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불
나는 부끄러웠다.
남들처럼 활활 불타는 모닥불도 넘칠듯이 일렁대는 거대한 산불도 끈기있게 열을 뿜는 연탄불도 아닌 조그만 나뭇가지 위에 위태롭게 올라앉은 작고 초라한 그 점같은 잔불이 나와같이 보여 나는 부끄러웠다.
가슴을 부풀게 하는 한점의 바람마저 나는 꺼질까 날아갈까 가슴을 졸였다.
분명 그들도 나와같은 잔 불 이였을텐데 그 작디작은 잔불의 눈에 비춰지는건 장작을 끊임없이 삼키는 불덩이만 보여 부러움과 시기만 점점 커져갔다.
이것이 창피해 누구에게 들킬까 두려워 불씨밑 하얀 재 아래로 꾸역꾸역 밀어넣으며 부끄러워했다.
발아래 쌓인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저 모닥불도 나와같은 잔불이였으리라 생각만 하며 한점의 바람만 스쳐지나가면 발아래 재만 움켜쥐고 덜덜떠는 그잔불이 나는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