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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곡성에 대한 감상(스포주의!)
게시물ID : movie_585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잠수중
추천 : 3
조회수 : 66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08 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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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늦게나마 평이 엇갈리던 곡성을 조조로 본 후, 담배를 두어 대 연달아 태울 정도로 생각에 잠겼습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하더군요...
이 영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각각의 장면에서 감독이 숨겨둔 메시지는 무엇일까?(그랴서, 머시 중요한디!)
매끄럽지 않고 불친절한 감독의 의도가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몇몇 기억에 남는 씬을 종합하고 생각해 본 스토리와 감상(상상?)을 적어보겠습니다
(강스포!라고 하기에는 제가 소설을 쓸 예정이라 ㅋ).
 
 

1. 아주 단순한 상상.
어느 (옛날) 한 마을에 역병이 창궐했습니다. 기존의 돌림병과는 사뭇 다른 종류의 강력한 돌림병인 거죠. 여기저기 널린 동물의 시체는 돌림병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고, 가족 중에 한명이라도 돌림병에 걸리면, 그 가족들은 모두 처참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손도 쓰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효험 있다는 다른 민간요법을 처방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주민들의 불안감만 고조시켰죠.
한 가족은 남편이 돌림병에 걸려 가족 모두가 끔살당하는 참극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어떤 가족은 아이가 돌림병에 걸렸는데도 불구하고 그 아비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아, 가족 전체가 비극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일부가 돌림병의 근원(병의 근원이 아니라 발병의 매개체 정도로 이해를...)을 찾아 이를 제거한 이후에, 돌림병은 어느 정도 수그러들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그 마을에 남은 것은 곡소리(哭聲)뿐이죠.
    
 

2. 신들의 걸진 한 판 매치!!(feat. 서낭신, 역신, 그리고 쩌~그 하늘에 계신 분)
 

1) 씬(神)들
우리 민간신앙에 서낭신이라는 것이 있죠. 개인의 신앙인 동시에 마을의 신전 역할도 했으며, 여(女)서낭으로 설정된 경우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고 합니다(문화원형백과_서낭신). 요 서낭신께서는 서낭나무에 잡석을 쌓아놓고, 여기에 백지나 오색비단 헝겊을 잡아맨 형태의 서낭당에 주로 거주하시는데, 장승과 함께 마을의 수호신 역할이 가장 큰 임무였지요.
역신의 경우는 주로 전염병을 옮기는 귀신을 말하는데, 민간에서 흔히 손님/마마라 칭하는 천연두/두창을 일컫습니다. 그 외형적 증세는 콩알만한 수포로 시작해 몸 전체로 번지는 것이 특징이죠(-역신의 정체와 신라 <처용가>의 의미 고찰_황병익_2011-에서). 손님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토착 돌림병은 아니고 동남아나 인도쪽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하느님인지도 모르겠지만, 성당/성경구절이 나왔기 때문에 이렇게 쓰는게 맞겠죠)은 뭐 다들 아실테죠. 전지전능하지만, 항상 시험에 들게 하시고, 개입은 하지 않으시는...
 

2) 서낭신과 역신의 한판 매치
지금까지 말씀드린 걸 보시면서 다들 제가 말씀드리려는 의도를 아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습니다.
성주신인 무명, 역신인 외지인, 그들 사이에 낀 타지 무당으로서의 일광, 그리고 자신이 창조한(?) 과학에 기대라는 하나님. 그들의 분투가 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인 것이죠.
무명은 역신에 의해 어찌할 줄 모르는 종구에게 경고하고(돌과 서낭신과의 관계!), 역신을 쫒아 종구에게 피니쉬를 맡깁니다. 그리고 역신이 쳐놓은 결계가 약화될 때까지 종구를 붙잡아 놓으려 하기도 하죠.
역신은 주로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급성발진성 피부질환을 옮기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경주합니다. 혁혁한 전과를 세우기는 하지만, 결국 서낭신에게 패퇴하여 맹위는 수그러들고, 이방인의 도움으로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합니다.
타지에서 온 무당은 자신이 좆는 신이 역신에 비할 바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역신에 협력합니다(이미 다른 지역에서 협업한 전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를 위한 굿을 벌이고 마을 수호신의 하나인 장승을 없애 버리려 하죠. 하지만 이는 실패로 끝날 뿐만 아니라, 성주신에 의해 그 힘이 약화됨을 느끼고 마을을 떠납니다.
마지막 분께서는, 쭉 지켜보시다가 자신의 종에게 시험문제만을 주십니다. ‘난 나야, 내가 뭘로 보여?’
 
  

3. 대충 결론
 
사실 영화는 좋았습니다. 만! 전체적으로 뭔가 정리가 되지 않는 난잡함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다분히 설화에서나 다룰 법한 이야기를 현대의 시점에서 풀어나가야 하고(처용가의 현대적 해석), 감독의 전작에서 보여준 액션신도 가미해야 하겠고(좀비물), 한국 토속 신앙만을 주제로 하다가는 해외 진출이 맘에 걸리기도 하고(존재감 없는 종교, 과학적 종교, 악마변신 등 ㅋㅋ)... 그랬겠지요.
이것저것 다 넣어 맛 좋은 비빔밥은 되었지만, 명확히 어떤 맛인지는 알기 어려운...그런 영화가 된 듯 합니다.
그래도, 설화에서 나오는 신들의 인간의 모습으로 현현된 캐릭터화, 신들의 쌈질에 고통받는 우리네 인간 군상의 단면들에 대한 표현들은 정말 맛깔지게 해놓은 것 같아 만족했습니다.
 

아...내일은 아가씨를 조조로 보고와야겠네요... 아 토속적 한국영화..너무 좋습니다. 같은 맥락에서의 '신과 함께'가 기다려 지는군요.
한동안 못봤던 영화를 몰아 봐야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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