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창작을 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직업특성상, 원래는 웹 게시 활동을 잘 하지 않습니다. 에너지가 흘러 버려서 정작 작업할때는 기운이 떨어져서요.
그러다 이 사건과 관련된 댓글들이 너무 심각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졌습니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sisa&no=743302&s_no=743302&page=1
하루아침에 다 설명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인식의 전환에도 오랜 시일이 걸립니다.
저도 처음에는 여러분들과 같은 상식, 의문, 결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주거/생계 공간 문제에 대한 연구들과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례들을 지켜보면서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잘사는 나라들, 비슷한 사례를 먼저 겪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해 온 나라들은
관련 법 조항을 조금 더 세세하고 합리적으로 갖춰놓고 있습니다.
그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해낸것은 아니겠지요?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과정들을 무수히 반복했을 겁니다.
사실 우리도 부동산 관련 문제에 있어서라면 어느 선진국 부럽지 않게 잘 발달/혹은 지옥화 되어있지요.
대신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합의도출과 조정에 있어서는 OECD 최 후진국 이리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한때 잘 이끌어갈 시기를 놓친 후에 바닥으로 추락했죠)
저를 포함해서, 우리는 건물주의 권력에, 옛 시절의 상식에 너무 휘둘리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연예인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중요한게 아닙니다.
우리는 건물주의 노예가 아닙니다. 중세 장원의 농노 대부분은 자신들이 노예라는 의식조차 없지 않았을지요?
오히려 우리는 건물주의 고객입니다. 건물은 뜯어먹기엔 좀 힘겨운 구조물이죠. 세입자가 임대료를 지불해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중요한 점은, 건물주가 임대해 주는 것의 대부분은 사실은 공간 (Space)입니다. 점유하도록 해 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건물에는 시설 이라는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 '경계'의 요소가 있습니다.
그 '공간'이 '생존' '생계'를 위한 공간일때, 거기에는 '공공성'이 생깁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은 잘 해야 몇평 남짓의 공간 이외에는 울타리를 쳐야만 그 공간을 지켜낼 수 있는데,
그 울타리를 인정하고 소유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사회적 합의' 이기 때문입니다. 사회계약이죠.
100층짜리 건물이라고 해도 결국은 1층의 대지 위 아래로 뻗어나갑니다. 그래서 빌딩에도 토지의 공공성이 확장됩니다.
그래서 공간의 소유(사실은 점유라는 표현이 더 걸맞지만)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사건의 맥락을 짚어내는 눈을 가진 오유인 이라면 이 사건과 거기 달린 댓글 공방의 양상을 한번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현실적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을 드러내고 그 부분에 손을 대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 문제를 이야기 하는 자체를 꺼리고 새누리나 조선동아식의 맥락으로만 사건을 파악하고 이권문제로 보는 시각은 어떤 시각인지.
과연 우리는 한 '연예인에 대한 사랑'이라는 바다에 '인식 전환의 기회'라는 배를 침몰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사실관계에 있어서도 세입자의 지속적인 접촉 요구를 완전히 차단하고 숨어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이러한 구도는 악습으로 찌든 사회에서 병폐가 터져나와 일이 터지는 국면에서 늘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인식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그저 개인의 잘잘못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정적인 댓글을 다시는 여러분들의 상식과 사회적 경험들을 무턱대고 부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 사태는 '**는 **하니 **다'하는 규정을 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바로 그 규정들의 요소 하나하나가 개념변화의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성급한 결론은 조금 젖혀두시고, 찬찬히 관련된 사태를 지켜봐주세요.
저도 작업 틈틈이 글을 써나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