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저 어릴때는 국민학교 였지요. 당시의 저는 소심하고 잘 우는 아이여서 반에서 왕따까지는 아니어도 애들이 우습게 보는 그런 약한 아이였답니다.
(어린시절의 반향인지 지금은...말로 사람 이겨요....)
그날은 학교 시험 기간이었는데요.
90년대에 학교 다니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죽재질로 되어있고 직사각형에 손잡이 두개 달린 학원가방 아시죠?
시험기간에는 책을 안가져가도 되니까 그 얇은 학원가방에 그날 시험볼 과목 책이랑 가림판 넣어서 학교에 갔습니다.
학교에 와서 책상 옆 가방걸이에 학원가방을 걸어놓으려고 하는데.
그날따라 그 가방걸이가 되게 걸리는 거예요.
가방걸이가 떨어져 있는것도 아니고 고장나서 가방을 못거는것도 아닌데.
그날은 왠지 그게 그렇게도 너무나도 맘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닥에 주저않아서 가방걸이를 만지고 있었죠.
이게 왜 이러지 하고 몇번씩이나 가방걸이하고 씨름을 하고 있을때.
제가 앉아있어야 할 의자에 압정 두개가 놓여져 있는 거예요.
그것도 침이 위쪽으로 향한채로
저는 그 앞정을 덤덤하게 손으로 집어서 선생님 책상에 놓아뒀죠. 물론 침은 아래쪽으로 해뒀습니다.
그러고나서 제 자리로 돌아와서 앉았는데 같은 반 여자애 하나가 와서 저한테 압정 어쨌냐고 하더군요.
아주 덤덤하게 "선생님 자리에 갔다놨는데?" 라고 하니까 그걸 왜 선생님 자리에 가져다 놓냐고 오히려 저한테 뭐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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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제 자리에 압정 놨던 애들도 참 당황스러웠을거 같습니다.
저를 골려주려고 아침에 일부러 압정올려놓고는 그거 깔고 앉아서 울고 난리치는거 보려고 했는데.
얘가 평소에는 신경도 안쓰던 가방걸이를 만진답시고 바닥에 앉아서 끄적끄적 거리더니
자기 자리에 놓여있던 압정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서 선생님 책상위에 놓는걸 봤으니
자기들도 지금 뭔일이 일어나는건지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요?
덧붙여 저한테 그런짓을 했던 아이들을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지금와서 안다고 해도 이런 초딩놈들 ㅋ 이러고 넘어갈것 같아요.
약한 인간들이니 다른 아이들 괴롭히며 즐겼던 거겠죠.
제가 평생 살면서 책상걸이 하나에 그렇게 신경쓰였던 것은 12년의 학교생활 중 그때 한번이 전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