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 10년차 유부징어입니다
10년 중 초반 4~5년쯤은 시어머님때문에 재혼을 후회한적이 수십번이고
이혼까지 심각하게 고려한적도 있을정도로 정말 별나신 분이지만
세월에는 장사없다고..그나마 지금은 많이 변하셨네요
그러기까지는 오랜세월 제 편에 서준 시아버님과 남편 덕이기도 하고
반대로 그런 시아버님과 남편 때문에 그동안 저를 그렇게 미워하신거같기도 하고 (저희동네에서는 시아버님이 제 친정아버지인줄 아는 분들이 많아요)
여튼, 최근 몇년은 가끔 뜬금없는 말씀으로 제 속 뒤집어놓는 거 외에는 큰 일 없이 살고있는데요
어제 또 제 속을 긁는 말씀을 하시네요
저에게는 시누이가 하나 있는데, 시어머님이 정말 애지중지 하는 딸이예요
남편과 시누이 고교시절에도 시누이는 뭘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청소나 빨래정리. 설거지 같은 집안일은 대부분 남편을 시키셨대요
(시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었거든요) 둘이 연년생인데 희한하게 시누이는 집안일 거의 안시키심. 이건 지금도 그러네요.
시누이는 결혼 11년차 전업주부인데 4년쯤 전부터 매년 여름 한달동안 친정엘 와요
올 시기만 되면 저는 신경이 날카로워지는게, 전 재혼 후 해년마다 여름에 10일정도 친정엘 갔거든요
친정이 멀어서 자주 왕래하지 못하고 제가 친정엘 가는 경우는 설날.엄마생신. 아이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딱 네번이예요
(엄마 생신이 추석 일주일 차이라 추석 일주일 뒤 생신때 맞춰 가네요)
마찬가지로 시누이도 멀어서 친정엘 자주 못와서 아이들 여름방학.겨울방학때 한달씩 와서 지내는데
문제는, 매번 제가 친정갈때 즈음이면 눈치를 줍니다...
가지말라고는 안하는데 안갔으면...하는 눈치를 주세요. 너 이번에도 친정가니? 언제가니? 이번에도 열흘있다 오니?? 그래..너네 그렇게 오래 가면
우리 **는(시누이 아이) 심심해서 어떡하냐....막 이러세요
한번은 그냥 듣고 흘렸는데 다음 방학때 또 그러시길래 제가 정색하고 한소리 했더니 안하시긴 하던데 이미 제 속은 뒤집어졌고...
지난번 시부모님과 식사자리에서 "애들이 중학생이 되니 이제 방학때도 예전처럼 오래 있진 못하겠다"고 아쉬워한적이 있어요
저희 엄마가 몸이 안좋으셔서 2년만에 저희집에 오셨다가 막 가신 직후였거든요. 시아버님께서 안사돈 건강은 어떠시더냐 물으셔서 대화중에 나온 말인데 시어머님은 그걸 "이제 방학때 친정에 못갈거같다"로 이해하신 모양이예요
어제 시어머님과 얘기하다 이번 여름엔 애들 학원스케줄을 맞추기 힘들어서 그냥 애들 학원 휴가기간에 맞춰 짧게 다녀올수밖에 없겠다 했더니
진심 깜짝 놀라시며 "너 이번 여름에도 친정가니?" 하시는거예요..-_-
순간 속이 팍 상해서 "어머님, 누가 들으면 제가 일년에 열댓번씩 친정가는줄 알겠어요" 했더니 찔리셨는지 살짝 당황하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아니, 너네 이번에도 애들 외가에 가면 **네(시누이) 애들은 심심해서 어쩌나 싶어서...."
거기에 2차로 감정 상함
"누이 한달 보름 친정오는건 좋으셔도 며느리 5일 친정가는건 서운하세요?" 웃으면서 직구 날렸더니 더 당황하셔서 하시는 말씀이
"걘 몸도 약하고 아무것도 할줄 몰라서..너 없으면 걔 혼자 애들 어찌볼지 걱정이다"
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ㅓㅏ ㅇㅇ아ㅓㅏㅓ ㅎ어ㅏ어라어ㅏ!!!!!
또 웃으면서 말씀드렸죠 "고모 아무것도 못하는거 어머님 탓이예요. 이렇게 아무것도 안시키고 저나 남이 해주기만 바라시니 10년넘게 전업주부인데도
집안일을 그렇게 못하는거죠"
어머님이랑 저랑 하하호호 웃으면서 대화를 마무리짓긴 했는데 둘 다 알아요. 둘 다 감정상함...ㅋㅋㅋ
예전엔 진짜 그런 어머님때문에 너무 힘들었는데 10년 지나니 내공이 생겼나봐요. 어머님께서 주시는 엿을 조금이나마 되돌려드릴수 있어서,
고구마 백만개 먹는듯한 와중에 소소하게 사이다 한모금씩 마셔서 숨통은 트이는 기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