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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혼자 밥을 먹었다
게시물ID : freeboard_13336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참치몽둥이
추천 : 1
조회수 : 22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13 00:53:07
일을 마치고 운동을 하고 났더니 9시반쯤이나 됐을까? 허기가 져 제법 굵어진 빗속을 뚫고 어느 감자탕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감자탕 집이고, 늦은 시간이다 보니 일하는 사람들이 쭈뼛쭈뼛 쳐다보다가 이읔고 말을 건넨다.
"어서오세요~혼자 오셨어요?~"
"네 안녕하세요. 뼈 해장국 주세요"

느긋하게 티비를 보면서 먹으려고 그 앞에 앉았다. 티비에선 스포츠를 즐기는 학생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 그런류의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었다.

흥미롭게 보고 있는데 대안학교에 다니는 복싱선수들이 나왔다. 대안학교가 정확히 어떤 학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존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로 알고 있다. 그 중 경찰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 눈에 띄었는데 깡 마른 체격인데도 복싱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어느날 그 학교 학생들이 복싱 대회에 나가게 됐다. 내가 응원하는 그 학생은 계체량때보니 46kg 이하급을 출전하는 거여서 혀를 내둘렀다. 난 하루 6공기를 먹지 않곤 잠도 못잤던 저 나이에 그렇게 심한 감량을 하다니, 너무 혹독했고 그 학생이 존경스럽고 더 좋아졌다.

경기가 시작됐다. 응원은 하지만 빨간색 트렁크를 입은 그 학생이 계속 맞는다. 안타까울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가 계속 됐고, 맞고 또 맞았다. 결국 총 3라운드 경기에 2라운드가 끝나고 그 학생의 세컨이 타월을 던진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학생은 다리에 힘이 풀려 더이상 뛸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버렸다.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시청자인 나는 알지 못하지만 그 감량만으로도 쉽지 않았을 것이란 짐작만 한다. '이제 더 노력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면 돼'라고 맘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팀 코치가 그 학생에게 주려는 물을 뺏어 버리며 아래 스텝에게 얘기한다.
"물 주지마"
"네?"
"물 주지 말라고! 넌 나가서 운동장 한바퀴 뛰고와!"

결국 그 2라운드만에 패배한 그 학생은 경기가 끝난 직후에 가쁜 숨을 헐떡이며, 그 지독한 감량으로 부족해진 수분을 채우지도 못한채, 다시 운동장 한 바퀴를 돈다. 다리가 다 풀린 상태로.

눈물이 났다. 난 너무도 슬퍼서 눈물이 나는데, 그 학생은 울지않고 묵묵히 운동장을 돌았다. 다 돌고 나서 줄넘기를 하지 않아서 다리가 풀린 거라는 코치의 질책도 들었다. 그제서야 카메라도 의식이 되고 코치의 얘기도 들렸나 보다. 그 학생은 그제서야 눈물샘이 터졌다.

며칠전 호날두 생각이 났다. 난 그래서 울었다. 유로 결승전에 파울을 당해 울면서 실려나간 호날두. 전 세계의 많은 팬들이, 심지어 프랑스인에게도 격려를 받으며 실려나간 호날두. 경기가 끝나고선 많은 이들이 호날두의 애통함을 위로하고, 벤치에서의 카리스마를 찬양하고, 그의 팀의 우승을 축하해줬다. 그 학생과는 다르게.

난 호날두 같이 잘난 사람을 질투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그와 같은 재능을 가질수도 없고 그가 받는 찬사를 받을 수 없을 거란 것을 잘 안다. 심지어 난 그가 최고의 자리에 오른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냥 뉴스나 책에서 보고 열심히 사는 구나 느낄뿐.

하지만 말이다. 호날두와 같은 재능이 없더라도, 그리 잘 생기지 않더라도, 그와 같은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았더라도. 2라운드 동안 두들겨 맞아서, 다리가 풀리고 몸무게가 46키로 이하가 되서 목이 말라 미칠지경이라면.
물이라도 줘야 되는거 아냐. 열렬한 환호나 응원은 아니더라도 따뜻한 한마디 라도 해줘야 되는거 아니냐고. 수고했다고 하면서 어깨라도 툭툭 쳐줘야 되는거 아니냐고.

 그 코치가 밉지는 않았다. 그냥 저럴수 밖에 없는 코치 맘도 이해가 갔고, 서러움을 꾹 참고 한 바퀴를 마저 뛴 학생 맘도 이해가 갔다. 그 학생은 호날두가 아니다. 나도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정도의 재능은 없다. 하지만, 그런 재능이 없고, 그 정도의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할수 있는 노력을 했다면, 자신에게 떳떳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나에게도, 그 학생에게도
"너무 수고했어, 앞으로 더 잘하면 돼" 
딱 이 두 마디가 너무 듣고 싶었다. 난 그래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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