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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퀄/노잼주의, 팬픽) 망치는 꺾이지 않았다.
게시물ID : overwatch_76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엘케
추천 : 2
조회수 : 4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09 20:24:46
공홈에 올라와있는 만화 이후의 내용을 상상해서 짧게 써봤습니다.
솔직히 제 자기만족에 가까운 글이고, 짧은 분량과 발퀄에 오히려 불쾌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하는게 사람 욕심이란건가 봅니다.

=====

 드래곤즈를 소탕한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수시간동안 계속됐던 폭행의 흔적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단련된 육체. 단 한번도 게을리 한 적 없었던 트레이닝은 여전히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었다.

 그래. 몸은 더이상 아프지 않다. 그런데 왜. 가슴 한켠이 막힌 것 처럼 답답한 것일까. 속에서 피가 잘못 뭉친건가?

 "라인하르트 씨, 무슨 일 있어요? 그렇게 풀이 죽은건 처음 보네요."
 "풀이 죽다니.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오."
 "흐음. 그래요? 오늘 저녁은 야채 뿐인데, 괜찮겠죠?"
 "맙소사. 내 일생에서 가장 끔찍한 말이군!"

 브리짓 양은 키득키득 웃으며 차로 걸어갔다. 걱정마요. 라인하르트씨가 좋아하는 쿠리부어스트 아직 남았으니까요. 그거 듣던중 반가운 소리네!

 브리짓양을 따라 걷던 중, 그녀가 손보고 있던 갑옷이 눈에 띄었다. 라인하르트의 일생을 함께한 전우였다. 사람의 인생은 두번이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 그리고 자식이 태어났을 때. 그는 조금 달랐다. 태어났을 때, 그리고 저 갑주와 만났을 때.

 그렇게 일생을 함께했건만, 갑주는 아무리봐도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앉아서 닦고, 수리하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그는 그의 갑주를 수리하는 방법을 모른다. 애착이 있는 만큼 이것저것 공부해봤지만 그가 손댈 수 있는 영역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브리짓 양에겐 각별히 감사하고 있다. 상상하고 싶진 않지만, 그녀를 구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목숨 따윈 아깝지 않다.

 그는 전우와 손을 맞잡았다. 거칠었다. 수십발의 탄환이 스쳐나갔던 흔적이 있었다. 포화를 막아내고, 악당들을 쳐부쉈던 기억이 새겨져 있었다. 그 기억은 그의 생각보다 조금 더 물리적인 형태로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흠집이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균열이 됐다.

 - 넌 영웅이었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에 갇혀 사는 늙은이에 불과해.
 - 세상이 변했다는 사실을 절대로 인정하려 들지 않겠지.
 - 좋은 날들은 갔어, 라인하르트. 인정해.

 괜한 생각이 들었군. 라인하르트는 몸을 일으켰다. 평소에도 많이 들었던 말이다. 종종 그를 바보라고 비웃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마음껏 비웃으라지. 신념은 꺾이지 않는다. 오늘따라 이상한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허리에서, 어깨에서 우드득 거리는 소리가 났다. 몸이 노쇠했다. 아니, 오늘따라 몸이 안좋을 뿐이야.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거든.

 "라인하르트 씨, 식사 다됐어요!"

 멀리서 브리짓 양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대답한다. 알겠네, 곧 가지!

 식사는 언제나 트럭의 중앙에서 한다. 나름 괜찮은 식탁이었고, 그는 그것에 꽤 만족했다. 그 식탁의 가운데엔 오버워치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저게 아직까지 남아 있었군. 벌써 오래 전이라고 할만한 시간이 흘렀나. 과거의 영광…… 아니, 아니다. 그저 기사의 모험의 일부였을 뿐이다. 분명 즐거웠지만, 그것이 그의 영광의 끝은 아니다. 동료들이 내분으로 갈라졌을 때, 그의 마음도 찢어지는 것 같았다. 오버워치는 이제 없다.

 "정말 무슨 일 있는거 아니에요? 쿠리부어스트라구요?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하하! 걱정할 것 없다네."

 돼지고기 튀김을 입에 크게 한입 넣었지만, 생각보다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걱정스레 보는 브리짓 양의 눈빛이 신경쓰여서 웃으며 집어 삼켰을 뿐이다.

 평소같지 않았던 저녁식사는 오래갔다. 브리짓 양이 잠시 차를 멈추었다. 하늘에 별이 떠있었다.

 그는 강가가 보이는 언덕에 드러누웠다. 예전엔 이렇게 누워 있노라면 많은 것이 보였고, 느껴졌다. 사방 팔방을 돌아다니며 다친곳을 봐주던 루시우, 그런 그를 웃으며 바라보던 트레이서와 윈스턴. 이따금씩 다가와 말을 걸어줬던 메르시. 담배를 피우며 소소한 우정을 나누던 모리슨과 레예스.

 ……이제 그만 망치를 내려 놓을까.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그의 몸은 삐걱거리고 있었다. 신념은 너무 낡아버렸다. 매서운 광풍에도 꺾이지 않았지만, 세상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 인정하자. 그의 시대는 끝이다. 함께했던 전우도 이제 쉴 때가 왔다. 예전처럼 시도때도 없이 울리며 그를 애타게 찾던 오버워치 콜도 없다. 오버워치는 그를 찾지 않는다. 세상은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무엇이 그리도 아까운건지, 그는 아직도 오버워치 콜의 수신기를 끄지 않았다. 아마 그만 그런것은 아닐 것이다. 예전에 만났던 토르비온도 그런 기색을 보였던 적 있었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렇게 누워있자니, 브리짓 양이 그를 불렀다. 무언가 급박한 목소리였다. 그는 일어섰고, 달려갔다. 무슨 일이오? 어디 다친거요?

 "그런게 아니에요! 이걸 봐요."









 "이번 임무는 왕의 길에서 폭탄의 운송을 저지해야 한다더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르신."
 "그래! 함께 전우들을 보호하세나!"

 라인하르트는 갑주를 입고 있었다. 익숙한 문장, 반가워 마지않은 그 문장이 저마다의 방어구에 새겨져 있었다.

 "라인하르트, 이제 은퇴할 때 아닌가요? 나이는 속이지 않을텐데요."

 메르시가 미소를 지으며 물어왔다. 그랬지. 얼마 전까지는.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절대로! 숨이 멎을 때까지 싸울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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