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에서 이 글을 읽으며 마음 아프면서도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들어 읽은 뒤 별 생각 없이 댓글을 읽는 중에
'어? 저 싯귀 내 시인데? 또 누가 표절했나? 누가 또 내 아기 업어 간 거야?'하면서 몇 줄 읽었는데 그 분께서는 다행히 어찌 기억하고 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닉을 정확히 표기해서 알려주셨더라고요.
그 분께도 감사하고 그 글의 주인이신 분께도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쑥쓰럽지만 전문을 올려요.
마음 아픈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새싹이 돋을 수 있게 마음밭이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말랑해지길 바랍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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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놓다
많은 날들이 속절없이 지나갔다
는개 내리는 차창은 뿌연 시선으로 울먹였다
먹먹해진 나는 담겨 있으나 지나간 얼굴들을
가슴에서 꺼냈다
많은 말들이 담긴 얼굴들이었으나 지워진 지는 오래
골목 어귀 구멍가게에서 손에 쥐어지는 담배처럼
돛대에 당신들을 보내놓고 나는 다른 얼굴을 쥐곤 했다
하여 나의 그리움은 불안하지 않았다
얼굴들을 종이에 떠올렸다
대체로 윤곽은 차창보다 희미했다
윤곽 위에 뺨을 대고 인사했다
잘 가라
예전엔 나만 가질 수 있던 얼굴들아
이제는 나만 가질 수 없는 얼굴들아
어느 즈음 그치지 않는 그리움도
시간에 떠밀려 가리라
지금도 많은 이들이 연인을 만나고 이별 할 것이다
땅에 딛지 못한 채 흩날리는 는개에
당신들을 뿌려두고 오던 길
차창이 속절없이 꿈뻑
2005. 0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