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주인으로 선거로 대표를 선출하지만,
각 개인은 기업들의 통제 아래 있습니다.
근대 민주주의 초기에는 자영농과 자영업자 계층이 시민의 대다수를 차지해 시민들이 기업의 통제하에 있지 않았으나,
지금은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가 시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업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입니다.
기업의 존재이유에 대한 고찰의 공로로 199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널드 코스는 다음과 같이 기업의 속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기업이 가지는 메카니즘이었습니다.
기업이라는 조직에는 명령과 지시를 내리는 관리자가 존재합니다.
관리자에 의해 조종되는 이러한 메카니즘은
가격체계에 의해 굴러가는 시장경제 보다는 오히려 정치 메카니즘의 본질에
더욱 가까운 것입니다.
로널드 코스는 시장의 성격과 배치되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거래비용이라는 개념에서 찾았습니다.
거래비용이란 거래대상자를 찾거나, 가격을 흥정하거나, 계약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그런데 기업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관리자에게 자원을 관리하도록 위임하면 시장에서 직접 교환을 할 때 보다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명령으로 운영되는 정치조직과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기업은 정부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을 통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은 마치 자유시장에서 경쟁하는 개인인 것처럼 그려집니다.
우리는 흔히 법인기업은 주주들의 소유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인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은 어떤 존재일까요?
한 기업이 존패의 위기를 맞이했다고 가정할 때,
시장의 논리는 '탈출' 이며, 경제학자들도 탈출을 선택하는 쪽이 효율적이라고 말합니다.
주주들도 시장의 논리에 따라 기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는 탈출을 시도합니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은 쉽게 탈출이 가능한 반면,
직원들은 시장의 논리와는 달리 탈출에 따르는 비용 및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 남는 쪽을 택합니다.
남은 직원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항의를 하거나 충성을 다하게 됩니다.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국민들이 쉽게 이민을 선택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법적 주인인 주주는 쉽게 떠날 수 있지만, 외부자인 직워들은 마치 주인처럼 충성심을 발휘합니다.
다우지수의 추이를 보면 1970년대 1000포인트를 넘어서더니, 2015년에는 18000포인트를 넘어서게 됩니다.
주식의 가치가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 기업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의 가치에는 기업의 수익창출능력이 반영됩니다. 순이익을 늘리는 것이 주주들의 이익으로 이어집니다.
순수익이 높아지면 주가가 오르고, 주가가 오를수록 주주들이 노릴 수 있는 매매차액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엔 반대급부가 존재합니다.
순이익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의 혜택과 임금을 삭감하거나 고객수수료가 인상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주주자본주의의 메카니즘 입니다.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최고의 경영가치로 삼는 이런 형태의 자본주의는
새로운 스타들을 낳았습니다.
이런 CEO들이 주식의 가치를 높여 주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 만큼,
그들의 소득도 늘어났습니다.
GE 의 잭 웰치 역시 대표적인 스타 CEO 중의 한명이었습니다.
주주가치 운동의 아버지라 칭해질 만큼, 그는 회사의 수익율을 올리기 위해 직원을 감축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노력으로 20년 동안 회사의 시가총액을 40배 가까이 올리는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2009년 3월 그는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합니다.
주주자본주의를 반성하는 고해성사를 한 것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매출규모와 직원수를 자랑하는 곳은 월마트 입니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유통시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전략
이를 위해 월마트는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혜택을 쥐어짜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월마트 뿐이 아닙니다.
기업들은 임금삭감을 위해 회사 내부에 있던 직원들의 역할을 회사 밖으로 내보냅니다. 외부기업에게 하청을 주는 방식을 통해서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과 직원간의 계약은 기업과 기업간의 계약으로 바뀌게 됩니다.
노동자들이 맡는 업무는 동일하지만, 기업은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워 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소비자나 투자자만이 아니라 노동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로서 우리는 어떤 발언권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기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기업은 민주주의의 대상이 될 수 없을까요?
주주들은 기업을 통치할 CEO를 선출합니다. 하지만 그 통치를 받는 것은 주주들이 아닙니다. 바로 직원들입니다.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는 자기통치권, 즉 자치의 원리라고 말합니다.
만약 민주주의가 보편타당한 가치라면 기업에서도 자치의 원리인 민주주의는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실제로 이런 것이 가능할까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업들을 만나 보겠습니다.
위의 경우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비상장 기업들이라는 점입니다.
기업이 상장되면 주주이익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결정으로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