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악마가 발견되었다!'
1면 톱기사로 TV, 라디오는 시끄러웠다.
유명 고생물학자인 K는 실제로 보고는 놀라움을 감출수 없었다.
파충류같이 매끈한 피부.
크고 세로로 갈라지는 두눈.
마치 숫염소의 뿔처럼 한바퀴 꼬여 올라가는 머리의 뿔.
맹수와 같은 날카로운 이빨.
삼각형의 큰 자락이 있는 긴꼬리.
그리고 어깨죽지뒤에 펼쳐져있는 박쥐와 같은 한쌍의 날개까지.
이건 성서에 적혀있는, 아니 마치 영화속 소품과 같은 형상이었다.
첫 대면에 놀라 얼어있는 나에게
생명공학자인 K가 말을걸었다.
"악마를 직접 본소감이 어떤가?"
"이.. 이건 마치.."
"그래,그래, 당황할것 없어 나도 그랬으니까."
"지독한 반기독교인 나조차도 이건 할말이 없었으니까."
"J한테 벌써 100달러 뜯겼다니까."
J는 독실한 기독교계 역사학자이다.
학술회의에서 맞붙는 일이 많아서 이계통에는 유명한사람이다.
기독교인이면서 내기를 좋아하는 괴짜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J도 왔어?"
"어디 J뿐 이겠냐? 의학, 법학, 심지어 Y도 왔다."
"Y가? 그녀석은 우주 생물학이잖아?"
"누가 아니래냐? 아마 정부에서는 외계인일 가능성까지 검토하나 보지뭐."
"아니, 이건 외계생명체가 맞아."
문이 열리며 Y가 들어오며 대꾸했다.
"벌써, 지구상 모든 생명체와 비교를 해봤는데."
"이건 근본 부터가 달라."
"내장이고 뭐고 없다니까."
"아니, 에초에 DNA고 RNA고 검출이 안돼."
"그러니까 악마라니까요, 성서에 악마가 나오는 구절이 몇군데인지 아세요?"
어디서 부터 들었는지, 어느새 J가 옆에 끼어 들었다.
"게다가 이 악마가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아세요?"
"알에서 나왔다구요. 거대한 알..."
"아니 정확히는 바위지, 발견된 부근에 커다란 돌이 갈라져 있는게 확인되었으니까."
Y가 반박했다.
"지구상 어느바위가 그렇게 속이 매끈하게 원형으로 가공되어 있을수 있죠?"
"그건 알이에요, 바위모양의 알! 내기할까요? 100달라 어때요?"
J가 다시 반박하며 논쟁을 이어갔다.
K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놀라운사실을 더 말해줬다.
"더 황당한건, 그 가공할 재생력이야."
"저놈의 팔,다리, 날개, 심지어 뿔과 눈까지 벌써 몇개째 잘라냈다고."
"지금 그걸 가지고 각분야 전문가들이 분석중이지."
"그러니까 빨리 불태워 정화해야 해요."
"악마를 정화시키는건 불이 최고라니까요."
J가 다시 끼어들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미 실험했다니까."
K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불, 산, 염기, 방사능, 전기 다 안 통한다니까."
"의외인게, 칼같은 물리적인 힘으로는 쉽게 절단돼."
[뿌우우우우!]
갑자기 강화 유리 몇겹에 쌓여 있던 악마가 등에 달린 날개를 펼치며 소리쳤다.
그것은, 마치 나팔소리와 같았다.
"또, 시작이네"
K는 별일 아니라는듯 말했다.
"주기적으로 저렇게 몇시간씩 발작을 하더라고."
"오우, 저건 마치..."
나와 같이 오늘 합류한 팀내 유일의 아기엄마인 "M"이 말했다.
"저건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울고 있는것 같네요."
"엄마를 부르는듯 자극적인 소리네요."
"역시 엄마라 감수성이 예민하시네요."
K는 시큰둥하게 응답했다.
"이봐 큰일 났어, TV를 봐봐!!"
급하게 뛰어들어온 엔지니어 한명이 메인 모니터에 TV영상을 띄웠다."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달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앵커의 뒤로 보이는 달 화면에서는 달이 여러조각으로 깨어지고,
악마와 같은 형상을 한 거대한 괴물체가 떠있었다.
그 괴물체뒤로는 마치 칼날과도 같은 13장의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J가 나직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미카엘?"
"뿌우우우우우우우우!!!!!!"
강한 나팔소리와도 같은 굉음이 울리며,
달의 파편들이 불덩이가 되어 지구로 쏟아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