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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던 농사꾼
게시물ID : gomin_16406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utt.
추천 : 1
조회수 : 26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7/01 0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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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키가 참 컸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그에게 뚜렷이 느낀 점이다. 
농사로 굳은살이 덮혀진 손은 억셌고, 다리와 팔은 길었다. 
거기에 보기좋게 벌어진 어깨. 

그 때의 그는 젊었다. 
커다란 몸집을 움직이며 농사일을 척척 해내던 그를 
나는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 

나의 할아버지. 

오래된 농사꾼의 이야기가 끝나려 하고있다. 

몇 차례에 걸친 암 수술로 많은 나이에 많은 장기를 걷어내고도
걸어 다닐 정도로 건강했던 나의 할아버지. 
그런 그도 
시계바늘에 끌려다니느라 
병과의 싸움을 이겨내느라 
그를 지탱하던 길고 탄탄한 뼈와 근육들은 
더 이상 그가 건강해보일 수 없게 변해버렸다. 
길다랬던 그의 다리는 더욱 가늘고 긴 새다리처럼 보였고
넓었던 그의 등은 굽어져 점점 과거의 그를 잊게 만들었다.

새벽에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고
준비를 하고 내려오라고. 
늦은 새벽에 택시를 타고 병원까지 달렸다. 
그리고 마주한 그는 내가 알고있던 
그의 모습보다 더욱 위태로웠다. 

넘어갈듯 가뿐 숨소리

앞으로 굽어 둘려있는 가슴 

푸르른 색을 띠며 부어있는 손 

뜨지 못하는 눈 

내가 본 그는 병상에서 호흡기에 의존하는 호흡으로 
간신히 연장하며 무지개를 밟을 준비를 하고있었다.  
낯선 그의 모습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저 그의 고통이 짧기만을 빌었다.  
나는 평생을 소박하게 농사를 짓던 이 사람이
언젠가는 아버지의 영웅이고 가족의 기둥이었던 이 사람이
나의 할아버지께서 후회없고 멋진 삶을 살았다고 믿는다. 
그렇게 떠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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