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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가 좋아졌어.
수업시간에 늘 앞에 앉는 나였지만
너를 보고싶어 수십번도 뒤를 더 돌아보았어.
그때마다 너는 앞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와는 눈이 마주치지 않았지.
수업시간에 늘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는 나였지만
너와 함께 있고 싶어 늘 알람을 앞당겼어.
학교에 일찍 도착해 강의실 문을 열기 전에
늘 생각했어 너가 와 있을까 하고 말이야.
그때마다 너는 다른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고
그래도 내심 기뻤어
일찍 일어난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었고.
겉으론 그런 내색 하나 하지 않으며
너와는 아무말 안하고 홀로 떨어져 앉아있었지만
사실은 속으론 바라고 있었어
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이야
어떤 핑계를 대며 말을 건낼까 했지만
너는 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
언제 혼자있는 널 보게될까 기대했지만
너와 친구는 늘 함께였지.
그래서 더욱 너에게 말을 건내지 못한거일수도 있어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티가 나서
다른사람들 입에 너와 내가 오르내리게 된다면
너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너에게 말을 건낼수 있는 방법은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너와 너의 친구들 모두에게 말을 건내는 방법밖에 없었어.
내가 열마디 스무마디 말을 건내도
너에겐 두마디 세마디 밖에 돌아오지 않지만
그래도 좋았어.
어느날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있는것이 아닌
너 혼자 길을 걷는걸 봤어.
당장이라도 달려가 말을 건내고 싶었지만
나라는 사람은 너무나도 소심해서
혹시 너가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걸어서 다가갔어 그래도 조금은 빠르게 걸었지만 말이야
그리고 조심히 말을 걸었어.
'어디가?"
밥을 먹으러 간다는 대답에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어.
수십번도 바라던 상황이었어.
너가 홀로 있고 밥을 먹을 시간이었던 이 상황을 말이야.
그런데 나는 너무나 소심해서
곧바로 '밥 먹으러갈까?' 라는 말이 나오지 않더라
그래도 이런 기회가 또 없지 싶어서 간신히 용기를 내서 말했어.
'그래? 그럼 밥먹으러 가자 사줄게'
너가 느끼기엔 1초도 걸리지 않는 시간이었겠지만
내가 저 말을 상상속에서 현실로 내뱉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어.
긴장된 내 얼굴을 들킬까. 혹여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너의 대답도 듣지 않고 곧바로 몸을 돌렸어.
그리고 천천히 따라오는 너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나는 그대로 멈출뻔 했어. 너무 좋았거든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어.
그리고 왜 학교 주변엔 너와 함께 먹을만한 음식점이 없는지
파스타, 일식집, 스테이크같이 어느정도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 없는지
내심 원망했어. 너와 처음 밥을 먹는데 그래도 멋져보이고 싶었거든.
그나마 있는 곳 중 분위기 조금 있는 곳으로 향해 너와 마주 앉았어.
서로 멀뚱히 바라보긴 뭐해서 계속해서 너에게 말을 건내고 질문했어.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너에게 뭐라 말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너가 무어라 대답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아.
너무 긴장했나봐. 그때 너의 앞에선 웃고 농담하고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대화를 나누다 대화가 끊기고
가게에서 틀어주는 노래의 가사가 그 틈을 매울때마다
내 머리속에선 끊임없이 다음 대화의 주제를 찾았어
재미없어 하면 어쩌지? 어색하면 어쩌지? 걱정했어.
공백이 3초만되도 방송사고나는양 마른 입술을 물어 뜯었지.
밥을 절반쯤을 비웠을까? 내가 미쳤었지.
너에게 직구를 날렸어. 돌직구까진 아니었지만
너무 긴장해서 머리가 고장났었나봐.
나는 너에게 물었어.
'나와 이렇게 밥먹는거 부담스러워?'
뱉어놓고 아차 싶더라. 내가 뭐라고 저런 질문을 할까 하고 말이야
너와 이렇게 오랜시간 많은 대화를 나눈적이 없어서
내뱉지 못할 말, 내비치지 말았어야 할 마음, 내놓지 말아야할 긴장을
너에게 던진건 아닐까 말이야.
그리고 너의 대답은 보다 날 우울하게 만들었지.
'편하지는 않죠 뭐 우리가 같이 먹을만큼 친한건 아니니까.'
그 뒤로 뭐라 웃으며 대화를 나눈것 같긴 하지만
이 다음 이야기는 정말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더라.
아마 횡설수설 했을꺼야. 했던말 또 하고 또 하고
그렇게 멍하니 밥을 먹고 너와 헤어졌지.
나는 집으로 너는 강의실로.
집에와서 침대에 누워있는데.
그 말이 계속 떠오르더라.
바보자식이 그런걸 왜 물어봐서
나 자신에게 한탄도 하고 말이야.
한숨을 내쉬고 혹시나 너에게 연락이 오지 않을까.
휴대폰을 만지작거렸지만 너에겐 연락이 오지 않았어.
무료해진 내 손가락은 이것저것 클릭하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커뮤니티에 들어갔어.
그리고 너와 헤어지고 약 한시간 후에 올라온 글을 발견했지.
그 커뮤니티를 너만 하는것은 아닐꺼고
자세한 상황설명도 적혀있지 않았고
그냥 그저 '남자친구도 아닌데 남자친구인척 하는거 부담'된다고.
그렇게 자유게시판에 올라와 있엇지.
나에게 한 말이 아닐수도 있고. 너가 쓴 글이 아닐수도 있어
누군지 모르는 제 3의 인물이 타인을 겨냥해 올린 문장일 수 도 있지만
그 문맥의 화살은 나를 뜨금하게 만들더라.
혹여 내가 너에게 부담이 된것은 아닐까.
너에게 너를 좋아한다는 티를 내려 하지 않았지만
혹 들킨것은 아닐까.
내가 은연중에 너에게 남자친구처럼 행동한것일까?
너와 처음 밥을 먹은것이지만.
그 사실에 마취되어 나 혼자 진도를 나간것은 아닐까?
뜨끔하더라.
한참을 끙끙거리며 아니야 아니야 너가 쓴게 아닐꺼야 하며 애써 부정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너가 썼다고 믿게 되더라. 너가 쓴것 같더라.
절망에 빠져서 에효 나란놈은 그럼 그렇지 하면서
멍하니 아무생각없이 인터넷을 하는데 이런 문구가 나오더라
'남자는 정말 좋아하면 그렇게 소극적으로 안해 너 좋아한다는 티를 마구내지'
짜증이 확 나더라고.
모든 남자가 그럴줄 아나? 나같은 정말 소심한 남자도 있는데 말이야.
너에게 말을 건내기까지, 너와 밥을 먹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린 남자들도 있는데.
그리고 내가 너를 좋아하는게 너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혹여 들키진 않을까 전전긍긍 하는 남자도 있는데.
너인지 확실하지도 않은
다른사람이 썼을수도 있던.
그런 문장에 뜨끔하는 나도 있는데.
왜 남자는 적극적이라고 하나로 묶는건지.
그렇게 짜증내며 휴대폰을 끄고 침대에 누웠어.
내가 너를 좋아한다면
인터넷속 남자들처럼 보통의 남자들처럼
보다 더 적극적으로 너를 좋아한다고 나서야 하는걸까?
여러모로 고민스럽고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