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수학 진짜 못하고 별 관심없어 근데 이공계 가고픈데 못간거 아니고 그냥 내가 문학 좋아해서 이쪽 온거거든? 몇 년 고민끝에 굶어죽을 각오하고 대학원까지 가서 더 공부해보겠다 결정했어 취업 안되니 미루는 마음, 그래 아예 없진않겠지 근데 난 예전부터 그런 마음으로만 가면 석사따고 더 고생일거라 생각했고 지금도 안될 가능성 크지만 박사까지 해서 그래도 이분야 전문가, 교수 이런거 되고싶단 마음으로 선택하고 결정한거야
그래 너 휘황찬란한 기자재 가지고 가운입고 멋지게 실험하고 인류의 발전과 지구가 돌아가는 원리를 깊게 공부하느라 고생하는거 알아 어려운 것도 알고 대단한 것도 알아
근데 니 공부 대단한 거 알면 남 공부 아무리 하찮아 보이더라도 최소한 밖으로 꺼내진 말아야하는거 아니냐 니 눈엔 그딴거 왜 필요하지 왜 돈낭비하지 싶어도 여기 인생걸고 즐거워서 하고싶어서 어떻게든 더 해보고싶단 생각하는 사람들 꽤 많아 그 사람들 다 헛짓거리 하는거야?
너랑 십년넘게 봐오면서 오히려 고딩땐 안그랬는데 학부가고 석박사하면서 점점 굳어져가는 니 좁은 마인드를 볼 때마다 마음 참 복잡하다
나랑 다른 인문학도들 졸업하고 취업안돼 힘들어하는거 보고 위로해주면서도 너, '솔직히 취직 그래 어렵나 안되는 사람들이 열심히 안살아 그런거 아니냐' 그럴때 헉했는데 니 남친 취업난 겪으니 '어렵더라ㅠㅠ왜들 그러는지 알겠어ㅠㅠ' 이러는데 이제라도 깨달아 다행인지 뭔지 참... 석사 끝나면 고학력백수될거라며 자조섞인 농담하더니 박사까지 하기로 하면서는 다시 또 굳어져서 자부심 철철 넘치더라.......
그래 좋아 자기 분야 자신감 갖고 자랑스러워하고 그런거 멋지고 좋아 진짜야 근데 제발 인문계는 쓸모없고 의미없는 짓 하는 사람이라는 취급은 하지말자 무식해서, 고딩때 공부못해서 문과간거라고 문과는 이과보다 아래에 있는 것처럼 취급은 말자 우린 그냥 다른 공부를 하는거지 상하구조가 아냐 공부에 귀천이 어디있냐
너 뿐만 아니라 그런 시선 가진 사람 많아서 인문학도로 살기 참 힘들다 너까지 그러진 말아줬으면 해 부탁한다 연구 수고하고 논문도 잘 쓰고 잘 지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