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원에 거주하는 한 시민입니다.
때는 13년도쯤 정용화가 기타를 치는게 너무 간지나보인 나머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기타를 구매해 한참 연습할 시절이었습니다.
그날은 오랜만에 공부를 해서 그런지 넘나 피곤해 알람도 끄고
집에서 늦잠을 잘 계획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단잠에 빠져있는데 갑자기 베토벤의 월광곡이 막 울리길래
'아 이거 알람을 안껏나...' 하고 생각하는데 그러기엔 소리가 너무 작고
꿀잠을 자기엔 방해되는.. 마치 귓가에 울리는 모기의 에에에엥소리같은 느낌에
짜증이나 시계를 보았더니 시간은 오전 8시...
오전 8시에 피아노를 치지 말란법은 없지만 제 방이 화장실과 붙어있어 소리가 화장실을통해 울려
안그래도 무서운 월광곡인데 이거 뭐 아침부터 귀신이 나올거같은 무서움에 잠도 달아나고
너무나 짜증이 나는 나머지
화장실로 가서 "그래.. 너만 악기하냐 나도 악기할 줄 안다!!" 하며 소리를 한번 질러주고
바로 합주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월광곡을 따라친게 아니고 기타를 시작하게된 계기인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를... 신나게 스트로크하면서 외토뤼야 외토뤼야 따리디리다라뚜!!!
노래까지 불러가며 월광곡과 대항해 맞서싸웠습니다.
윗집사람도 나의 외토뤼야를 인식했는지 빠른템포의 곡으로 대항하더군요..
그렇게 한 10분간 배틀했는데..
'하.. 이거 이렇게 하면 아랫집한테 나도 같은사람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요
'그래.. 내가 졌다..' 라고 생각하며 스트로크를 멈추는 순간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는겁니다..
놀란나머지 기타를 멈추고
'헐.. 찾아왔나? 내가 너무 시끄러웠나? 어? 피아노 소리가 안들리네? 윗집사람인가? 헐 쪽팔려 큰일났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데
집에 있던 누나가 "아 씨 그러니까 좀 조용히 하랬자나 어쩔거야!"
라면서 짜증을 내 저를 더 미안한사람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미안하고 쪽팔려서 숨어있고 누나가 문을 열었는데
윗집사는 남자 꼬맹이가 상추랑 깻잎을 들고 찾아와서는
"안녕하세요? 저희 어머니가 이거 갖다드리래요 죄송합니다." 하고
정중히 사과를 하고 가더라구요...
하 이거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왠지 내가 이겼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고...
그 후 그 집에서는 피아노소리는 오후부터 들리게 되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배틀때문에 시끄러우셨을 아랫집 이웃에게도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ㅠㅠ
근데... 상추에서 애벌레 나옴.. 노림수는 아니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