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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심야 극장
게시물ID : panic_889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왕사자
추천 : 19
조회수 : 182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7/04 13: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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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심야 극장

 
난 공포영화 매니아다.

혼자서 영화보는걸 무척 좋아한다.

특히, B급 공포영화.

그 어설픔이 더공포스러움을 자극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볼 영화도 인터넷에서 호평보단 비평이 많은 영화였다.
 
하지만, 역시 스포를 당할세라, 평점정도만 보고는 일정 볼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도 작은 소극장에서 개봉되었다.

극장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몇몇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앞줄에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 무리가.

가장 뒷열엔 부부처럼 보이는 중년에 남녀가, 

그리고 내 우측편에는 제법 이뻐보이는 20대중반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난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화면이 어두워지고, 영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제작사의 로고가 끝나고, 화면중간에 붉은 글씨로 "심야 영화"하고 타이틀이 올라 왔다.

"오~."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폰트도 그렇고, 촌스러운 붉은색도 그렇고 여지없이 B급이다. 아니 잘하면 C급이다.

속으로 쾌제를 불렀다.
 
 
 
영화화면이 나오는순간 난 내눈을 의심했다.

화면에는 객석이 비춰지는것이었다.

앞줄을 여고생, 뒷줄의 부부, 나와 내옆의 아가씨 까지.

"어? 뭐지?"

난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나머지 관객은 미동도 없었다.

영화 내용이 원래 이런건가?

영화 화면에서 내 옆에 앉은 아가씨가 불쑥 일어섰다.

"아악!"

작게 비명을 지르며 옆을 돌아봤지만, 내옆의 아가씨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나는 놀라며 화면과, 옆자리 아가씨를 번갈아 봤다.

화면의 아가씨는 일어나서있지만, 옆자리 아가씨는 그대로 앉아 있다.

순간 깨닳았다.

아!, 이거 실시간 CG로 영화를 만드는건가 보다.

이야, 요즘 CG 기술 좋아졌다고 하더니만, 진짜네.
 
 
 
 
앞자리 여고생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아, 물론 화면에서 말이다. 내 앞자리 여고생들은 사이좋게 영화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와, 이렇게 구생해놓으니까, 색다르네, 순간 비평이 많은 이유도 짐작했다.

재미야 있겠지만, 이런식으로 자기자신이 희화되는건 좀 어색한 경험일 수 있으니까.

화면의 여고생들을 계속싸우다 급기야 한여고생이 다른여고생의 목을 칼로 찔렀다.

"헉"

순감 숨을 들어 삼켰다,

화면에서 피가 객석으로 튀는 장면이 상당히 리얼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내앞의 여고생들은 뭐가 재미있는지 연신 지들끼리 재잘되는듯 보였다.

 
 
 

이제 뒷쪽 부부다.

남자가 여자쪽 브라우스로 손이들어갔다.

물론 화면에서 말이다, 흡칫해서 뒤를 살짝 돌아봤자만, 여전히 그대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화면의 남자는 여자를 강제로 범하려고 하고 있었다.

"어어..?"

순간, 순간, 노출이 심한 부분까지 보인듯했다, 물론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점점 심한 노출이 보이는듯 하더니 이윽고, 남자가 여자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와. 이거 당사자는 기분 나쁘겠는데?"

곧 여자는 죽은듯이 손을 축늘어트리고, 남자는 도망가듯 화면에서 나가고 있었다.

 
 
 
 
옆자리의 여자가 어느세 내등뒤로 올라 왔다.

당연히 영상인줄 알면서도 흠칫 놀라며 돌아 보는건 어쩔수 없었다.

역시 내가 대상이 되니 조금 기분이 나빴다.

영상위의 여자는 내 어께 위로 올라가 앉았다.

내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다. 

순간.

옆자리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깜짝 놀라 뒤로 주춤했다.

여자는 말없이 극장을 나섰다.

역시 기분이 나빴나 보군, 하지만, 당하는 입장인 나도 기분 나쁜건 마찮가지였다고.

이윽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고.

나는 늘 그렇듯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엔딩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솔찍히 화면에 적힌 글짜들이 관심이 없잖아.

 
 
 
 
"저기, 손님?"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떳다.

"영화 끝났는데요?"

청소 알바생이다. 엔딩 크래딧을 보다 잠깐 잠이 들었나보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영상에는 나와 알바생이 비춰지고 있었다.

어라?

알바생을 보고, 화면을 다시봤다.

영상의 나도, 알바생과 화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영화 아직 하고 있나요?"

알바생에게 물었다.

"아.. 아닙니다. 이영화는 실험주의 영화라. 극장 객석을 촬영해서 화면에 비춰지고 있을뿐 영화는 끝났어요."

아. 그냥 계속 돌아가고 있었을뿐인가?

"아, 그래요? 그나저나 요즘 CG 기술 엄청 발달했나 보네요."

"네?"

"아까, CG로 다른 관객들 막 움직이고 그러던데."

"네? 아, 아닌데요? 이영화는 그냥 관객만 비쳐주는 실험주의 영화라, 되게 유명한 감독인데도 사람들이 욕하고 그러는데,
그래서 저희 영화관도 오늘이 마지막 상영이에요."

순간 머리를 맞은듯 띵한 느낌이 전해왔다.

그럼 내가본 화면은 뭐지?

생각하는 순간 알바생의 덧붙혔다.

 
 
 

"에이~ 고객님 무섭게 왜 그러세요?"

"고객님, 처음부터 혼자 보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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