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에 헤어진 연인이 봄을 뺏어갔다는 글을 보자 여러생각이 들었어요.
제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저 역시 세 계절을 보낸분에게 버림받아 매우 힘든 봄을 보냈어요.
두어 번의 긴 연애가 끝나자 어느새 혼기를 훌쩍 넘긴 혼자남은 아저씨가 되어있더군요.
그래서 기왕 늦은 거, 새로 올 사랑은 더욱 더 배경을 생각하지 말고 사랑만 생각하자 다짐했어요.
마침, 자기계발을 하다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어요.
몇 번의 만남끝에 호감을 전하자 취업을 할때까지 기다려달라더군요.
그녀의 말에 재취업 준비가 안된 그녀를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항상 함께하지만 마음을 다 주지 못하는 그녀를 반년 간 기다리며 인내했지만
결국 년초 취업을 하자 변하더군요.
제 모든 걸 맘에 안들어하고, 항상 서운하게 하고, 더이상 나를 남자로 안보는 눈빛.
결국 버림받았어요.
초여름 만났기에, 세 계절만을 보냈기에, 추운 겨울에 너무 힘들었기에 이번 봄은 같이 따뜻해지고 싶었지만
그녀는 저를 좋아한 게 아니었나봐요. 그래도 함께한 시간들이 저에겐 너무도 소중해서, 아직도 보고싶어요.
봄을 혼자 보내며, 퇴근하며 그녀가 좋아하던 회사근처 샛강다리를 지날때마다 혼자 이 시를 읊으며 많이 울었어요.
이제는 세상의 하고많은 사람 중 하나일 뿐일,
그러나 그리운 사람인 그녀가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홀로 치열히 봄을 버텨온 다른 혼자인 분들에게 이 시를 전합니다.
사랑
김 용 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세상 하고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은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