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분야에 문외한인 제가, 어쩌다보니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핵심 스탭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40여일 간의 고생과 기쁨을 공유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누군가에겐 제 경험이 쓸모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7~8개의 글로 나누어서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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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수업일이다. 지난 한 달 동안 했던 고생의 결실이 앞으로의 일주일에 달려있다.
수업 전 저녁식사 때 작가님과의 대화 한 토막.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화적 체험, 미적 체험이란 것은 몇 단어로 요약할 수 있어. '뿌듯하다', '시원하다', '신기하다', '특이하다', ... 문화재단은 판을 깔아준거야. 그 내용은 전적으로 우리가 채워야 한다고. 거기 온 사람들에게 미적 체험을 경험시켜 주는게 우리 몫이야. 재단측은 그런 것 보다는 서류에 또박또박 적히는 무언가. 계량화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이 있을거라고. 미적 체험, 즐거움, 감동은 수치화할 수 없잖아.
시민들이 한 시간 체험을 하고 나서 '이게 뭐야. 넘 어려워' 이러면 안되는거야. 특히 어린이들을 상대로 할 때는 더 조심하고, 잘 해야돼. 어릴 때 경험하는 미적 체험은 강렬하거든. 30~40대가 되어서도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5/4 : 수업 첫날
한 수업에 15명씩 한 시간 수업. 하루에 수업 4시간이 예정되어 있었다.
전승일 작가님이 수업하고, 나와 신재환님, 알바 대학생이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보조 강사 역할을 했다.
정조대왕 행차, 오토마타에 대한 설명
시민들과 함께 제작하기
제작을 돕는 나
완성된 오토마타를 선풍기 앞에서 작동시켜 보기
'아티스트'로 표기 된 내 ID카드
5/5 : 수업 둘째 날
어젯밤엔 모텔에서 잤다. 작가님이 방을 잡아 주셨다. 갑작스럽게 정해진터라 갈아입을 옷이 없었다. 작가님과의 저녁식사 이후 수원시청 근처 홈플러스에 가서 쇼핑했다. 속옷, 양말, 사과, 견과류, 빨래용 비누를 구입했다. 바지는 비싸서 못 샀다. 유니클로에서 하자상품으로 오천원 주고 샀던 바지를, 사만원에 사자니 돈이 아까웠다.
매일 밤, 속옷과 양말을 빨아서 널어 놓았다.
5/6 : 수업 셋째 날
스티커 분류 작업을 완전히 끝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준비를 하려니 몹시 혼란스럽다. 오늘은 예정에 없던, 3번 타입 바디로 수업진행을 했고, 전작가님은 거의 쉬지도 못하고 연강했고, 마지막 수업은 30분이나 늦게 시작해야했다.
수업중에 하상호 오토마타 작가님이 찾아 오셨다.
이번 수원 축제에서 오토마타 전시를 하고 계셨다. 전승일 작가님과는 또 다른 느낌의 아트워크를 만드는 작가님.
전시장 맞은편에서 연극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도 찾아 오셨다.
전시된 작가님 작품을 보고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큰 연극축제가 있는데 거기에 작가님 작품이 딱 어울린다며, 영어로 얘기했다. 가운데 분이 통역 해 주심..
전작가님과의 저녁 식사 후에 주 무대 근처 공연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무대 근처에 만들어 놓은 천막에서 일하던 스텝분께 말을 걸었다.
예술가, 스텝, 봉사자 전원이 문화재단에서 나누어준 검정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가 행사 관계자임을 서로 식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 : "혹시 물 있나요?"
"음.. 아니요. 물은 없네요."
"네... 늦게까지 일하시네요."
"그러게요 (웃음)"
"저기... (심장이 미친듯이 뛴다) 일 끝나고 맥주 한잔 하실래요?"
"저요?"
천막 안엔 그녀 뿐이었다.
"네. (긴장해서 시야가 급격히 좁아진다. 내가 처해 있는 시공간이 제대로 인지가 안된다.) "
"아.. 저, 일 끝나려면 자정은 되야 해서요. 내일 또 아침 8시에 나와야하고.. (웃음)"
"네... (민망한 웃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 이번 프로젝트 때문에 수원에 와서 지내고 있어요. 서울에서 왔다갔다 하자니 힘들어서요."
어떻게든 마무리는 해야할 것 같아서 쓸데없는 얘길 더했다.
"네.. 그럼 작가님이세요?"
"아뇨. 스텝. 보조강사에요. 오토마타라고, 나무인형 만드는거.."
"그렇군요."
"혹시 시간 되시면 보러 오세요. 본관 갤러리에 작품들 전시되어 있어요."
표정이 맑다. 차분한 눈빛. 이런 사람과 친구가 되면 좋을텐데. 어떤 사람일까...
연락처를 주고 받지 않고 헤어졌다.
5/7 : 수업 넷째 날
수업 동안 문화재단 이사장님, 수원시장님이 와서 보고 갔다. 수원시, 문화재단, 예술감독, 시민 모두가 만족한 프로젝트이다. 공공예술이니까 이러한 윈윈이 가능하다.
5/8 : 수업 다섯째 날
수업 중 드릴 날이 부러져서 철물점에 다녀왔다.
5/9 : 수업 여섯째 날. (마지막 날)
행사 마지막 날. 작가님이 이진아도서관 수업을 미룰수 없어서 서울로 가고, 첫 시간 수업을 내가 맡았다. 잠깐 긴장 했지만 큰 문제 없었다. 조립공정의 일부를 미리 세팅해놔서, 수업을 늦지 않게 끝낼 수 있었다.
5/10
원래 어제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돌아가지 못했다. 작가님의 작품 3점을 가져갈 방법이 없었다. 1톤 트럭을 예약하고, 모텔을 하루 더 예약해서 1박했다.
굿바이 수원.
수원연극축제 후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번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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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해 차후 글을 써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