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잠을 잘 때도 결혼반지를 손에 끼고 잔다.
간혹 설거지를 하거나 세수를 하기 위해 반지를 빼면
상대방이 반지를 지니고 있다가
물일 하고 온 상대방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면서
"(초롱초롱) 나랑... 결혼해쥬세요"
"네에에~"
이렇게, 프로포즈를 반복한다.
(참고 - 과거의 프로포즈
신랑 "인감 가져와"
높이 "(머엉) 인감은 왜요"
신랑 "혼인신고 해야지^-^"
그리고 실제로 갖다바쳤다.
결혼 후,
어느 커뮤니티에서 각자 프로포즈 어떻게 했냐/받았냐는 글이 올라왔을 때
'그딴거 없었습니다'
저 짤방과 함께 저렇게 댓글을 달았더니
뭔가 미안해졌는지 매번 저렇게 프로포즈를 시도한다.)
하지만
임신 후에는 손발이 붓기 시작해서인지 (아닌가... 살쪄서 그런가...)
내 왼손 약지는 점점 반지의 구속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신랑이 내 손에 반지를 끼우면서 하는
"나랑, 결혼해쥬세요" 는
"나랑, 결호... (손가락 살에 걸림)... 겨... 겨... (끙차) 결혼해쥬세요..."
점점 버퍼링이 심해져가고 있었다
임신 5개월차였던 어느 날 (대략 17주 가량),
내 스스로 느끼기에도 손이 좀 부어있었고
이번에도 세수하고 온 나에게 굳이 신랑은 반지를 껴주려 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거부했지만
결국 신랑에게 손을 잡혔고
신랑이 내 손에 반지를 들이밀 때 난 두 눈을 꾸욱 감았다.
...어?
왜, 왜 쑤욱 들어왔지? ㅇ_ㅇ
당황해서 손을 보았다
뭔가 내 반지와 모양이 미묘하게 다른...데?
신랑을 쳐다보았다
신랑은 자신의 결혼반지를 내 손에 끼우고,
내 결혼반지는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끼고 좋다고 웃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허탈하고 비참하게 농락당했다. (사실 그렇게 비참하진 않... 비참한가?)
그리고 나는 이제 만 20주차를 넘었다.
총 임신기간의 딱 중간지점이다
오늘 아침, 세수를 하려는데
...드디어...
반지 빼는 것에 1분 이상의 시간을 소요한 것 같다
비참하다... (사실 비참보다는 심란...)
겨우겨우 반지를 빼낸 내 손가락에는 선명하게 반지자국이 남아있었다
아직 절반밖에 안 왔는데...
반지 빼고 생활하면 이 손가락에 살이 더 붙을텐데...
그럼 정말 반지 못 끼게 될텐데...
비참하다...
신랑은 웃으면서 목걸이 줄을 알아보겠다고 한다
뭔지 모르겠지만 더더욱 비참해졌다
반지에 11호, 12호 같은 것만 있는게 아니라
12.5호도 있다는걸 그 때 알았다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임신 출산에 관계없이 반지끼고 있을텐데...
비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