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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이야기.
게시물ID : love_59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는아직너를
추천 : 12
조회수 : 58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7/07 12: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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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많이 좋아했던 사람과 헤어진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그리고 해 볼 이야기.
 
너에게 생각 할 시간을 가지자는 메시지를 본 다음날, 너의 집 앞에 찾아갔다. 얼굴을 보면, 이야기하면 다시 만난다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집 앞이야. 잠깐만, 잠깐만 볼 수 있을까’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바로 메시지가 왔다.
‘제발 이런 짓까지 하지마. 더 정떨어지니까. 아직 집에 가고 있는 중이니까 빨리 가’
 
슬펐다. 메시지에서도 느껴지는 너의 감정. 표정도 목소리도 들리지 않던 휴대폰의 작은 액정이었지만, 꽤 오랜 시간을 같이한 너에게서 처음 느끼는 차가운 말투. 더 이상 나를 향한 애정은 찾아 볼 수 없던 너의 말투.
 
그렇지만 기다렸다. 넌 너의 어머니의 차를 타고 도착했고 나는 너를 모른 척 했다. 보수적인 너의 어머님께서 혹시 나를 보신다면, 괜히 너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 너를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 때문에. 그래서 너를 보기위해 집 앞에 갔던 날, 너를 보기는 커녕,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너는 그렇게 집으로 들어갔으니까.
 
그렇게 두 시간, 세 시간. 그 앞에서 기다렸다. 너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리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이제, 정말 너의 마음은 나를 떠났구나. 난 이제 너에게 아무것도 될 수 없는 사람이구나, 이제 끝이구나. 같은 생각들. 그래서 너를 만나면 하려던 많은 말들을 가슴에 담아놓고 너의 집 앞에서 편지를 썼다. 고마웠다고. 많이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잘 지내라고. 너무 많은 말을 가슴에 담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긴 편지가 써졌다.
 
가슴속에 담았던 그 말들과 함께 전해주려던 꽃다발은 집 앞에 두고 왔다. 집 앞에서 쓴 편지 역시 그 앞에 두었다. 네가 그 편지를 받았을지는 모르겠다. 아파트 현관, 벤치에 두고 왔기 때문에 누군가 먼저 본다면 분명히 치울 것 같았다. 나에게는 너무 많은 의미를 담은 물건들인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냥 꽃다발과 편지일 뿐이니까.
 
그렇게 너의 집 앞을 떠났다. 불이 꺼진 가게들을 지나며 계속 걸어 내려왔다. 가게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는 웃음이 났다. 너와 만나게 된 첫 번째 날의 복장 그대로. 흰 티, 주름진 흰 색 셔츠, 청 자켓, 회색 스냅 백, 블랙 진.
 
 
그때와 다른 거라곤 신발이 워커가 아닌 네가 사준 커플 신발을 신었다는 것.
 
웃음이 났던 이유는 이렇게 입고가면, 이런 날 보면 네 마음이 조금이라고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우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너와 헤어졌다. 헤어진 뒤의 내 모습은 너무 어색했다. 연애를 적게 해본 것도 아닌데, 헤어짐이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좋아하지만 많이 마시지 않던 술을 많이 마셨다. 하루 동안 먹는 거라곤 술과 함께 먹는 안주. 아침까지 마시고, 쓰러지는 잠이 든 채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다시 아침까지 술을 마셨다. 주위사람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모습이었나 보다.
 
하긴, 한 번도 여자 때문에 술을 마시자고 한 적도, 술을 미친 듯이 마셨던 적도 없으니까.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까. 그 때도 여전히 술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너에게 부재중전화가 와있었다. 뭐지? 전화했다. 받지 않았다. 그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미안해, 핸드폰을 못 봐서’
 
꽤나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너에게 왔다.
 
‘너한테 돌아갈 마음 없는데, 압박 받는 거 싫어서..’
 
아무래도 술을 마시면서 네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했던 게 네 귀에 들어 갔나보다. 물론 욕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고마웠다는 이야기만 수백 번 했을까, 그 모습이 사람들에게 미련으로 비춰졌나 보다. 아니, 너무 많은 미련이 너에게 남아있으니까 사람들도 그걸 느꼈던 것 같다. 너와 내 지인은 겹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너에게 내 이야기를 했나보다.
 
메시지를 받고나니, 술을 마시면 생기던 희망까지 산산조각 났다.
 
울었다. 미친 듯이 펑펑. 여자 때문에 이렇게 운적은 없었는데,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펑펑. 그 술자리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같은 직종의 사람들이기에 사실 앞으로 많이 볼 사람들이었는데, 그들 앞에서 정말 펑펑 울었다. 쓰러지듯이 고개를 처박고 울었다.
 
혼자 산 이후로, 사람 때문에 운적은 있지만 사람들 앞에서 운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냥 그렇게 울었다. 그렇게 울었다. 그 뒤의 일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처음 본 사람들의 위로가 귀에 들어올 리 없다. 그들이 토닥임이 나에게 닿을 리 없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 들리지 않아도 닿지 않아도, 누군가가 너무 필요해서.
 
그렇게 너와 다시 헤어졌다. 너는 나와의 끈을 이미 끊어버렸지만 아직 나는 너를 끊지 못해서. 얼마나 너와 헤어져야 진짜로 너와 헤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너는 이미 나와 헤어졌는데, 나는 너와 얼마나 헤어져야 진짜로 헤어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이제 이 감정은 나 혼자 정리해야 한다.
 
너를 좋아한다는 감정은 너와 나 둘이 만든 것인데, 이 감정을 지우는 건 혼자서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다. 그게 많이 힘들다.
 
계속 시간은 흐르고 있는데, 이렇게 흐르고 있는데. 왜 네 번호는 잊혀 지지 않는지, 왜 넌 아직 꿈에 나오는지. 왜 아직도 나는 힘든지. 왜 난 아직도 문을 잠그지 못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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