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 패게 여러분 저번주 금요일에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졸업식때 입은 사진을 올립니다.
조금 특별한 복장입니다.
바로...
선비복!
(오유인이니까?)
저기 올라가서 학위 받는걸 2008년 신입생 시절부터 상상해왔는데...
마침내....!!
졸업식장 내부에서는 이런 느낌이였습니다.
교수님과 고등학교 때부터의 동기 그리고 저.
제 꼬릿말을 보시면 저랑 같이 고3때 남아도는 힘을 소진하고 있는 장면,
대학교까지 같이 입학해서 공원에서 사진찍고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졸업까지 같이 하게될 줄이야...(둘 다 5학년 1학기까지 갔습니다.)
졸업후에 저 친구는 싱가폴에 있는 회사로 가고 저는 일본에서 회사 다니게 됐으니, 드디어 떨어졌군요ㅋㅋㅋ
2005년부터 알게됐으니 이제 10년된 우정이네요.
올해 11월쯤에 바이크 빌려서 전국일주 하기로 했습니다ㅋㅋ
아 춥겠다
일본어 상급 담당 선생님.
저를 가장 엄격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대학교에 와서 마치 '담임 선생님'과 같은 역활을 해 주셨었죠.
일본어 상급 선생님께는 제가 일본어 언어 수업을 모두 끝마치고도 종종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곤 했습니다.
졸업식 때 뵐 수 있어서 매우 반가웠습니다. 선생님께 꼭 보고드리고 싶었던 소식이 있었지만 학교를 그만두셔서 연락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 소식이란게 조금 긴데다 딴 소리이긴 한데 제 삶의 방향을 크게 바꾼 사건입니다.
때는 2013년 1월에 짐바브웨 친구로부터 "아프리카 가서 같이 일하자!"라는 제안을 들었을 때입니다.
그때 전 졸업하고 딱히 뭐 해야겠다 생각한게 없었기 때문에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찾아뵙고 "저 졸업하고 아프리카 가기로 했어요!" 보고를 드렸었습니다.
선생님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면서 아프리카 그런데는 은퇴하고 가는데 아니냐고 말리셨습니다.
저는 한 번 불이 들어오면 알아서 식기까지 도무지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근거 부족한 자신감으로 "괜찮아요! 전 잘할 수 있어요!" 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취업활동이란 두려움과 내 부족한 일본어 실력으로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더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에 비참했습니다.
세상 사람들 다 속여도 본인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는 법인데 말이죠.
'진짜 아프리카 가고 싶어서 가는거야? 정말로 그래? 찔리는거 없어?'
제 마음의 소리(양심)는 끊임없이 제게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불안함과 정면으로 마주보기로 했습니다.
두려움의 원인을 안 보려고 하니까 막연해지고 막연하니까 더 무서웠었지, 막상 문제와 마주보니 별거 아니더라구요.
실체를 확인하자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었고 더 이상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졸업을 연기하기로 한 이상(일본에서는 졸업 후 취업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졸업전 취업활동 시즌에 맞춰서 취업활동을 해야합니다.)
추가로 드는 학비와 생활비를 부모님께 부담드렸다는 죄책감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노력했습니다.
정말...최선을 다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더 잘할 수도 있었겠지만 '최선을 다했다'라는 말을 해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질 않는걸 보니
양심이 인정해줄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적처럼 학교를 떠나신 선생님과 졸업식에서 만났습니다. 기쁜 마음에 바로,
"선생님! 저 일본에서 취업했어요! 대기업 5군데로부터 입사제의 받았어요!!" 외쳤습니다.
선생님은 매우 기뻐해 주셨습니다. 아 지금 다시 선생님께 보고를 드리는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네요ㅠㅠ
일본에서 취업하기로 한 것도 큰 일이지만,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문제를 마주보고 실체를 확인하여 맞서 싸우겠다는 자세를 가지게 된 것이 제 삶의 방향을 크게 바꿨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가족과 함께 일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진은 저랑 전혀 안 닮은 이쁜 동생이)
사실 제가 졸업식 복장을 정장에 졸업식 가운이 아닌 선비복으로 한 이유가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오유를 하면서 가수? (누군지 잘 기억이 안나요 죄송;;)
한 명이 미국 대학 졸업식에서 갓까지 쓴 선비복장을 했다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실행에 옮겨 알아본 것이 2012년 9월15일경 (옷 대여할때 회원가입 날짜를 물어봤습니다ㅋ)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일본 대학이지만 나는 한국인인데 졸업식에 기모노 같은 전통옷을 입고 오는 일본 친구들처럼
저도 전통 한복을 입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전혀 알지도 못하는 분들과 기념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선비복을 입은 유일한 한국인 졸업생으로서 매우 기쁩니다. 2년 전부터 기획했던 프로젝트를 무사히 완수한 것도 후련하구요.
삿갓도 무겁고 옷도 덥고 신발이 제일 불편했지만, 그래도 이제와서 보니까 뿌듯합니다.
앞으로 일본 회사에서 일할텐데 중고로 선비복 한 벌 쯤 구입해뒀다가 회사내에서 이벤트 할 때 입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2003년 오유를 시작할때는 중2였는데 벌써 10년 넘게 세월이 지나고 대학도 졸업하니까 뭔가 기분이 묘합니다.
앞으로도 웃음 가득 감동 가득 사람 사는 오유에서 다같이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