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로 나에겐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다. 예전같으면 가족 중 누군가 외출할 일이 있으면 갔다와. 라는 짧은 한마디만 하고 말았겠지만, 2년 전 그 날 이후로는 조심해서 다녀와. 라는 말이 제일 먼저 튀어나온다. 방금 집으로 오고 계시다는 아버지와 통화를 마치며 빨리 와. 라고 말하려다가 조심해서 와. 라는 말을 남기고 종료 버튼을 눌렀다.
가끔 수업을 듣다가 졸음이 밀려오면 교실 뒤 키다리 책상으로 나가 일어서서 수업을 듣곤 한다. 가만히 서서 교실 안의 풍경을 찬찬히 눈에 담는다. 엎드려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는 선생님, 그 틈을 타 옆 짝과 수다를 떠는 아이, 필기를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손.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때로는 고민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였을 것이다. 철이 없는 듯 싶어도 가끔은 진지하고 우울한 나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갑자기 기분이 울 것 같이 이상해졌다.
그들의 나이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교실 안에 가만히 앉아 어지러이 흘러가는 시대를 바라보는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