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루니, 중앙 미드필더로서 적합한가?
잉글랜드의 악동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 소속팀과 이번 유로2016에서 그가 맡은 롤은 팀의 '중앙 미드필더' 이다. 그의 포지션 변화에 대한 평은 대체로 좋지 못하다. 이름값 때문일까? 정말로 못해서일까?
우리는 잉글랜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철저하게 분리하고, 그에 맞는 관점에서 루니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먼저 잉글랜드의 관점에서 그를 살펴보자. 현재 잉글랜드는 다이어-루니 로 이루어져있는 중원을 사용중이다. 근데 둘은 그다지 호흡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경기력 또한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잉글랜드의 빌드업 상황을 살펴보자. 잉글랜드에게는 타 팀과 확연하게 다른 차이점이 존재한다.
바로 수비진영에서 올라오는 빌드업에서의 차이점이다. 위의 사진을 살펴보면, 루니와 다이어가 같은 라인 안에 서있고, 센터백이 뒤 쪽에 분포해있는 모습이다. 빌드업에 관심이 많고, 축구를 좀 더 보다 자세하게 시청하는 축구 팬이라면 이런 형식의 빌드업은 약간 이질적으로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잉글랜드 중앙 수비수들은 거의 빌드업에 관여하지 않은 채 뒤 혹은 옆에서 머물기만 한다. 비단 이 상황 외에도 루니와 다이어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같은 라인에서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두 명의 미드필더가 같은 라인에서 빌드업을 시도하지 않는다. 한 명의 미드필더가 내려가고 뒤쪽 센터백 두명이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세 명이 후방 빌드업을 담당하고, 남은 한 명의 미드필더는 앞쪽에서 후방과 전방의 연결고리와도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헌데 현재의 잉글랜드는 그렇지 못하다. 두 명의 미드필더 모두 내려와있기 때문에 중원이 텅텅 빈다. 그럼 2선에서 내려와서 공을 받아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했을 경우 전방 머리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공격자체가 흐지부지해지는 것이 현 잉글랜드의 수준이다. 루니는 그저 뒤쪽에서 다이어와 라인을 맞춘 채 측면 풀백이나 공격진에게 볼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빌드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필자 역시 안타깝지만 현 잉글랜드에서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볼 배급이라는데에 이견이 없다.
다른 상황이다. 루니가 볼을 잡고 있고, 역시나 중원은 텅텅 비어있다. 다이어가 그 안 쪽의 공간으로 들어가주어야 하는게 맞다. 원래의 팀이라면. 헌데 다이아는 그런 선수가 아니다. 후방에서 단단하게 포백만을 보호해주고, 공격쪽으로는 제한된 상황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 이 상황에서 역시 루니가 택한 방법은 횡패스다.
위 사진을 보면 좀 더 그 상황의 심각성이 나타난다. 필자는 월드클래스 중앙 미드필더들을 제외한 그 누구라도 저 상황이라면백패스와 횡패스만을 선택할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루니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현 잉글랜드에서 루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 것들 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잉글랜드에는 다들 알다시피 모드리치처럼 쭉쭉 전방패스해줄 수 있는 자원도 없고, 이니에스타처럼 적들을 이끌고 다니며 공간을 창출해줄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없다. 이 쯤되면 윌셔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는데, 윌셔는 15/16시즌을 부상때문에 거의 통째로 날려버렸다. A매치에서 역시 60분 이상 경기를 치룬 적이 없다.유로2016은 단기 대회이며, 최대한 변수를 줄여야한다. 그런 상황에서 거의 도박에 가까운 윌셔 기용은 잉글랜드로서 정말 최악의 경우에만 택해야 할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잉글랜드는 루니를 기용해야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이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관점으로 생각해보자. 관점이 바뀐 시점부터 루니를 옹호할 문장은 단 한 문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선발 인원에 한계가 있는 국가대표와는 달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클럽이 기용할 수 있는, 루니보다 나은 자원은 세계 각지에 널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좀 더 높은 클래스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그들의 미드필더가 된 웨인 루니를 언제든지, 얼마든지 내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원에 절대 알맞는 선수가 아니다.
(▲ 이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적합한 선수가 아닌 웨인 루니)
그는 기본적으로 활동량이 크게 제한되어있는 선수이다. 이에 그의 파트너는 상당히 제한된 롤에서 플레이 해야한다. 마치 다이어처럼 말이다. 물론 다이어가 원래 그런 성향의 선수이기도 하지만, 어느정도 웨인 루니의 영향이 없지는 않다고 본다. 웨인 루니와 같이 파트너로 활약하는 미드필더는 루니의 적고 한정되어있는 활동량에 의해 수비적인 선수를 기용한다. 혹은 그런 선수가 되어야 한다. 이는 곧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시 하고 있는 '중원 머리싸움' 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야한다는 뜻이 된다. 현대 축구에서의 중원 싸움은 웨인 루니라는 고액 주급자 때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포기하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고지이며, 웨인 루니가 물러나야 할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 유로2016, 루니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파트너 에릭 다이어)
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웨인 루니는 물러나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다시금 잉글랜드로 돌아와보자. 잉글랜드에서 그나마 안정적으로 꾸릴 수 있는 중원 라인이 루니-다이어라고 설명했다. 그럼 이 상황에서 잉글랜드는 어떻게 그나마 더 나은 빌드업을 해야할까 생각해보자. 답은 가까이 있다. 토트넘을 생각해보라. 다이어는 수비적이고 빌드업에서 그렇게 두각을 나타낼 수 없는 선수이다. 그럼에도 토트넘이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건, '센터백' 에 답이 있다. 베르통언과 토비 알더베이렐트는 빌드업에 능하다. 훔멜스-보아텡 뭐 이런 수준은 아니지만, 충분히 EPL에서는 통하는 자원들이다. 그들이 있기에 토트넘은 중원에 다이어를 배치함에도 충분히 빌드업으로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보자. 잉글랜드에 그런 빌드업이 되는 센터백 자원이 있는지. 스몰링?케이힐? 모두 적합하지 않다. 그럼 잉글랜드는 어떻게 해야하냐고? 그냥 이 상태에 머물러있을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데, 잉글랜드는 원래 이런 팀이다. 이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필자는 루니의 잉글랜드 중원 기용문제는 잉글랜드에 대한 큰 기대에서 벌어진 해프닝 정도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