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기 무렵 통일 왕국을 이룬 뒤 강대국 대열에 들어선 일본은 한동안 한반도를 지배했다.”
이달 초 미국 보스턴칼리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이현(20)씨는 친구의 페이스북 글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Asia in the World’(세계 속 아시아)란 강좌의 교재에 일본이 4∼6세기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이 실렸다는 내용이었다. 중국 근현대사를 전공한 미국인 교수의 이 강좌 수강생은 200명이 넘었다. 이씨는 같은 대학유학생 기민형(21·여)씨와 의기투합해 이를 바로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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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얻은 정보를 토대로 본격적인 반박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제2기 한·일역사공동연구회 회의에서 양국 사학자들이 임나일본부설을 공식 폐기한 사실을 확인했다. 임나일본부설의 반박 근거인 광개토대왕릉비 해석까지 연구했다. 어릴 때 일본에 살아 일본어에 능통한 기씨는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알려진 ‘일본사기’ 내용을 반박한 일본 학자의 논문을 찾아 번역했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 15편의 논문 자료를 들고 담당 교수를 찾았다. 한동안 자료를 살핀 교수는 “미국 학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라 실수가 있었다”고 사과했다. 이 교수는 “저자가 수년 전 사망해 교재는 수정할 수 없지만 학교 웹사이트에 글을 올려 오류를 바로잡고 기존 수업계획에서 한 주를 따로 떼어내 한국사수업을 하겠다”고도 했다. 두 사람에게는 다음 달 26일 수업시간에 임나일본부설에 대해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