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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창작글] 도미노
게시물ID : panic_890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늘떡볶이
추천 : 13
조회수 : 125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7/07 14: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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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지은이 : 마늘떡볶이

 

아침 7시 반, 신도림역.

보기만 해도 답답할 정도로 사람으로 가득찬 지하철이 들어온다.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이번 차는 꼭 타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은듯 너도나도 앞사람 등뒤로 종종 걸음 치며 간격을 좁혔다.

 

“이번 역은 신도림. 신도림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강남, 신촌 방면으로 가실 분들은 … “

 

“하… 오늘 시험이라 엄청 피곤한데 사람은 또 왜 이렇게 많아? 으휴.. 내가 취업만 하면 바로 차부터 산다!”

 

“드르르르륵..”

 

지하철 안에서 일찍 내리려 문 앞으로 힘겹게 이동했던 진우는 문이 열림과 동시에 튕겨나가듯 밖으로 향했다.

역에 있던 사람들도 조금이라도 먼저 타려고 내리는 사람은 아랑곳 않고 몸을 들이 밀었다.

 

“퍽!”

“탁!”

 

진우의 어깨에 걸쳐있던 가방이, 지하철을 타려던 연희와 부딪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니 이 사람이. 지하철 에티켓 몰라요? 다 내리고 나서 타야지 뭐 하는 거에요? 뭐 이런 몰상식한 여자가 다 있어?!”

“몰상식하다니! 나도 빨리 출근해야 되니까 그런거 아니에요! 부딪칠 수도 있지 승질이야 승질은..”

 

아침마다 치르는 전쟁통에 쌓였던 짜증이, 한 번의 부딪침으로 방아쇠가 당겨진 듯 했다. 서로의 등 뒤에서 밀어대는 사람들 덕에 소리를 지르던 두 사람은 자연스레 멀어져 갔다.

 

연희는 그 후로도 20여분간 만원지하철 안에서 사투를 벌인 끝에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큰 맘먹고 차린 본인의 까페 앞에 도착한 연희. 까페의 문 앞에 떡하니 주차된 차가 눈에 들어온다.

 

“아.. 아침부터 짜증나게. 누가 이렇게 문 앞에 주차를 해논거야!”

“삑삑삑 삑삑삑삑 삑삑삑삑”

….

“여보세요! 거기 0000 차주 맞죠? 영업하는 가게 앞에 이런식으로 주차하시면 어떡해요? 당장 와서 차 빼세요. 아 글쎄 회의고 뭐고 그건 당신 사정이고 문 열어야 되니까 당장 차 빼시라구요!”

 

연희네 까페 옆 건물에 있는 A 기업에 다니는 강현. 지난해부터 시작된 매출 감소가 이번 분기에도 회복되지 않아, 아침 일찍부터 팀장에게 향후 개선방안을 보고하던 차였다. 자료 작성 때문에 늦게 잔 덕에 급히 출근해 눈에 보이는 곳에 주차한 곳이, 연희네 까페 앞이였다.

 

“뭐.. 이런 사람이.. 팀장님 죄송합니다.. 계속 이어서 하겠습니다..”

“할 얘기 더 있어?” 보고자료 내가 다 리뷰하고 왔는데, 뒤에도 별다른 방안도 없던데. 입사 몇 년차인데 아직도 생각이 5년전에 머물러 있는 거야? 새로운걸 가져오라고 새로운 거! 내일 다시 발표하도록.”

 

일어나서 나가버리는 팀장. 코 앞으로 다가온 고과평가 시기에 하루하루 마음이 졸아드는 느낌이었다. 내일은 또 어떤걸 발표 해야 하지 라는 고민도 잠시, 강현은 이내 기분 나쁜 하이톤으로 짜증을 내던 전화가 떠올랐다.

터벅터벅 걸어간다. 어제 제대로 자지 못한 피곤함에, 아침부터 상사에게 갈굼에.. 강현의 눈에 본인의 차 앞에서 팔짱을 끼고 혼잣말로 씩씩대고 있는 연희가 들어왔다.

 

“아줌마! 좋게 차 빼달라고 하면 되지 거 아침부터 기분 더럽게 짜증이에요! 뭐 이깟 까페하나 하면서 무슨..”

“이아저씨가 얼굴에 철면피를 까셨나, 남의 가게 앞에 주차를 해놨으면 미안하다는 시늉이라도 하셔야지. 아침부터 진짜 기분 더러운 게 누군데. 시끄럽고 차나 당장 빼세요!”

 

차를 주차장에 다시 주차하고 사무실로 올라오는 강현. 아침부터 벌어진 주차 시비에, 내일 발표 준비에.. 마음이 어지러웠다. 아직 기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 뜨거운 콧김을 연신 뿜어댔다.

 

밤 9시가 다 되도록 저녁도 챙겨먹지 못하고 회사에 있던 강현은 뻣뻣해진 뒷목을 손으로 주무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추 내일 발표할 내용을 다시 만들긴 했지만, 하루 만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리가 만무했기에 벌써부터 내일 아침 화를 낼 팀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슈퍼에서 맥주 두 캔을 사들고 걸어가는 강현 뒤로 왠 강아지 한 마리가 쫓아왔다. 평소에도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던 데다가 오늘 하루는 너무나도 피곤했기에 저리 가라고 손을 휘휘 저어 보았지만,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놀아달라는 듯 점점 더 강현의 다리에 엉겨붙고 있었다.

 

“아 저리 가라니까. 피곤하다고. 아! 진짜! 저리가라고!!”

 

그저 저리가라고 발을 휘저었을 뿐인데, 작은 강아지가 강현의 발 끝에 맞아 저리 날아갔다.

 

“끼잉..끼잉..”

 

마침 골목길에서 좌회전을 하던 차량은 갑자기 날아온 강아지를 피하지 못했다. 검은 빛 차 그림자가 하얀 강아지 위로 드리워졌다.

 

 

 

 

 

“루.. 루비야! 안돼!! 루비야..!!”

 

여느 날처럼 학교에서 돌아온 진우는, 혼자 사는 원룸에서도 외롭지 않게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강아지 루비와 함께 산책에 나섰다. 밤 공기는 시원했고, 시험이 끝난 진우의 마음도 후련했다. 아침 지하철에서 피곤했던 탓일까 시험을 앞둬 예민했던 탓일까. 평소답지 않게 짜증을 냈지만, 이내 잊어버렸고 기나긴 시험은 끝나고 꿀맛 같은 두 달 간의 방학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우리 루비, 또 밖에 나오니까 응가 하는 구나? 귀여워 헤헤. 잠깐만, 오빠 이것만 좀 치우고..”

 

진우가 루비의 뒷 일을 정리하는 사이, 놓쳐버린 목줄에 자유로워진 루비는 앞으로 앞으로 내달렸다. 강현을 만나기 전까진…

 

 

진우로 시작되어 연희와 강현을 지나간 감정의 도미노는, 아무것도 모르고 주인과 함께 기분 좋은 산책에 나섰던 루비를 쓰러트리고 나서야 끝이 났다.

 

-End-


 
출처 내 머릿속
이야기가 매끄럽지가 못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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