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비행장에서 급양병으로 있으면서 겪었던 기괴한 일입니다. 당시 상병이 된지 3개월쯤 되는 여름이였습니다. 한창 더울 때라 매일 잘 때는 선풍기를 킨 채 창문과 생활관 문을 활짝
열고 잠에 들고는 했습니다. 저희 생활관 바로 앞에는 철조망이 있었고 그 넘어서는 밭과 산뿐이였는데 이상하게 그당시에는 유난히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많이 들렸습니다. 어쩔때는 기괴하게 여자가 우는 소리처럼 들릴 때도 있어 동기들과 후임들에게 말해도 다들 동물 소리로 치부했을 뿐이였죠.
저희 생활관에는 괴담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 수송대 운전병이 홀로 새벽에 차를 몰고 출근을 하다 식당 바로 옆에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생활관 바로
앞이 식당이였음) 사망원인이 불명인게 차 바퀴에 홀로 끼여서 죽었다는 것 입니다. 근데 그걸로 끝난게 아니라
이 병사와 친했던 수송대 동기나 후임들이 똑같이 꿈에서 이 병사를 보았다는 것 입니다.
키가 굉장히 큰 군복을 입은 남자가 천장에 머리가 닿아서 고개를 숙여 자신들을 쳐다보는 꿈을 꾸었다고...
그리고 그 사망한 수송대 운전병은 키가 컸다고 말이죠.
하지만 괴담은 괴담일 뿐, 귀신 보단 군대에서 아직 9개월이나 더 보내야한다는게 짜증나던 때였죠.
그러던 어느 날,
잠에 들다가 끔찍한 악몽을 꾸었습니다. 지금은 희미하게 조차 그 악몽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데 꿈에서 깨어나 시간을 보니 새벽 3시더군요. 저는 그날 오후조 였기에 편히 잘 수 있어 다시 잠을 청했는데 이상하게 잠이 잘 안오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20분정도 흘렀는데 갑자기 1층에서 2층으로 누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둔탁한 마찰음, 그건 분명 군화소리였습니다.
당시 군대에서 금연 캠페인을 한다고 생활관 내에 흡연구역을 다 없애서 병사들이 몰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곤했는데 전 당직병이 2층 화장실에 담배를 피러가나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군화소리는 화장실에 멈추지 않고 더 가까워졌습니다.
저희 생활관은 중앙계단을 기준으로 2층 좌쪽 끝 8생활관이였는데 군화소리는 저희 생활관으로 향하는 것 이였습니다.
전 의아했습니다.
그날 당직은 우리 생활관에 있던 것도 아니였고 새당이 있는 것 도 새당을 깨울 시간도 아니였기 때문이였습니다.
저는 궁금증을 품고 문쪽으로 몸을 돌려 살짝 실눈을 뜬 채 지켜보았습니다.
그날도 역시 문을 열고 잤었거든요.
이윽고 가까워진 군화소리는 저희 생활관 앞에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놀랐습니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아무리 봐도 처음보는 사람이였기 때문이였습니다.
키가 170 정도 되는 왜소한 체형의 군복을 입은 사람이 문앞에 가만히 서 있었는데 이상할 수 밖에요.
하지만 이상한건 그 다음부터 였습니다.
제가 생활관 문을 기준으로 좌4 (좌측 4번째 자리)에 있었는데 우1로 그 병사가 가더니
자고 있는 제 맡후임에게 "박xx 상병 노래방 가자" 하면서 손으로 몸을 흔들기 시작하는 겁니다.
한번, 두번, 세번..... 하지만 이상하게도 제 맡후임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던 다른 맡후임에게 가서 똑같이 "오xx 상병 일어나서 노래방 가자?" 하며 손으로 몸을 흔드는데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우4로 왔는데 온몸에 소름이 쫙 돋으면서 이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지만 무서워 실눈만 뜨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전 이제 아 ㅅㅂ ㅈ됐네 하는 마음으로 가만히 있었는데 이상하게 저는 손으로 흔들지 않고 가만히 쳐다보기만 하는 겁니다. 마치 제가 안 잔다는 걸 안다는 듯이 말이죠. 3분정도 있다 저는 건너뛰고 제 옆에 있는 동기에게 노래방 가자고 말을 하며 손으로 몸을 흔들었지만 역시나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미동도 하지 않은채 말이죠...
저는 너무나 무서워 눈을 감았습니다. 빨리 이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말이지요.
우측에 있던 동기들의 순서가 모두 끝나자 그 병사는 아무 말 없이 둔탁한 마찰음을 내며 밖에 나가더군요.
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을 떳습니다.
근데.............
그 병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문 앞에서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제 자리로 몸을 돌린채 말이죠.
저는 생전 처음으로 엄청난 공포를 느끼며 벌벌 떨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귀에서 이런 말이 들리더군요.
"너 안 자고 다 보고 있었지?"
너무나 무서웠지만 이대로는 죽겠다 싶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침대요를 걷어차고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자리엔 아무도 없더군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날 아침 후임들과 동기들에게 얘기를 해봤는데 다들 개소리라면서 구라치지 말라더군요.
당직병한테 말할까 해봤지만 친한 선임도 아니고 해서 가만히 묻어뒀고 그 이후로는 본적 없었고 군생활도 별 문제 없이 잘 해내고 전역했지만 그 당시 기억은 가위로 치부하기에는 느낌이 너무 생생했었어요. 그리고 결정적인건 관물함 서랍에 넣어두었던 시계를 관물함에 꺼내 두었던 그 자리에 있었으니..... 없던 일이 아니였죠.
ㄴㅏ중에 군대 전역하고 선임이였지만 친했던 친구에게 들었던 썰인데 자기 후임도 당직을 서다 답답해 잠시 밖에 나갔는데 처음보는 어떤 군인이 문을 잠구고 자신을 빤히 쳐다본 썰을 얘기해준 적이 있는데 혹시 그 귀신이 아닌가 싶더래요. 뭐 진실은 알 수 없겠지만 살면서 처음으로 겪은 귀신 썰이였네용.
쓸 때는 닭살 돋으면서 썻는데 막상 읽어보니 별로 재미는 없네요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