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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지하 세계
게시물ID : panic_892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왕사자
추천 : 18
조회수 : 163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7/14 14: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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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지하 세계
 
 
 
 
 
사람이 살지 않는 이 산지는 얼마 전부터 땅속으로부터의 웅성거림과 소음이 들려와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서 신고가 들어온 곳이다.

경찰들이 이미 몇 번을 수색했지만, 그곳에는 동굴도, 지하도도 없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음은 경찰도 들은 참이다.
경찰은 마치 웅성거리는 마을의 소리와도 같았다고 이야기 했다.

고고학자인 나는 동료 K와 더불어 이곳을 찾았다.
굴착기와 더불어 말이다.

난, 지하세계를 믿는다.

학자인 내가 하기에는 어이없는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음... 이야기를 거슬러 보자면, 아마 내가 10살 부근일 때쯤인 것 같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발견된 오래된 시계가 내 관심을 끈 건
그 시계의 디자인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시계 표면에 무언가로 긁히듯 쓰여 있는 [P에게]라는 글귀였다.

P는 내 이름 이였기에 신기해하며 부모님 말씀드리니,
아마, 동명이인이 였을거라 하셨지만,

난 그이후로 줄곧 박물관을 다니며, 고고학에 관심을 보였다.

그 시계는 오래된 성당 터 주변에서 발굴되었다고 하며,
그 성당은 1~2차 세계대전으로 불타 없어졌지만,
과거 중세암흑기에 활약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그렇게 고고학에 관심을 보이던 차에,
그 당시 발굴된 책속에서 땅속마을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땅속에서 사람들의 말소리와 소음과 들린 적이 있었고,
심지어 지하세계 사람이 나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뭐, 책에서는 성당이니 만큼 지하세계 사람을 악마로 묘사했고,
바로 화형 시켰다고 했지만,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당연했을지 모른다.

여러 곳의 정보를 찾아다니다 바로 이곳의 소문을 들은 건 불과 3일전이다.

K는 벌써 굴착기를 설치하고 있었다.

장비를 설치하고 기다리니 이윽고 땅속에서 소음이 들려왔다.
웅성거리는 듯한 소리, 무언가를 부딪치고 있는 소리, 고함소리

여러 소리가 섞여서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분명 사람 목소리 같았다.

K와 눈짓을 주고받은 난,
서둘러 굴착기를 동작시켰다.

[쿠르르르를]

굴착기는 빠르게 땅을 파고 들어갔다.

굴착기가 땅을 파내는 동안 난 서둘러 녹화를 위한 장비와, 노트를 준비했다.

[쿠르르..스스스르르...]

굴착 음이 바뀌었다, 무언가의 공간에 도착한듯했다.
서둘러 굴착기를 빼어내니 소음과 목소리가 더 선명하고 크게 들렸다.

난 녹화기에 긴 줄을 매어 던져 넣었다.

구멍으로 던져 넣은 녹화기는 떨어져 내리더니 
다시, 구멍에서 솟구쳐 올라 왔다.

“응? 왜 이러지?”

몇 번을 다시 시도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지하세계 사람이 다시 던지나 싶어,
노트나 다른 물건으로도 해보았지만,
시간상 누가 받아서 던지는 건 아닌듯했다.

심지어 던져 넣은 동전조차 다시 돌아왔다.

K와 난 직접 들어가기로 했다.

주변 나무에 단단히 밧줄로 고정하고, K가 먼저 몸에 두른 체 들어갔다.

K가 들어가고 30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K에게 소리쳤지만, 응답은 없었다.

줄을 잡아당겨 이번엔 내 몸에 묶었다.
몇 M를 내려갔다고 느낀 순간 위화감이 몸을 휩쌌다.

분명 줄을 잡고 내려간다고 느꼈지만, 어느새 올라가는 모습이 되었다.

순간 깨달았다. 

"중력 역전!!!"

어찌 보면 당연했다.
지저세계인들이 공중에 떠서 다니는 게 아니라면
반대쪽으로 중력이 가해져야 했다.

다행인건 굴착기의 드릴 홈이 벽면에 나있어, 올라가는 게 불가능하진 않았다.
힘겹게 구멍을 기어 올라가 고개를 내밀었다.

안개가 낀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의 광장에는 커다란 불빛이 보였다.

[철커덕]
카메라를 들고 몰래 다가가려는 순간 발에 무언가가 밟혔다.

시계?

K의 시계였다.

 

시계를 들어 보던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시계 표면에는 칼로 긁은 듯 이렇게 쓰여 있었다.
 

[P에게]
 
 

“여기다!!!“
“여기에도 악마가 있다!!!”

난 급히 시계를 던지며 도망쳤다.
 
 
 
 
 
시계는 진흙에 박혀 깊이 빠져들었다.

 
 
 
 
[오지마!!!!]

뒷면은 급하게 쓴 K의 글씨가 달빛에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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