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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못해서 안달일까
게시물ID : menbung_347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enoaly
추천 : 15
조회수 : 1137회
댓글수 : 44개
등록시간 : 2016/07/15 01:26:22
왜일까

스물 한 살 나

집안이 어려워 학원도 다니지 못하다 울며 빌어 고2 중순쯤 겨우 다닌 한 달 25만원 수학 학원. 다른 것 없이 이 집구석을 벗어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악에 받쳐 공부했다.

반에서 뒤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던 내가 수능 오답 갯수를 양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쾌거를 이뤘지만, 과정은 끔찍했다. 동생 학습지 비용은 꼬박꼬박, 내게는 네달 치 밀린 학원비. 감사하게도 선생님께서 내 사정을 알아주신 덕분에 눈칫밥 먹으며 학원을 다닐 수 있었음에도, 나는 온몸이 까맣게 변하는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어릴 적부터 학대와 차별로 이루어진 내 인생은 곰팡이처럼 이곳저곳 나를 물들였다. 소심한 성격에 속 안에 화가 많아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몇 친구들 빼고는 사람도 잘 믿지 못했다. 동생은 자고 있는 내 속옷을 들어올려 내 몸을 훔쳐봤다. 화가 난 내게 엄마는 말했다. 원래 그 나이대 애들은 호기심이 많으니까 니가 이해해. 뭘 그런 것 갖고 그러니?

내 몸에 당신들과 같은 피가 흐르는 걸 증오해.

동생은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다. 한 달 40만원 영어+수학 학원. 모의고사 등급은 455. 하루에 게임은 5시간씩. 나한테 쟤 공부를 시키란다. 내가 왜? 내가 명문대를 들어온 이유는 아직도 단 하나다. 집을 나가려고.

싸움으로 점철된 집안은 내게 안식처였던 적이 없다. 싸움을 말리는 건 항상 내 몫. 언니랑 동생은 그러든 말든 문을 꼭 닫고 모른 척을 한다. 학창시절 집안일도 모두 내 몫. 둘째니까. 여자니까. 엄마의 폭언을 듣는 것도 내 몫. 내가 성격이 제일 더러우니까. 엄마. 난 쓰레기통이 아니야.

엄마가 나를 필요로 할 때는 오직 돈이 필요할 때다. 알바비 받을 때, 생활비 대출 받을 때, 엄마는 나를 가장 좋아한다.내 한달 용돈은 15만원인데, 안 해 본 알바가 없다. 요즘은 집안 사정이 나아졌지만, 내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왜냐면 내가 받기 싫거든.

다 줄게.
가져가.
난 엄마한테 받은 게 없어.
그러니까
나중에 날 찾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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