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걱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태어나서 경찰서 한번 안가보고, 심지어 파출소 근처에서 안가보고 살아왔던 제가 스물 중반이 넘은 나이에
갑자기 경찰서에 그것도 형사과에 가서 조사받고 특수폭행이니 전치니 이런 소리 듣고나니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힘이 듭니다.
새벽에 맞은 이후로 머리도 계속 아프고, 과정에서 다친 상처도 아프고, 귀에 울리는 소리는 안없어질까봐 너무 두렵고, 손목도 아프고...
11월에 오디션이 있고, 당장 다음주에 또 관련 행사가 있는데,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그냥 멍하네요.
가장 두려운건.... 가해자측이 배째라는 식으로 나올때는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좌절감입니다.
말씀들 해주신대로, 알아보니 손이 아니라 위험한 물건으로 상처를 낸 경우, 혹은 폭행을 한 경우 특수폭행에 해당되더군요.
그래서 새벽에 경찰서 조서 쓸때에도 조서에 특수폭행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또, 그로 인해서 상해를 입었을 경우 그냥 상해가 아니라 특수상해로 넘어간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마음같아서는 가해자측이 적반하장이나 미온적 태도를 보일경우 지구 끝까지 좇아가서라도 피해보상을 받고싶습니다.
그런데요...
지금 제 꿈이 너무 간절해서... 다른데 눈을 돌리기가 너무 힘듭니다.
하루빨리 데뷔도 해야하고... 인지도도 쌓아야 하고...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괴감이 들어요.
왜, 나는 죄짓고 살지도 않았고,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적도 없는데, 느닷없이 어느날 누군가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그 사람은 저와의 일만 걱정하면 그만일 거에요.
하지만 전, 이 폭행사건도 신경써야함과 동시에 제 꿈도 신경써야하고, 또 일에도 신경써야하고...
너무 억울해요 이런 것들이.
사소한 것도 너무 분하고 억울합니다.
내가 왜 일하다가 말고 경찰서를 가야하는지, 왜 다시 쓰러져서 응급실에 실려가야 하는지, 왜 나에게 잘 맞지도 않는 항생제 주사에 구토를 해야하는지
나는 왜 이렇게 가해자의 태도에 신경이 쓰이는지.
차라리 감정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메말라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소시오패스였다면, 그러면 차라리 마음은 힘들지 않았겠죠?
전 왜 이렇게 항상 소극적일까요.
전 왜 이렇게 항상 남만 생각할까요.
그렇게 스물 다섯을 훌쩍 넘는 시간동안 살아왔네요.
그래도, 착하게 살면, 관용을 가지고, 죄를 지은 사람에게 측은지심을 가지고 산다면 언젠가 나한테 그것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그렇게 굳게 믿고 살아왔는데요.
이번 일로 그게 산산조각이 났어요.
스스로 나는 세상의 밝은 면만을 보고 살아간다는 그 자부심이 사라져버렸어요.
그게 너무 힘들어요.
저를 지탱하고 있던 기반이 사라진거 같아요.
법적처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하죠.
눈 딱 감고 증거 다 제출하고 형 민사 소송 다 걸면 그만이죠.
이제 착하게 못살것 같아요.
이제껏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일까지 당했으니
이제 전 선한사람은 못하겠어요. 아니, 선한척 못할거 같아요.
그런 내 자신이, 남을 용서하지 못하게 될 제 자신이 너무 힘들고, 무서워요.
그래도,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의 위로가 그나마 제게 큰 힘이 되네요.
고마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