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문득 너의, 까맣고 윤기나는 머리가 생각났다.
정말 문득 너의 머리를 다시 한번 만지고 싶어졌다.
나는 네 눈동자를 정말 좋아했다.
너의 시선이 닿는 곳에 내가 있었고 나 또한 너를 바라보며 웃었다.
너의 눈빛이 햇빛과 맞닿아 부서질 때
네가 고개 숙이며 웃을 때, 너의 속눈썹 또한 아름다웠다.
너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너는 나에게 너무나 맑은 공기와 같은 존재여서
널 만나고 온 날 흠뻑 너를 들이마신 후엔 핑, 현기증이 났다.
산소가 내 몸 깊숙이 흡수되는 것처럼.
혈관 속에 산소가 채워진 세포들처럼.
너는 너의 존재만으로,
아무 말하지 않아도 좋았다.
너를 좀 더 깊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너의 모습 이대로
살짝 미칠 듯한 간절함으로,
널 보면 아직도 어지러운 아쉬움으로,
마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