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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정화할 것을 명한다.
게시물ID : panic_884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양산형오징어
추천 : 30
조회수 : 1667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6/06/12 15: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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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음."

"일부러 죽인게 아니야, 아니라고! 그러니까 제발 살려줘! X발 살려달라고! 이거 풀어라고 새끼들아!"

"일부러 죽였건 모르고 죽였건, 어쨋든 니가 죽인거야. 그냥 조용히 들어가도록 해라. 뒤에 서있는 애들 요동치게 만들지 말고.

그리고, 살려달라니? 넌 이미 죽었어. 단념하고 들어가, 금방 끝나."

"안돼... 제발 살려줘... 안돼...! 안돼!!!!!!!"



 줄의 제일 앞에 서있던 사람이, 아니 영혼이 거칠게 반항하며 들어갔다. 그것을 보며 줄을 서있는 영혼들의 떨림이 더 심해졌다.

하지만 모든 영혼이 떨고 있진 않다. 몇몇 영혼은 미동만을 보일뿐 얌전히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나도...



"자, 다음!"



여기는 지옥이다.



 며칠 전, 아니 몇 시간전인가? 하여튼 얼마 전에 난 죽었다. 주변에 슬퍼해주는 사람 없이  기도를 해주러온 신부 한명과 간호원, 그리고......

누군가 한명이 더 있었던가...? 하여튼 그렇게 두 세명의 기도와 함께 난 조용히 죽었다. 그리고나서 눈떠보니 내 몸은 작은 조각배 위에 있었다.

물위에 떠있는 배는 돛도 없고 노도 없었지만 스스로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 갔다. 아마도 그곳이 요단강, 또는 스틱스강이라고 불리는

곳이었겠지. 그곳에서 생각했다. 아, 여긴 저승이구나.

 그 강을 건너면서 내 몸과 기억이 점점 희미해 졌다. 주름이 자글자글 져있는 얼굴과 말라깽이 같은 몸은 색과 윤곽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종래엔 이렇게 푸르스름한 색을 가진 마네킹처럼 변했고 기억은 과거의 것일 수록 점점 기억하기 힘들어졌다. 지금은 이렇게 하늘하늘거리는

영혼에 죽기 직전의 희미해진 기억과 오직 내이름만을 기억하게 되었다. 

 강을 다 건너자 누군가 다가왔다. 요괴 모양 가면에 두르마기를 입은 채 둥둥 떠다니며 다가오는 모습은 영락없는 저승사자였다.

저승사자는 나의 곁에 오자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중성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따라오시오."

"누구십니까? 여긴 어딘가요? 저승입니까?"

"따라오시오."



 난 그 저승사자에게 궁금한 것을 몇가지 물었지만 그저 따라오라는 말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조각배에서 일어나 그 자를 따라 갔다.

따라가서 도착한 곳은 커다란 성이었다. 좌우로 끝없이 펼쳐진, 끝이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큰 성에는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문이

수없이 많이 있었고 그 문을 통해 영혼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저승사자는 앞에 보이는 줄에 나를 세운 뒤


"앞에 있는 자가 들어가고 문이 닫힌 후 다시 문이 열리면 들어가시오."


 하곤 다시 떠났다. 아마도 다른 영혼을 데리러 가는 거겠지.

 그곳에서 기다리면서 느낀 것들중 하나는  여기 저승은 시간개념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한시간이 지난것 같기도 하면서도

줄을 보면 변함이 없었고, 또 어떤 때는 몇초도 안지난거 같은데 눈에 드러날 정도로 문에 다가갔었다. 또 하나는 앞의 영혼들이 문으로

들어가면서 줄이 줄어들었지만 뒤에선 저승사자들이 끝없이 영혼들을 데려왔기 때문에 전체적인 줄의 길이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바로 앞에 있던 영혼이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문을 통해 들어가니 

안에 있는건 작은 방이었고 그 안엔 법원에서 볼듯한 재판석과 재판석 앞에 있는 의자, 그리고 재판석 위에 있는 후드를 깊게 뒤집어 써서

노란 안광만 보일뿐 그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재판관이 종이를 통해 무언가를 보고있었다. 그를 보자 알수없는 위압감을 느낀 나는

나도 모르게 앞에 놓여진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자 굻고 낮은 목소리로 재판관이 말했다.



"음, 앉아라는 말도 없었는데 앉다니......"

"(X발 X됐다.)그... 다시 일어 섭니까?"

"한번 앉으면 너의 행선지가 결정날때 까진 일어 설수 없게 되어있는 의자다. 그냥 앉아 있거라. 바로 시작하지."



 그 말에 나는 일어 서보려고 했지만 줄에 묶인것 처럼 다리와 허리가 의자에 딱 붙어 움직일수가 없었다. 재판관은 몇번 헛기침을 한다음 

재판을 시작했다.



"으흠, 이준석, ****에서 태어나 ****했으며 ****때 ****였다... ****가 된 다음엔..."

"저... 재판관님? 그 재판관님께서 말하시는데 제 이름만 명확하게 들릴뿐 다른 것들은 전부 잘 들리지가 않..."

"그것은 니가 기억을 못해서 그런 것이다. 강을 건너는 동안 니가 과거를 돌아보질 않고 앞으로 니가 어떻게 될지만 생각하였겠지.

즉, 너는 살아 있는 동안 죽어서까지 생각할 정도의 큰 일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보다... 내가 말을 하고 있는데 중간에 끊다니... 아직 이곳의 질서를 몰라서 그런 것일테니 한번은 용서 하겠다만, 두번째는 용서 할 수 없다.

조용히 있는게 너에게 도움이 될것이다."



 그 말과 함께 가려진 얼굴에서 붉은색 안광이 피어 올랐다. 그 모습에 "아... ㅇ,예... 알겠습니다... " 라고 작게 대답했다. 재판관이 다시 노란

안광을 보이며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기 시작하자 난 조용히 속으로 생각했다.

'살아 있는 동안 죽어서까지 생각할 정도의 큰 일은 하지 않았다란 말은 다르게 생각하면 나는 인생을 무난히 평범하게 살았다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천국은 못가더라도 지옥은 안가겠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자 무서움도 덜하게 되었고 천국도 지옥도 아니라면 어디로 가게 될까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으음?"



 이러한 나의 생각을 눈치 챘는지 재판관이 종이에서 눈을 때고 붉으스름한 눈빛으로 나를 슬쩍 쳐다 보았다. 그 모습에 조금 무서워진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채 재판관이 얼버무리듯 말하는 것을 계속 듣고 있었다.



"... 하게 되었고 결국 ****에 ****에서 조용히 죽었다...는 것이 너의 인생이다. 기억나는 것이 없어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너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 그럼 이제 판결을 내리겠다"



 그말에 난 조금 긴장했다. 과연 어디로 갈것인가. 다시 현실로 돌아가서 인생을 살까? 아니면 혹시 몰라 천국으로? 심장은 없지만 

있었다면 두근거렸을 기분으로 나는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너는 살면서 선행도 많이 했었지만 그만큼의 악행도 저질렀다. 그 상과 벌를 가늠해 보았을때 벌이 더 큼을 알수 있었다.

그러므로 나 11203020220176 법무관은 영혼 이준석에게 지옥에서 자신의 죄를 정화할 것을 명한다."

"에...?"


'덜컹'


"...으아아아아!!!!!!!!....."



 난 지옥으로 떨어졌다. 

 지옥으로 떨어지는 동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어째서 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정화한다는 것은 무엇이지, 설마 몸을 불태우는 건가 등등.

잠시후 난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는 채 바닥에 도착했다. 꽤 오랫동안 떨어졌음에도 아무런 충격이 없었다. 하지만 지옥에 떨어졌다는 생각에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온통 어두울뿐, 아 여기가 지옥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체념하고 있을때 앞에서 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빛이 나오는 장소에서 말이 들려왔다.



"도착했으면 의자에서 일어나 앞으로 오시오."



 그 말에 말이 들려온 곳으로 간 나는 주변의 모습을 보고 조금 놀라 움찔했다. 흔히들 지옥이라고 하면 바닥과 벽엔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곳곳에 죄를 진 영혼들이 고통스러워 하며 벌을 받는 곳으로 생각 했는데 그런 것들은 전혀 없고 벽과 바닥이 하얀 좌우 갈림길에 아까 보았던

저승사자가 서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양손에 철구가 달린 족쇄를 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놀란 내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저승사자가 말했다.



"법무관 님께서 벌을 받으라 하셨소, 아니면 죄를 정화 하라고 하셨소?"

"저... 죄를 정화 하라고 하셨습니다. 혹시 벌을 받는것과 죄를 정화하는것이 어떤 것인지 알수 있겠습니까?"

"벌을 받는 것은 살면서 악행을 많이 저지른 영혼들이 그 죄를 뉘우치기 위해 치르게 되는 것이오. 이승에서 흔히들 생각하는 지옥이 바로

벌을 받는 것이오. 죄를 정화하는 것은 살면서 행한 악행이 너무 커서 벌을 받는 것으로는 죄를 면하기 부족한 영혼이나 또는 선행을 많이 하여서

행했던 악행들을 대부분 감면되어 남은 죄가 얼마 남지 않은 영혼들이 치르는 것이오. 죄를 정화하는 것은 자신이 행한 악행을 똑같이

돌려 받는것이므로 어떤 방식으로 정화될지는 그대가 살면서 행했던 악행에 달려있소. 정화가 끝나면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 삶을 살게 되오."

"아...!"



 아까 분명 법무관은 내가 선행을 많이 했다고 했었다. 그러면 얼마 남지 않은 죄만 정화받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희망이 생겼다.



"그러면 저는 어디로 가면 됩니까?"

"죄를 정화하라고 하셨으면 오른쪽으로 가면 되오. 반항을 하진 않을 것 같으니 족쇄를 채우진 않겠소. 그럼 가보시오."

"예."



 대답을 한 나는 어느정도 흥분되는 마음을 가진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갔다. 한참을 걸어가니 길이 다시 오른쪽으로 나있었고 그곳엔

가로막힌 채 문이 있었다. 그 문으로 들어가자 죄를 정화하는 영혼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나왔다.



"자, 다음."

"빨리 와라!"

"다음 영혼!"



 좌우로는 재판을 기다리던 곳처럼 수없이 많은 줄들이 서 있었다. 하지만 몇몇 영혼들은 아까 전과는 달리 다리에 족쇄를 차고 있었다. 아마

난동을 피우자 저승사자들이 제압한 후에 채웠으리라. 줄들의 제일 앞에는 역시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문들이 수없이 많이 있는 벽이 있었다. 

 난 문앞에 있던 줄에 서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에 차례를 알려주는 저승사자들의 말들과 함께 이따금씩 반항하는 영혼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전에 큰죄를 지워서 자신이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아는 영혼들이겠지. 그런 영혼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혹시 기억하지 못하는 큰 죄를 저지르진 않았을까라는 불안감도 들었지만 법무관이 말한 것을 떠올리니 그런 불안감도 이내

사라졌다. 분명 나는 선행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러면 죄를 정화하는 과정도 큰 고통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득고 시간은 흘러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자, 다음 영혼."



 금방 끝나리라 생각하면서도 막상 내 차례가 되니 불안감이 생겼다. 문 안쪽으로는 칠흑같이 어두울뿐 어떤것도 보이질 않아 불안감은 더

치솟았다. 



"빨리 들어가라."

"네."



 재촉하는 저승사자의 말에 난 불안감과 함께 문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문이 닫히자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 법무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정화를 시작한다."



 주변이 바다로 변했다.



"윽?! 커헠!"



 영혼 상태였던 나는 사람의 몸으로 바뀌었다. 사람이 물속에서 숨을 쉰다는 것은 불가능. 코와 입을 통해서 들어오는 물과 더불어 숨을 쉴 수 없는

답답함에 고통스러워 하던 나는 이어진 법무관의 목소리에 절망하며 의식을 잃었다.



"이준석, 대한민국 출신. 청해진해운 세월호의 사고 당시의 선장이자 살기위해 304명을 희생한 살인자. 아직 9명은 육신조차 찾지 못했다. 이 죄는

쉽게 정화 될 수 없다. 그대는 그 9명 모두의 육신이 되찾아 질때까지 익사하고 되살아남을 반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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