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아침에(오전 11시) 일어나서 코를 팽 풀고 변기에 버리더군요.
평소에 워낙 휴지를 꼭꼭 접어서 좀 불안하긴 했습니다.
어쨌든 그 후 제가 응아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전 응아를 하면 한번 휴지로 닦고 물을 내리고 비데를 하거든요 (비데 노즐에 튈까봐..)
물을 내렸는데.. 아니 이것이 쿠르륵하고 힘찬 소리가 안나더군요.
불안한 마음으로 변기를 들여다봤는데 "헐! 시발"소리가 절로 나더군요.
요즘 장이 안 좋은 건지 고형의 그것을 본지도 엄청 오래 됐거든요....
휴지를 더 넣을 수도 없어서 휴지 왕창 써서 닦고 잘 접어 갖고 나와 휴지통에 버리고...
그리고 오빠한테 뭐라뭐라 했습니다.
자기가 휴지 내릴 땐 잘 내려갔는데 뭔 헛소리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똥이고 뭐고 하나도 내려간 게 없다고 이게 내 탓이냐고 했죠.
그런데 오빠가 관통기를 갖고 등장하길래 절대 보면 안된다고 말렸습니다.
제가 제 똥 보고도 토할 것 같은데 오빠 비위 엄청 약하거든요.
냄새는 또 얼마나 오진지...
제가 액체 뚫어뻥을 갖다 붓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 후.. 제가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변기뚜껑 열리는 소리가 나더군요.
제가 놀라 화장실 쪽을 돌아보니 오빠가 관통기를 들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화장실 문 앞에 서 있더군요.
"야..미안하다. 안되겠다"
제가 "오빠 잘못인 거 알겠지?"하자
오빠는 어.. 꿈에 나올 것 같아.. 근데 지금 잘잘못 따질 때가 아니라며 어떻게든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비닐로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튼튼한 비닐로 해야할 것 같은데.. 비닐을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얼마전에 홈쇼핑으로 가을코트를 사서
잘라펴서 하면 될 듯한 것이 있더군요.
그래서 이래저래 하겠다 했더니 오빠가 피식 웃으면서 그래라~하더라구요.
잠시 생각해보니 그런 비닐엔 이음새가 있잖아요? 잘못하면 찢어질 것 같아서 곧 그 비닐론 안되겠다 했더니
오빤 "내가 그래서 웃은 거야."라고..
악마같은 놈...
그리고 오빤 출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집 변기는 아직도 막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