나지 못하고 일년여를
허송하여 또다시 밥을 굶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소진은 연나라 임금 연문공이 사냥을 나간다는것을 알고 임금의 행차를 기다렸다가 그 앞으로 뛰어들어 임금을 만나게 해달라고 청하였다.
소진의 이름을 들어 알고있던 연문공은 소진을 반겨 인사하고 사냥가던 행차를 돌려 즉시 궁으로 돌아갔고
신하를 보내 소진을 궁으로 초청했다.
당시 강국인 진나라가 연나라에게 땅을 떼어 바치라고 하던차에 이를 고민하던 연문공은 소진에게 이를 어찌하면 좋을지 물었고,
소진은 천하를 하나로 묶어 동맹하고 연합해서 진나라와 대적하면 천하의 무서운 진나라도 어쩔수 없을것이라고 설파하여 연문공을 설득한다.
그리하여 연문공은 소진에게 천하를 하나로 묶을 임무를 주고 황금과 비단을 하사하고
네필의 말이 끄는 좋은 수레를 내주어 소진이 조나라를 설득하러 떠나도록 하였다.
이때에는 소진을 싫어하던 조나라정승 봉양군이 죽은 후였는데
소진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조숙후는 계단아래까지 뛰어내려와 소진을 맞이하였다.
소진은 조숙후에게 열국의 형세와 강약을 설파하고 조나라가 진나라와 혼자 대적해서는 이기지 못할것이라 설명한 후에 천하의 땅을 합하면 진나라보다 훨씬 크고 열국의 군사를 합하면 진나라보다 열배는 많다 고 하여
역시 천하열국과 동맹하는길만이 조나라를 보존하고 진나라의 공격을 막아낼 방법이라고 설명하는등 천하대세를 이야기 해주었다.
천하의 땅을 합하면 진나라보다 훨씬 크고 열국의 군사를 합하면 진나라보다 열배는 많다 고 하여
역시 천하열국과 동맹하는길만이 조나라를 보존하고 진나라의 공격을 막아낼 방법이라고 설명하는등 천하대세를 이야기 해주었다.
조숙후는 소진의 말에 감명을 받아 그의 계책을 따르기로 하고 조나라 정승의 인수를 내려
소진을 조나라 정승으로 삼고 천하의 열국들과 회합하여 맹세하고 동맹을 맺을것을 약속했다.
조숙후는 소진에게 좋은 집을 하사하고 많은 황금과 예물을 주어
앞으로 모든 나라를 연합시키는 사명을 주고 그 연맹의 의장이 되줄것을 부탁했다.
그런데 그때 진나라가 조의 이웃인 위나라를 공격하여 위나라군사 사만오천을 죽이고 하북의 성 열개를 빼앗은후에 군대를 돌려 조나라를 공격하러 올것이라는 첩보가 들려왔다.
이에 놀란 조숙후가 소진에게 묻기를
"여섯나라가 맹약을 맺기도 전에 진나라가 위나라를 치고 다시 군대를 돌려 우리 조나라를 치려하니 이를 어찌하면 좋소?"
라고 하였다.
이에 다급해진 소진은 임기응변하여 조숙후에게
"저에게 좋은 계책이 있으니 임금께선 걱정하지 마십시오"
라고 말하고 자기집으로 돌아가서 심복부하 하나를 불러 말했다.
"내가 지난날 함께 공부하던 장의(張儀)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는 지금 위나라 대량땅에 살고있으니
너는 즉시 그를 찾아가 어찌어찌........"
이렇게 비밀지령을 받은 심복은 이름을 가사인 이라 바꾸고 즉시 조나라를 떠나 위나라로 향했다.
가사인은 장의를 만나 소진의 계책대로 장의를 분발하게 하고 또 격분시켰으며 또 몰래 많은 도움을 주어
그가 진나라로 들어가게 하고는 드디어 장의가 진나라 객경의 벼슬에 오르도록 하였다.
그후 가사인은 장의에게 이 모든것이 소진의 계락임을 알리고
장의는 감탄을 하며 진나라가 조나라를 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바로 다음편인 장의 열전에 나오므로 그때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한편 가사인으로부터 장의의 이야기를 들은 소진은 조숙후에게
"이제야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였습니다"
라고 보고하고는 여섯나라의 동맹을 위하여 바로 한(韓)나라로 출발했다.
매번 진나라의 공격을 받아 기진맥진해있던 한나라의 임금 한선혜공을 만난 소진은
"닭의 부리가 될지언정 소의 꼬리가 되어선 안됩니다."
ㅡ영위계구 물위우후(寧爲鷄口 勿爲牛後)ㅡ
라는 유명한말로 한선혜공을 설득한다.
이에 자극받은 한선혜공은 소진의 뜻을 따를것을 약속하고 육국동맹에 가입하기로 하며
소진에게 많은 황금을 하사했다.
소진은 다시 한나라를 떠나 위(魏)나라로 가서 위나라 임금 위혜왕을 만나 천하대세를 설명하고
"새싹일때 끊어내지 않고 뒀다가 덩굴이 길게 얽히면 어찌하리오
작을때 베어내지 않으면 장차 도끼를 써야할것이다"
라는 옛 서적에 나오는 말을 인용하여 위혜왕을 동맹에 참여시켰다.
안그래도 진나라에게 많은 땅을 빼앗긴 위혜왕은 소진에게 많은 황금과 좋은 수레를 주어
소진이 제(齊)나라로 가는 노자로 쓰도록 하였다.
이때에 제나라 임금은 제선왕 이었는데 소진은 제선왕을 만나
제나라가 군사적.경제적으로 부강한나라인것을 강조하고
진나라에게 항복하여 치사한꼴을 당하지 않고 제나라를 천하의 패자로 만들려면
육국동맹에 가입해야한다고 설명하여 마침내 제선왕도 소진의 뜻을 따라
동맹에 가입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소진은 다시 남쪽으로 수레를 몰아 초나라를 향해 떠났다.
초나라의 임금인 초위왕을 만난 소진은 천하의 강국인 초나라가 진나라의 신하가 되어
진나라를 섬기겠느냐고 자극한뒤 진나라를 막을길은 역시 육국동맹밖에 없다고 초위왕을 설득하여
마침내 초나라도 동맹에 합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었다.
이리하여 마침내 연(燕)조(趙)위(魏)한(韓)제(齊)초(楚) 의 여섯나라를 하나의 동맹으로 묶는데
성공한 소진은 그동안의 일을 보고하기 위해 조나라로 돌아갔다.
이때 소진은 여섯나라의 임금들이 보낸 사자들의 호위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 행렬이 자못 대단하였다.
소진이 자신의 고국이요 고향인 주나라 낙양땅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 행렬이 이십리에 이르렀고 위엄이 왕의 행렬보다도 높았다.
주나라 주현왕이 그 소식을 듣고 소진을 두려워하여
사람들을 시켜 길을 청소하고 교외에 장막을 치고 소진을 영접하였다.
그가 자기의 집으로 돌아가니 소진의 형제.처 형수등은 길바닥에 꿇어 엎드려 감히 소진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였다.
소진이 형수에게 물어 말하되
"형수는 지난날 나에게 밥도 주지 않을정도로 박대하더니 지금은 어찌 이리도 공손하게 대하시오?"
"오늘날 그대가 높은 지위와 많은 황금을 가지고 있으니 내어찌 공경하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소진이 길이 탄식하여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한사람인데 세상인심은 형편따라 달라지니 누굴 탓하겠는가?
사람은 부귀해야 한다는것을 내 이제 알겠노라."
소진은 일가친척을 모두 수레에 태우고 고향마을로 들어갔다.
소진은 고향에 큰 집을 짓고 주변에 천금을 뿌려 선심을 썼다.
그런데 예전에 소진의 종자노릇을 하던자가 자신에게는 아무런 보답이 없자 소진에게 와서 스스로 손을 벌렸다.
"내 자네를 잊은것은 아니지만 자네는 내가 연나라로 갈때 돈이 떨어지자 역수가에 세번이나 나를 버려두고 떠났지 않은가?
내가 그때 너무도 처량하여 아무말도 못했지만 그래도 자네에게도 보답을 해 주어야지.."
소진은 그 종자에게도 많은 재산을 나눠주었다.
소진의 동생 소대와 소려는 그런 형의 모습을 보고 그것이 부러워서 태공음부편과 외교술을 열심히 공부하였다.
소진이 조나라로 돌아오자 조숙후는 소진을 무안군으로 봉했다.
그후 원수땅에 여섯나라의 임금이 모여서 국가의 크기에 따라 순서를 정하여
초.제.위.조.연.한 의 순서로 석차를 정하여 맹약의 회의에 임했다.
그런데 곤란한것은 어느나라는 왕이라 칭하고 어느나라는 제후라 칭하여 서로 불편한점이 많았다.
그래서 소진의 의견으로 여섯나라가 모두 왕이라 칭하기로 하고
이때부터 천하의 모든나라가 스스로 왕이라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여섯나라 왕은 입술에 희생의 피를 바르고 천지신명에게 맹세하여
"만약 어떤나라든지 맹세를 배반하면 나머지 다섯나라가 그를 칠것이다."
라고 맹서(盟書)를 써서 한통씩 나누어 가졌다.
여섯 왕은 소진을 육국연합의장'으로 추대하고 각기 자기 나라의 정승의 인과 금패와 보검을 주었다.
이에 소진은 여섯나라의 정승이 되어 조숙후를 따라 조나라로 돌아갔다.
조나라로 돌아간 소진은 육국의 맹서(盟書)를 진나라 진혜문왕에게 보냈고
그로부터 진나라의 병사가 감히 함곡관의 동쪽을 엿보지 못한것이 15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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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는 육국이 하나가 되어 진나라를 경계하자 힘으로 일거에 육국을 상대할수 없음을 알고
계책을 써서 여섯나라의 동맹을 와해시키려 노력한다.
우선 진나라가 위나라에게 빼앗았던 땅을 돌려주고 화평을 청해 진과 위가 우호를 맺게되어
육국의 동맹이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진나라는 또 진왕의 딸을 연나라 태자와 결혼시켜서 두나라의 사이가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 이후 연문왕이 죽고 태자가 등극하여 연역왕이 되었는데,
이때 제나라가 연나라의 왕이 죽은걸 기회로 군사를 일으켜 연나라성 열개를 탈취하였다.
그러니까 육국의 맹세를 제일처음 배반한것은 위.연 이 아니고 실은 제나라였다.
연나라가 진나라와 혼인한것을 책망하러 연나라에 갔던 소진은 말도 꺼내기전에 연역왕에게
책망을 듣게 되는데
당황한 소진은 제나라에 가서 빼앗긴 성 열개를 되찾아오겠다고 약속하고 제나라로 떠나갔다.
소진은 제왕을 만나 이렇게 설득했다.
"연나라왕은 진나라 사위인데 이제 진나라의 사위인 연나라 땅을 뺏은것때문에 진나라가
제나라를 공격하면 어찌하겠습니까?
그러니 뺏은 땅을 돌려주고 연나라와 화친하면 진나라는 자기의 위세로 연나라가 땅을 찾은것으로 알고 기뻐할것이며
또한 땅을 되찾은 연나라도 기뻐할것이니 이것이 만전지책입니다."
그 말을 들은 제선왕은 즉시로 성 열개를 연나라에 돌려주었다.
연왕은 소진의 공로를 치하하고 소진을 그냥 연나라에 머물게 하였다.
이때 죽은 연문공의 부인인 문부인은 늙은 남편이 죽고 외로워 하던차에 소진을 보고는 연정을 느껴
소진에게 연신 추파를 보내었고 소진은 마침내 문부인과 서로 교정을 하였다.
연왕은 그 사실을 알았지만 소문이 부끄러워 일체 내색하지 않고 소진을 더욱 우대하였다.
그러나 그런것이 짐짓 두려워진 소진은 자신의 동생인 소대.소려를 연나라로 불러들여
연나라 정승인 자지(子之)와 의형제를 맺게 하고 벼슬에 오르게 하였다.
그리고 자기는 연왕을 설득하여 제나라에가서 간첩노릇을 하겠다고 하여 그자리를 모면할계책을 쓴다.
연왕은 짐짓 모른체하며 소진의 빠져나갈길을 허락하고 소진은 연나라를 빠져나가 제나라로 가서 객경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제선왕이 죽고 그 뒤를 이어 제민왕이 즉위하자 소진은 본격적으로 제나라를 망치기 위해 수를 쓰는데
사냥과 음악만을 권하고 여색을 좋아하는 제민왕을 위해 더 많은 궁녀를 뽑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제나라는 점점 피폐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에 제나라에 한 훌륭한 인물이 나타나니 그가 바로 맹상군이다.
맹상군은 제민왕을 보필하여 여색을 멀리하게 하고 나라를 잘 보살피도록 하였다.
그러니 자연 소진의 권세는 점점 떨어지게 되었고
그래서 소진과 제나라 대신들과는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나라 대신들은 소진을 제거하기 위하여 자객을 고용했고 그 자객은 어느날 궁에서 나오는 소진에게 다가가서 비수로 소진을 찔렀다.
소진은 즉사는 면했으나 깊은 상처를 입어 곧 죽게 되었는데 죽기전에 자신의 원수를 갚기위해 제민왕에게 부탁을 한다.
"신이 연나라의 첩자였다고 세상에 말하고 저의 시체를 거열형에 처하여 시중에 조리돌리십시오
그리고 저를 죽인자에게 상을준다고 하면 저를 죽인자를 잡을수 있을것입니다."
소진이 죽은후 제민왕이 그대로 했더니 과연 소진을 찌른 자객이 의기양양하게 나타났다.
제왕은 그 자객을 주살하여 소진의 원수를 갚아줬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는법. 소진이 죽으면서 한말,즉 그가 정말로 연나라의 간첩이었다는것이 세상에 들통이 나고 말았다.
제민왕은 화가나서 말했다.
"죽은 소진이야 어쩔수 없다해도 나를 속인 연나라는 그대로 둘수 없다."
그래서 제나라는 군사를 일으켜 연나라를 치기로 했다.
이때 연나라에 와있던 소진의 아우 소대는 연왕을 설득하여 연나라 왕자를 제나라에 인질로 보내고
제나라에게 화평을 청하여 겨우 전쟁을 피할수 있었다.
소진의 아우 소대와 소려는 연나라와 제나라를 오가며 형 소진이 시작한 합종의 맹약을 유지시키기 위하여
노력했지만 어느나라는 합종에 응하고 어느나라는 응하지 않았다.
다만 이 일로 인해 소대의 합종책을 중하게 여긴것만은 사실이었다.
소대와 소려는 천수를 누렸으며 그 이름은 제후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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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끝에 사마천은 소진에 대하여 이렇게 평가했다.
"소진의 형제 셋은 모두 제후에게 유세하여 그 이름을 세상에 널리 드러냈다.
그들의 변론술은 권모술수와 임기응변이 능했다.
소진은 반간의 오명을 쓰고 죽어서 천하의 조소거리가 되었는데
세상에서 소진의 행적을 논할때 이설이 많아 다른시대에 벌어진 일이라도 비슷하기만 하면
모조리 소진에게 끌어다 붙이곤 했다.
민간에서 몸을 일으켜 육국을 합종맹약케 한 그의 활약을 보면 지모가 대단한사람이라 할수있다.
그런 까닭으로 그의 행적을 차례로 서술함으로서 그가 유독 악평만 뒤집어쓰지 않도록 유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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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소진의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사마천은 그가 죽을때 간첩의 오명을 받아 소진이 하지 않은 일도 조금만 이상하면 소진에게 뒤집어씌우는것을 매우 경계하였는가보다.
그러나 필자가 본 소진은 믿음이 가는 스타일은 아닌듯하다.
그가 하는 일은 매양 속임수가 많아서 오죽하면 친구 장의를 분발하게 하는것부터 여섯나라를
동맹에 가입하게 하는데까지 속임수가 없는것이 없다.
또한 그는 죽은 연문공의 부인과 사통하여 죄를 지었으면서도 또한 연과 제를 오가며
두나라에 속임수를 쓰고 또 한나라를 위해 다른나라를 피폐하게 하는 일을 저질렀으니
그의 행적을 보건대 권모술수가 능한 약삭빠른사람이라고 할수는 있을지언정 참 군자라고 하기에는 어려울듯하다.
하기야 그런 어지러운 시기에 정도로만 가는 사람들이 출세하기 어려운 때였으니 군자가 다 무엇이며
정의가 다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하나 그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 보건대 세상을 잔머리로만 살아온 결과 비록 큰 공을 세우기는 했으나 끝내 그 말로가 비참하였으니 이것이 옛 성현들이 말한 천지의 도 라는것에 비추어 어떠한가?
라는 생각을 아니할수 없다.
요사이에도 머리가 좋고 변설이 능한자들이 세상에 참 많은것 같다.
그러나 그 비상한 머리가 자기자신의 이익과 안일만을 위해 쓰여진다면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진실되기 어려울 것이며 항상 반복무상의 행동을 띄게 될것이니 그 결과가 어찌 될것인지는
불을보듯이 뻔할것이다.
요즈음 부정선거국정조사가 한참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사건의 핵심증인들이 불려나와 조사를
받고 있다.
그들은 지금 자신의 행위에대해 철저히 부인하고 있지만 세상의 일은 언젠가는 모두 밝혀지게 마련이다.
그 좋은 머리로 천하를 속이려 했지만 이제와서 증인석에 앉게되고 또 법의 심판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그들 스스로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그들은 아직도 이 사건을 감추고 숨기려하고 있겠지만
손바닥으로는 해를 가릴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