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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곡성. 극중 세명의 등장인물을 통한 영화 감상기.
게시물ID : movie_593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예!
추천 : 4
조회수 : 6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27 23:37:03
영화 후기의 대부분이 플롯의 인과 관계만을 찾으려 하시는데 제가 보기에 곡성은 그냥 단순히 "누가 악마고 왜 그가 악마냐." 에 대한 "합리적인 이야기 흐름 만들기" 정도로 치부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관념적인 부분에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하여 끄적여 봅니다.


영화가 말하는 대 주제는 나름 명확하게 보여집니다.

나름의 한문장으로 일축해 보자면

"악마는 맹목에서 잉태되고 그 맹목을 믿고 불의를 행할때 태어난다."


이는 영화 초반 시작되는 인트로에서 이미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놀라고 무서움에 사로잡혀서, 유령을 보고 있는 줄로 생각하였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희는 당황하느냐?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을 품느냐?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너희가 보다시피 나는 살과 뼈가 있다."


영화에서 이는 세명의 인물로 대신하여 나약한 인간으로 상징되는 주인공을 흔들어 댑니다.


1. 일본인

가장 핵심적인 등장인물 입니다.
극중 대상을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합니다.

많은 분들이 마지막 씬에서 보여지는 악마의 형상을 보고 그가 악마였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형상은 낫을 들고 그를 찾아간 신부의 맹목을 비추는 모습일 뿐이라고 여겨집니다.
(재미있게도 그가 "나를 만져 보아라" 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때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처럼 손바닥에 구멍이 있습니다. 이후 장면이 반복되며 천천히 악마의 형상을 가지게 됩니다.
만일 신부가 그에 대한 의심을 접고 그를 선인으로 보고자 했다면 아마 그는 예수의 모습으로 영화 마지막 씬에 등장했을지도 모릅니다.)

신부는 그가 악마일 것이라는 강력한 의심을 가지고 찾아갔고 그가 악마가 아님을 증명하면 떠날것이라 말합니다.

그러자 그가 말합니다.

누가 너를 떠나게 내버려 둔다고 했는가.

맹목의 특징, 즉 빠져들고 나면 스스로 헤어 나올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그는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존재로 묘사됩니다.
나약한 인간 맹목에 사로잡히면 가끔 환상같은 현실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현실같은 환상을 보며 살아가게도 하지요.

극중 등장하는 모든 살인을 행한 사람이 그 맹목에 사로잡혀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잃어버리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2. 무당(일광)

나약한 인간의 마음이 맹목으로 빠져들게 부추기는 관습이나 미신, 사회적 제도나 사건 등을 상징한다고 봅니다.

극중 가장 지배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증명 되지 않은 것에 대해 단호하며 물질(속물)적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몇가지 상징을 통하여 1의 일본인을 악인으로 단정 지었다가 뒤이어 자신이 잘못 안 것이라며 주인공을 속입니다.

나약하며 이중적인 인간의 감정을 갈등을 통하여 맹목으로 내몰기 위한 훌륭한 가속제의 역할을 합니다.


인간을 맹목으로 이끌기 위한 위의 상징들은 실제합니다. 때문에 그는 극중 실체가 있는 인간으로 등장을 합니다.


3. 여자 귀신

극중 2의 무당과 가장 극적으로 배치되는 인물입니다.
(일반적으로 1의 일본인과 대척점에 서 있다고 많은 분들이 판단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는 극의 초반부에 등장하여 결말까지 거의 관찰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마음속 연민과 후회, 자기 반성과 양심, 이성적 사고 등의 사람 마음 속에 내재된 선함을 상징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녀는 단 한번도 1의 일본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추격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를 경계하고 관찰할 뿐이지요.

인간의 양심이나 자기 반성이 이와 같습니다. 맹목에 앞서 스스로의 내면을 관찰하고 충고하지요.
(하지만 이는 실제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귀신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녀가 간접적으로나마 위해를 가하는 하나의 인물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2의 무당, 일광입니다.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사건들, 집착으로 빠져들게 하는 거짓말과 인간의 눈을 어둡게 만드는 미신, 종교, 혹은 악의적인 카리스마.
그녀가 그것을 상징하는 일광에게 가장 적대적이며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그녀가 그것들을 경계하고 부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구심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이 선함의 손길을 뿌리치고 2무당의 말을 따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들의 버려진 선한 자아처럼 쓸쓸히 어두운 골목길에 쪼그려 앉아 눈물을 흘리지요.



간략하게 정리해본다고 했는데 적절한지 어쩐지 모르겠네요.
간만에 좋은 영화 보고 집으로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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