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또각.
그 아이가 제 눈앞에 왔네요.
언제나 잘 어울렸던 단발머리에 하얀 불라우스, 검정치마 차림이었어요. 여전히 그 느낌 그대로였어요.
"안녕? 오랜만이다"
"응 그래 오랜만이네"
그 아이그 나오기 전 책 읽으며 진정시켰던 심장이 다시 튀어나올 것만 같았어요. 눈 앞이 아득-해지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쿵쾅거리는 속을 들킬까 조마조마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요즘은 어떻개 지내는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등등
대화는 중간중간 끊겼어요.
나에겐 그런 신변잡귀에 관한 이야기도 물론 궁금했지만, 그런것 보다는 '내가 너에게 많이 미안했었다. 그리고 정말 고마웠었다' 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 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더불어 내 눈에 그 아이의 모습을 많이 담아두려고 했어요.
정말 궁금한 것이 많았어요.
동생들은 잘 지내는지, 아직도 남동생은 속을 썩이는지,
부모님은 잘 계시는지,
스트레스로 인한 턱관절은 좀 괜찮아졌는지,
여전히 파스타보단 국밥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지금 만나는 사람은 있는지,
우리 다시 사작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물어보지 못했어요.
물어보면 안될 것 같았어요.
9시쯤 되어서 그 아이가 이제 그만 들어가자고 해요.
싫은데, 좀 더 보고 싶은데.
집 앞까지 데려다 주지도 못하고 길 위에서 헤어졌어요.
"잘 가, 안녕."
"응 그래 들어가"
그 아이가 뒤돌아 가는 모습 보는게 가슴이 너무 아파서 멀리 사라지는 것도 보지 못한채 뒤돌아 걸었어요.
돌아서 가는 모습에 예전 헤어질 때 모습이 투영되는 것인지 너무 힘들어졌었어요.
어렵게 다시 마음먹고 그 아이에게 문자를 보내요.
"종종 연락하고 볼 수 있을까?"
사실은 자주연락하고 싶고, 다시 또 보고싶었어요.
"어쩌다 한번씩"
다행이에요. 정말 천만다행이에요.
이제 한번 봤으니 또 볼게 뭐 있냐. 대차게 차일 줄 알았거든요.
이것만으로도 날아갈 듯 좋았어요.
그 뒤로 이틀이 지났어요.
매 순간 생각이 나요.
하루에도 몇번씩 문자하고, 전화하고 싶어서 애꿎은 전화기만 만지작거려요. 정말 뼈를 깎는 고통을 참으며 참고있어요.
그 아이가 부담스러 할까봐요.
이제 실패하고 싶진 않아서요.
다시 좋은 날을 만들고 싶거든요.
그래서 내가 하고싶은대로 할 수가 없어요.
지금도 항상 그 아이 생각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