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헉!, 헉! 헉! 헉"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오늘은 놓칠수 없었다.
일주일 전이었다. 그놈을 발견하게 된건.
나와 똑같은 얼굴, 똑같은 표정, 똑같은 말투, 심지어 똑같은 패션센스까지.
처음 보게 되었을땐 그저 놀래서 아무 말도 할수없었다.
그러다, 집에 전화해 혹시 쌍둥이 형제가 있는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그저 엄청 닮은 사람이려니 하고,
문제는 그놈이 내행세를 하고 돌아다니는데 있었다.
다음날 출근하려는데, 안내와 경비를 겸하는 J가 말했다.
"K씨? 방금 올라가셨는데? 무슨일이세요? 뭔가 두고 오셨어요?"
"네? 아니 지금 출근했는데요. 무슨 말씀이신지?"
"아닌데? 방금 K씨가 저한테 아침인사하고 엘레베이터 타셨는데?"
"에이 무슨 농담도 오늘 만우절도 아니에요."
하며 별일 아니라는듯 웃으며 사무실로 올라가는 순간,
내자리에 앉아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순간 머리에 스치는 단어 "도플갱어"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마주보게 된다면 죽게된다고 했다.
잠시 숨어서 지켜보기로 했다.
그놈은 분명 도플갱어였다.
나와 똑같은 말투로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나와 그의 뒤를 쫓기로 했다.
퇴근시간이 되자,
사무실에서 나온 그놈은 마치 나처럼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길을 걸어갔다.
나는 몰래 뒤를 밟아 따라갔다.
지금 가는 방향은 분명 우리집 방향은 아니다.
내가 지금 거주하고 있는곳은 남쪽 다리를 건너 있으니까.
눈이 마주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그놈과의 거리를 벌렸고,
이윽고, 놓쳐버렸다.
"젠장!!"
주변을 좀더 찾아 봤지만, 그놈을 발견할수 없었다.
그놈이 나와 같다면 방에 들어가 저녁을 먹고 TV를 보다, 책을 읽으며 잠들것이다.
오늘은 더 나오질 않을껏이다.
그렇게 1주일을 쫓아 다녔다.
오늘은 놓칠수 없었다.
나의 생활을 빼앗은 그놈을 그냥 둘수는 없었다.
이미 품에는 긴 칼하나를 품고 있었다.
도플갱어는 같이 존재해서는 안된다.
하나는 죽어야 한다.
이미 머리속에는 그런생각으로 꽉 차있었다.
이제, 그놈의 집은 알아 두었다.
하지만 문으로 침투하기에는 서로 마주칠 위험이 있다.
오늘 낮에 미리 들어가 기다리기로 했다.
조심스레 문을 따고 들어갔다.
방안에는 무언가 모르게 쿰쿰한 냄새가 나는것 같았다.
"이런건 또 나랑 좀 다르네."
그리고, 놈이 올때까지 숨어 있을 곶을 찾아보았다.
"어디가 좋을까? 욕실? 옷장? 침대밑?"
'삐그덕' '삐그덕'
'철그럭' '끼~~익'
응? 아직 올시간이 아닌데?
급한데로 옷장에 몸을 숨겼다.
그놈은 문을 열고 들어와, 여기저기 기웃대기 시작한다.
욕실을 보러간 순간 조심스레 옷장을 열고 나와 그놈의 등에 칼을 꽂았다.
"크아아아악"
서둘러 놈의 입을 막으면서 칼을든 손에 힘을 주었다.
이윽고, 놈이 쓰러지고 난 일을 마무리 지을수 있었다.
"으하하! 으하하하핫!"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에 미친들 울부 짓었다.
'삐걱' '삐걱'
방문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떠드는 소리에 이웃이 온듯했다.
낭패다.
이미 옷과 손이 피로 젖어 있어 이대로 보여줄수는 없었다.
옷장으로 다시 숨어 들었다.
인기척이 없으면 다시 가겠지.
'철커덕' '끼~익'
응? 문을 열고 들어 오다니?
"!!!!"
그놈이다. 방금 욕실에서 죽였는데? 그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놈은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칼!
칼은 욕실에 누워있는 놈의 등에 꽂혀있었다.
낭패다.
욕실에 도달한 그는 능숙한 솜씨로 시체를 욕조에 늬우고 들고온 기름통을 부었다.
'콰아아~'
요란한 소리와 함께 흰 기체가 뿜어져 나왔다.
그놈은 욕실에서 다시 나와 문쪽으로 향했다.
'저벅' '저벅' '뚝'
옷장앞에 이르러서 걸음을 멈추었다.
"네 집을 찾아가보도록해."
짧게 한마디를 한 그놈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매케한 가스가 방안에 차올라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도 옷장에서 나와 볼수밖에 없었다.
욕실을 들여다 보니 이미 그놈의 시체는 녹아 없어지고, 욕조에는 검붉은 거품만이 남아 있었다.
"뭐지? 그놈은 뭐야? 그놈도 도플갱어인가? 집? 집을 찾아가보라고?"
무엇인가 쫓기는듯 문을 박차고 나와 집으로 향했다.
집? 집을 찾아보라고? 당연하지 내집은 여기로 가서 남쪽 다리를 건너면.....
도착한 곳은 바닷가였다.
"다리는? 집은?"
모든게 혼란스러웠다.
무너져내리는 무릅을 손으로 지탱하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어제? 내가 어제 어떻게 집에 갔지?
일주일전에 내가 뭐했지?
그놈의 뒤를 쫓고난 뒤에 난 뭘 했지?
"내.. 내가..."
'푹~'
"크아아악!!"
두꺼운 손이 입을 막으며 등뒤의 뜨거운 느낌은 더해져갔다.
"쿨럭~!"
피가 역류하여 입으로 쏱아졌다.
더이상 서있을 힘조차 없어 바닥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으하하! 으하하하핫! 내가!! 내가 해냈어!!!!"
하며 밝게 웃으며 뛰어가는 '내'가 있었다.
희미해져가는 의식속에서 그는 익숙한 발자국소리를 듣는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