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고양이 사진을 구경하는게 낙이였던 일상이었다.
그러다 결국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고서
로망묘였던 뱅갈의 분양비는 얼마인지 어떻게 데려오는지
알아보려고 애완동물 거리로 갔다.
그 날은 2010년 11월 9일. 수능날이었다.
고양이 전문 샵은 가보지도 못했다.
그 거리에 있는 가장 앞의 가게에서 널 만났으니까.
형제들이었는지 친구들이었는지... 삼색이들과 고등어와 뒤섞여 자고 있던 너를 보고 홀린듯이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아줌마는 날 보더니 만져보라고 손에 올려보라고 애기가 자고 있으니 괜찮다는 내 손에 끝내 널 올려주었다.
잘 자던 네가 내 손에서 반짝 눈을뜨고 날 바라봤을때
난 아주머니한테 외쳤지.
아...아줌마... 얘는 얼마에요?
5만원인데 3만원에 데려가라고 하던 아줌마
그렇게 화장실부터 모래에 사료까지 잔뜩 사들고
나는 너를 3만원에 사왔다.
분양이고 뭐고 그때는 그런것도 잘 몰랐다.
오는 길. 병원에 들러 검진을 받고 넌 가족이 되었지.
곰팡이 피부병부터 원충에 허피스까지
그당시 가볍던 주머니를 널 위해 죄다 털었다.
불만 끄면 미친 초딩처럼 날뛰는 너와 씨름도 하고
하도 날 물어서 같이 물어뜯기도 하고...
그 시간들이 지나서 넌 벌써 5세 고양이가 됐지.
어찌나 순하고 착한지... 보는 사람마다 모두 착하다고 했다.
중간에 누가 내 고양이를 바꿔치기한건 아닐까 싶을만큼
엄청난 역변을 거쳤지만...ㅡㅡ
난 네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내 삶에 너무 큰 위로가 되는 너
허피스 후유증으로 콧물을 달고 사는 너
깨끗이 고쳐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 코찔찔이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