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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버지께 뺨을 맞았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2220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mltZ
추천 : 10
조회수 : 365회
댓글수 : 77개
등록시간 : 2014/10/06 11:31:48
전글 : http://todayhumor.com/?gomin_1218367


부모님께서 이혼하셨고 아버지와 남남이 될 수 있을 지 여쭤봤었는데 결국은 폭력까지 당했습니다.


이혼 확정까지 나고 나서도 계속 집에 찾아와서 계시는 통에 저와 동생들은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구요,
전 결국 위염까지 앓아서 이틀 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못 했었습니다.

계속 집에 찾아와 속된 말로 꼰대짓을 해대는 통에 너무 힘들어서 결국 아버지의 내연녀에게 카톡을 남겼습니다.
(아버지께서 제 번호를 그 여자에게 가르쳐주기라도 했는지 카톡 친구추천에 계속 내연녀가 떠있었습니다.)
전화로 얘기하려 했지만 번호는 모르고 카톡만 알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카톡으로
내 번호를 가지고 있는 걸로 봐서는 내가 누군지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바로 본론부터 얘기하겠다. 부모님 서류상으로도 완전히 정리된 것 알고 있냐. 그러니까 제발 아버지 좀 데리고 가서 다시는 우리집에 좀 안 오게 해달라는 식으로 사정했습니다. (물론 반말은 아니고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카톡을 보내고 집에 가서 싸다구라도 맞는 것 아니냐며 친구하고 농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사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죠.

그래서 평소보다 더 늦게 집에 들어갔습니다.
아버지께서 안 계시더라구요.
그 날은 거의 파티 수준이었습니다. 드디어 갔다면서 동생들하고 신나있었습니다.

근데 다음 날 여동생이 카톡을 보내더라구요. 어버지께서 집에 와 있다고.
그래서 일부러 밖에서 배회하다가 어머니와 함께 들어가려고 어머니께서 일 하시는 식당에서 기다렸습니다.
11시 반 가까이 되어서 일이 마쳤고 어머니 그리고 같이 있던 동생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동생들이 도저히 아버지와 못 있겠다며 식당으로 왔습니다.)

돌아가니 아버지께서 저를 부르시더라구요.
그래서 카톡 얘기하려나보다 했는데, 자기 일 거리를 시켰습니다. 솔직히 좀 황당했습니다.
전에도 사업과 관련된 컴퓨터 업무를 저한테 다 시켰지만 이번엔 좀 아니다 싶더라구요.
제가 백수도 아니고 저도 일 다 하고 들어와서 집에서 쉬려고 하면 자꾸 일을 시키니 내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몸도 많이 안 좋았던 터라 일 시켜도 모르쇠로 씻고 얼른 자버리곤 했습니다.
근데 이 상황에서까지 일을 시키려드니 상당히 불쾌했습니다.

그리곤 저를 세워다 두고
다시는 니 얼굴도 안 볼거니까 이거나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기가 일 시키는 게 그렇게 싫으냐고 이핑계 저핑계로 빠져나갈 생각만 하지, 남도 그러진 않겠다고 그러시더군요.
도저히 못 참겠어서 한 마디 했습니다. 그럴거면 남한테 시키지 저한테 왜 시키냐고
눈도 한 번 안 깜짝하고 아버지 눈만 쳐다보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드냐고 하셨지만 끝까지 눈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요.
그랬더니 결국 못 참고 손에 들고 있는 책으로 머리를 한 대 쳤습니다. 그렇게 맞고도 고개 똑바로 들고 버티니까 결국 뺨을 때리더군요.

살다살다 뺨을 그렇게 맞아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 주먹질로 맞거나 리모콘, 테니스 라켓 같은 걸로 몸이나 머리를 맞은 적은 있어도 얼굴을 그렇게 맞은 적은 없었거든요. 그것도 안경 쓴 상태에서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주워다 끼고 아버지를 한 번 더 쳐다보고는 그대로 방으로 갔습니다.
그리곤 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아버지께 맞았다고 더 맞을까 무서우니까 빨리 좀 와달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신고하는 동안에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말씀하시더라구요.
당신 뭘 잘했다고 애를 때리냐고 당신 여자 있는 것도 알고 그동안에도 바람 많이 피운 거 다 안다. 알면서도 협의 이혼 해준 거니까 지금이라도 나가서 다신 찾아 오지마라 목소리 듣기도 싫다 하셨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적반하장으로 따지시더라구요.
타지에서 일하는 데 매일 전화는 했냐, 니가 나한테 얼마나 신경 써줬냐 이런 식이었습니다.
바람피운 남자들의 전형적인 수법에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세상에 그렇다고 해서 바람피우는 남자가 얼마나 되며, 그것으로 바람피운 것이 정당화 되지는 않잖아요?

어머니와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다시 저를 불렀습니다.
진짜 어이없게도 아까 시키려고 했던 일을 다시 시키더라구요.
제가 한 대 맞고 나면 말이라도 들을 줄 알았나봅니다. 진짜 같잖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왜 내가 해줘야하냐고 그 아줌마네 딸한테 해달라 하지 왜 나한테 자꾸 이일 저일 시키냐고 했습니다.
네, 버릇이 없긴 했습니다. 저도 살다살다 어른한테 이런 식으로 말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저한테 아버지는 더 이상 어른도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제 말을 들은 아버지께서 진짜 흔히들 말하는 눈 돌아간 얼굴로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팔로 겨우 얼굴은 막았지만 팔 안쪽이 주먹에 맞았습니다.
그리고 딱 맞는 순간에 경찰이 집에 들어왔습니다.
경찰 아저씨들을 보니 눈물이 왈칵 나더라구요. 아버지와 싸우는 동안은 절대 약한 모습 안 보이려고 눈물을 참았지만 그 순간은 못 참고 쏟아졌습니다.
그 때도 아버지께서는 아이구 세상 씨발 참 하시면서 욕지거리를 뱉고는 베란다로 가서 담배를 피우시더라구요.
제가 조사 받는 동안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찰분들께서는 저를 방으로 데리고 가서 자초지종을 자세히 듣고 처벌할 지 말지에 대해서 물어보시더라구요.
처벌이 어느 정도냐고 물어보니 벌금형 정도에 그칠 거라고 하셨습니다.
만약 벌금형을 받으면 돈 없다고 양육비도 안 보내줄까 싶어서 그냥 벌금형이면 됐다고 대신에 다신 이 근처에 못 오도록 겁이라도 단단히 줘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경찰분들께서 데리고 나갔습니다. 아버지 가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경찰들 피해 담배 피던 뒷모습이 제가 본 마지막 모습이겠죠.
가정폭력과 관련된 지원들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 경찰분들을 보내고 거울을 보니 얼굴 한쪽이 빨갛게 부어 있었고, 팔은 그새 피멍이 들어있었습니다. 제 피부가 약해서 멍이 원래 잘 들긴 했지만 이런 멍은 처음이었습니다.
뺨도 손금모양까지 얼굴에 남을 정도로 세게 맞았는지 손금이며, 손가락 틈새 자국까지 선명하게 남도록 부어있어서 서러워서 더 울었습니다.
동생들도 자기들이 못 막아줘서 미안하다고 울었습니다.
괜히 동생들한테는 아프지는 않다 센 척했습니다.
여동생이 얼마나 무서웠냐고 다독여 주는데 너무 고마웠습니다.

폭력까지 이어지기는 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아버지와 완전히 정리된 것 같습니다.
사실 아직도 불안합니다. 언제 다시 찾아올까 싶어서요. 사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관문을 열 때 뒤에 숨어있다 튀어나와서 때리진 않을까, 칼침이라도 맞지 않을까 무서워서 현관문 여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계단에 울리는 발소리며, 가래 낀 남자의 기침소리, 아버지 목소리와 비슷한 목소리만 들어도 흠칫흠칫 놀라고, 아버지께서 항상 차를 대던 주차장도 매일 지나가면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차가 있을까 해서요.
아직까지 많이 무섭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하고 있습니다.

맞은 당시 사진과 현장을 찍은 동영상(남동생이 찍었더라구요.)을 가지고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시도라도 해보려구요.
제 스스로가 빨리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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