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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난제를 숙제로 착각했다는 밀너 전설의 진실
게시물ID : science_593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햇빛냄새
추천 : 16
조회수 : 3728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6/06/03 22: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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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학생으로서 거의 반드시 듣게 되는 전설이 있습니다.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 존 밀너가 학부생 시절, 수업시간에 칠판에 적힌 난제를 숙제로 착각해서 풀어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위상수학이나 대수위상 수업이라면 무조건 이 얘기는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전설에 사실은 두 이야기가 합쳐져있다는 것, 아셨나요?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수학자들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 존 밀너

익히 아시는 밀너 전설은 영화로 더 유명한 `뷰티풀 마인드', 천재 존 내쉬에 관한 책에도 나옵니다. 이 책의 저자 실비아는 밀너 전설에 대해 이렇게 서술합니다.


터커 교수(당시 1학년이었던 밀너의 미분기하 교수)는 농담조로 보석(Borsuk) 추측을 숙제라고 불렀다. 강의 며칠 후에 밀너는 `증명이 된 것 같은데 추측이 이렇게 풀릴 리가 없잖아요, 어디가 틀렸는지 좀 찾아주세요' 라며 보석 추측의 증명을 터커 교수에게 건넸다. 터커 교수는 이 증명을 폭스 교수에게 전달했고, 폭스 교수는 밀너에게 논문 출판을 제안했다. 실제 논문은 폭스 교수의 도움으로 훨씬 강력한 결과가 되었다. 출판된 논문에는 밀너 자신도 처음에는 틀린 줄 알았다는 이야기는 물론 실리지 않았다.


존 밀너도 자신이 보석 추측을 숙제로 생각했었다는 이야기는 여러번 부정해왔다고 합니다. 그러면 숙제로 착각했다는 이야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는 미국의 수학자 조지 댄치그(George Dantzig)의 일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 댄치그

이 쪽은 위키피디아의 서술로 대신합니다.


댄치그에 관하여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댄치그가 버클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 과정 중에 있을 당시, 한 통계학 과목을 수강하고 있을 때다. 그 과목의 담당이었던 네이만 교수는 종종 숙제 문제를 칠판 한 켠에 적어놓곤 했었는데, 하루는 댄치그가 수업시간에 늦어서, 앞 부분의 강의 내용을 잘 듣지 못한 채, 칠판 한 켠에 적혀있는 숙제 문제를 노트에 옮겨 적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댄치그는 노트에 옮겨온 문제가 평소에 제출되던 숙제 문제들 보다 상당히 어려웠다고 생각했지만, 오랜 시간을 골몰한 끝에, 그 문제를 해결하여 네이만 교수에게 제출 한다. 하지만, 그 칠판에 적혀있던 문제는, 숙제 문제가 아니라, 네이만 교수가 소개했던, 그 당시 통계학에서 풀리지 않은 상태로 있었던 난제였던 것이다.

이 일화는 영화 《굿 윌 헌팅》에 영감을 주었다는 추측도 있으나, 확인된 바는 없다. 위의 일화는 치그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댄치그는 선형계획법의 해법으로 산업 공학, 경제학, 수학 등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수학자입니다. 칠판에 적혀 있던 두 문제, 그것도 자신의 전공도 아니었던 통계학 분야의 난제 두 개를 며칠 만에 풀어버렸다는 것으로 역시 밀너와 동급에 놓일 전설의 자격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댄치그의 인터뷰에서는 다른 숙제보다 조금 더 어려웠다며, 사실 기한이 지난 줄 알았다고 합니다.

제출 6주 후에 댄치그는 잔뜩 흥분한 네이만 교수의 방문을 받게 됩니다. 네이만 교수는 댄치그가 둘 중의 한 문제를 바로 출판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1년 후, 박사학위논문 주제를 고민하던 댄치그에게 네이만 교수는 `그냥 전에 그거 두 개 묶어서 내. 그럼 박사 학위 줄게' 라고 했다고 합니다.


간혹, 이 댄치그 전설은 두 개가 아닌 여섯 개의 문제를 풀었다고 소개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이 `여섯 개의 난제를 동시에 푼' 수학자를 추적해보겠습니다.





3. 알렉산더 그로센딕 (Alexander Grothendieck)

사상 최강의 천재. 20세기 중반에 활동했으면서도 오일러, 가우스, 리만 등 역사 속의 전설과 함께 놓이는 유일한 인물. 20년 동안의 연구로 이후 백년을 결정해버린 수학자.

독일 태생의 알렉산더 그로센딕은 현대 수학에서 가장 어렵고 난해한 분야로 여겨지는 대수기하를 거의 혼자서 재정립한 수학자입니다. 전기에 관해서는 KAIST 수학과 박진현 교수의 이야기를 인용하겠습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서 독일로 이사를 갔으나, 나찌 치하에의 독일에서 거의 죽을 고생을 하다가 수용소를 탈출하였고(유태인 이었음), 그 후에, 2차 대전이 끝나고서 프랑스에서 수학을 시작한 사람. 그리고 수학 박사를 받고 나서, 몇년 만에 가장 발달한 수학 분야인 (내가 하는 분야인) 대수기하학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만들었고, 실질적으로 현대 대수기하학의 기초를 완전하게 새로 쌓았으며, 그 기초 위에서 수없이 많은 이론들의 기초들을 홀로 다 쌓은 입지전적 인물. 저서는 너무 많아서 도저히 나열할 수가 없을 정도이고, 그 사람이 수학을 할 당시부터, 수학을 그만둘 때까지 내 놓은 엄청난 업적들의 양에,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질려 버렸으며, 아직까지도, 이 사람이 이루어 놓은 업적 이상의 것에 많은 발전을 이루지는 못하였으며, 이 사람이 수학을 그만 둔 이후의 수학의 발전은, 대부분이 이 사람이 기초를 닦아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다.
(전문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mathematics&no=111070 )


여섯 개의 난제 이야기는 그로센딕의 학위 논문 이야기입니다. 당시 장 듀도네 교수와 로랑 슈와르츠 교수는 자신들의 함수해석학 논문을 그로센딕에게 건네면서, `여기 있는 여섯 개 문제 중에 하나라도 어느 정도 발전이 있으면 아마 박사학위 논문으로는 충분할 거다'라는 의미의 얘기를 했습니다. 이후 몇 달 동안 그로센딕은 nuclear space라는 개념을 만들고 새 이론을 전개함으로써 여섯 개 난제 전부를 간단한 계산으로 해결했고, 해당 연구 방향에서 나올 수 있는 다른 문제들까지 풀어버려서 그 분야의 연구를 혼자서 사실상 종결시킵니다. 함수해석학이 너무 쉽다고 난제가 깔려있는 대수기하로 넘어가서 수학계 전체의 업적에 맞먹는 연구를 혼자서 해낸 것은 이후의 이야기.

관심있으신 분은 나무위키의 그로텐디크 페이지 (링크) 를 읽어보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영문 위키는 수학전공자가 아니면 별 재미가 없어 보여요.





한 줄 요약 : 세상은 넓고 괴수는 많은데 그 중에 그로센딕이 짱이더라.
출처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247371&s_no=247371&page=1

http://mathoverflow.net/questions/54513/the-story-about-milnor-proving-the-f%C3%A1ry-milnor-theorem

https://ko.wikipedia.org/wiki/%EC%A1%B0%EC%A7%80_%EB%8C%84%EC%B9%98%EA%B7%B8

https://en.wikipedia.org/wiki/George_Dantzig#cite_note-snopes-7

https://en.wikipedia.org/wiki/Alexander_Grothendi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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