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만 되도 압니다. 인간은 천사도 악마도 아니라는 것을. 인간이 때때로 한없이 이기적이고 잔인한 냉혈한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매일 뉴스를 통해 다들 확인하지 않던가요? 하지만 바로 그 뉴스를 통해서 인간이 때로는 한없이 희생적이고 친절하고 따뜻해질 수도 있다는 진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 안에는 빛과 어둠, 선과 악, 사회적으로 선호받는 성격 특질과 혐오받는 특질이 함께 있습니다. 학자들이 성선설, 성악설로 괜히 논쟁하는게 아니죠. 다 우리 마음이 지닌 양면성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인간 마음의 밝은 면 뿐 아니라 어두운 면도 함께 보려고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 저 유명한 밀그램의 실험이나 스탠포드 감옥 실험 같은 다양한 연구들이 수행되어왔지요.
그 결론은?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인간이 '상황'과 '조건'에 따라 선해질 수도, 악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도덕적 판단과 행동과 관련된 사회심리학 연구들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우리가 얼마나 상황에 따라 얼마나 친절해질 수도 있고 잔인해질수 있는 지가 전부라고 표현할만큼 우리는 자기 바깥의 것들, 특히 자신이 속한 사회와 공동체의 영향을 깊게 받습니다. 그것이 나의 내면의 선과 악이라고 할 지라도 말이죠.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42년, 백인들만 다니던 고등학교에 최초 입학한 흑인여성 Dorothy Counts,
그리고 그녀 주변의 순진무구(?)한 악당들...
인간 내면의 어둠에 대한 숱한 연구들 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것은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Jones와 Paulhus의 '어둠의 3요소the dark triad'입니다. 이들이 인간 내면의 어둠을 대표하는 세 가지 요인을 추려내고 그것을 측정할 수 있는 '어둠의 3요소the Dark Triad' 척도까지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우리 안의 악을 질타하기 보다는 학자답게 그것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일에 도전한거죠. 물론 이것처럼 스스로 채점을 매기는 류의 자기평정식self-rated 척도들은 자기 점수를 자기가 매긴다는 점에서 객관성이나 사회적 바람직성(말 그대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대로 응답하는 경향)의 문제를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직접 실시해 볼 어둠의 3요소 척도는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표준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오리지널 척도의 신뢰도와 타당도가 확보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문항 수가 27문항으로 짧다는 점에서 매우 간편하게 테스트에 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후후후... 이쯤되면 아마 어둠의 3요소 검사가 도대체 뭔지 궁금해지셨겠죠? 그럼 일단, 검사 한 번 하고 가입시다~
검사링크 1 : http://bit.ly/25QJenQ
검사링크 2 : http://bit.ly/1OmAhyo
(둘 다 같은 검사인데 하루에 결과발송량이 제한되어 있어 세 개의 링크로 나누었습니다. 부디 1번 링크만 누르지 마세요 T-T)
다 하셨나요? 아마 검사 실시 후 결과가 pdf 파일로 왔을 겁니다. 설마 전부 높게 뜬 분이 있다면, 당신은 지구정복을 꿈꾸는 마왕일지도 모릅니다. --;
검사결과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임상용으로 표준화된 척도가 아닙니다. 다만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데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요. 서설이 길었네요. 그럼, 이제부터 어둠의 3요소 각각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만화 원피스에 아오키지, 키자루, 아카이누 3대장이 있다면, 우리 안에도 어둠의 3대장이 있습니다.
어둠의 3대장, 아니 3요소, 이것들이 높게 나타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어둠의 화신, 다크니스에 사로잡힌 소울, 혼이 흑화된 것일지도...
얘들이 괜히 어둠의 3대장이 아닙니다. 하나씩 살펴 볼까요?
마키아벨리주의는 냉혹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인간관계도 전략적-계산적으로 맺는 사람들이 지닌 특징입니다. 보통 미드 왕좌의 게임의 타이윈 라니스터 캐릭터가 이것의 대표주자로 언급되곤 합니다. 자신의 가족들마저 장기말로 활용하는 그 얼음같은 성정, 가까이 두기엔 넘나 무서운 캐릭터죠. 간혹 이 마키아벨리주의를 싸이코패스와 혼동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 둘의 차이는 바로 '전략'입니다. 전자는 계획을 세우고, 동맹을 맺고, 긍정적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물론, 그게 자신에게 이익이 되니까), 후자는 충동적이고, 가족도 아웃오브안중, 그리고 자신의 평판에 거의 신경쓰지 않습니다(Hare & Neumann, 2008). 앞에서 타이윈 라니스터 예를 들었는데, 이들 마키아벨리주의자들은 그래도 가족 구성원들을 조종하는 건 삼가한다고 합니다(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이러한 성격 특질은 때때로 사회적, 경제적 성취를 이루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치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가만 보면,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용인술'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는 마키아벨리주의자들인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는 결국 사람들과 진실한 관계를 맺는 것을 어렵게 만들며 다른 사람들이 이러한 조종을 눈치챌 경우 되려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험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잃는 것은 진부하지만 우리 삶의 전부인 '사랑'입니다. 타인으로부터의 계산되지 않은 신뢰와 사랑을 받아본, 혹은 주어본 사람은 잘 알겁니다. 그것이 얼마나 우리의 행복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말이죠.
나르시시즘은 우리말로 보통 자기중심성으로 번역되며, 말 그대로 우주의 중심이 '자기'인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이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과장하고 그러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저지르며 그것이 위협받을 땐 심지어 공격적인 행동까지 보입니다. 이들은 마키아벨리주의나 싸이코패스와 비슷하게 타인을 조종하고 섬뜩할 정도로 냉혹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좀 다릅니다. 과장된 자기 이미지와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자기 불안감 사이의 충돌. 그것이 나르시시즘입니다. 누군가 떠오르시나요? 전 백설공주의 왕비가 떠오릅니다. 거울에 떠오른 자기-이미지를 이상화하고, 그것에 위협이 되는 존재에게 독사과를 먹이는 그 잔인함!
뭐셔? 나보다 더 예쁜애가 있다규?
이러한 성향은 사실 누구나 다 어느 정도는 갖고 있고 되려, 약간의 나르시시즘은 정신건강의 지표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정신분석 전통에선 아이들이 발달 초기에 보이는 나르시시즘("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어!")은 정상이고 되려 성인기의 건강한 자아존중감의 바탕이 된다고까지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성인이 아이들이나 보일법한 나르시시즘을 그대로 지니고 있을 경우겠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 사랑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타인에게도 그 사랑을 강요합니다. 그래서 나르시시즘이 매우 높은 사람들은 처음엔 매력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그 넘치는 자신감!), 이내 당신을 지치게 만들 겁니다(더! 더! 나를 칭찬하란 말이야!). 가급적 이들은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
싸이코패스는 무자비하고 냉혹하며 즉각적인 보상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거나 자기통제력과 정서가 결여되어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마키아벨리주의와는 달리 '충동성'이 높아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장기적인 이익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대중매체에서 흔히 이들 싸이코패스를 굉장히 용의주도하고 냉혹한 킬러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경우 이들은 증거를 질질 흘리고 다닐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을만큼 즉흥적이고 충동적입니다. 누군가 자신을 화가 나게 했을 때 용의주도하게 준비를 해서 복수하는 쪽이 마키아벨리주의라면, 이들은 그냥 바로 그 자리에서 아무거나 손에 쥐고 바로 휘두르는게 싸이코패스이죠. 그래서인지 이들은 종종 대담하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히히, 니가 날 놀렸겠다?
지금까지 언급한 어둠의 3대장, 마키아벨리주의, 나르시시즘, 싸이코패스는 셋 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들 자신의 행동 '동기'를 은폐한다는 점.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자기 속마음을 감추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친구가 되려 하지 않죠. 그래서 이들은 외롭습니다. 결국 이들에게 남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입니다. 아무도 그들 곁에 남아 있지 않죠.
심리학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빛 뿐 아니라 어둠도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죠. 당신 안에, 내 안에, 우리 안에 악마나 천사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우리는 언제 어느 때라도 천사가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심리학은 우리에게 새로운 윤리적 과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상황'에 지배되지 말 것,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 것, 그리고 항상 내 안의 어둠을 '경계'할 것.
어둠의 3요소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그러니 부디, 타인에 앞서 우선 자기 안의 마키아벨리, 나르키소스, 싸이코패스부터 돌아봅시다.
-쫑-
덧. 오늘의 심리학 다음 주제를 댓글로 추천해주세요
1) 오잉? 스트레스가 좋은 것일 수도 있다규?
2) 불행한가? 5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3) 12시간 안에 똑똑해지는 법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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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및 검사출처
Jones, D. N., Paulhus, D. L. (2014). Introducing the Short Dark Triad (SD3): A Brief Measure of Dark Personality Traits in Assessment, 21(1), pp. 28-41.
Hare, R. D., & Neumann, C. S. (2008). Psychopathy as a clinical and empirical construct. Annual Review of Clinical Psychology, 4, 217-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