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3년이 지났네요.
2003년 도. 아재분들이시면 태풍 매미 기억하실 겁니다.
남부지방을 강타 했었거든요.
그것도 추석 당일날.
<멘붕이라 음슴체>
그해 5월에 군 전역하고, 집에서 딩가딩가 노는중에, 우연하게 추석당일날 고향 안가는 친구들끼리 만나자고 약속이 잡혔음.
참고로 우리집은 울산. 그당시 내가 친구들 만나던 곳은 울산구시내 쥬리원백화점 근처였음.
추석당일 손님들 태풍온다고 빨리 다녀가시고, 집 치우고, 부모님껜 친구들 만나러 시내 나간다 하고 나왔음.
할일없는 남자들끼리 만나 술 한두잔 먹다보니 저녁임. 이제 돌아가자 하고 나왔는데, 길가에 사람이 아무도 없고 우산만 나뒹굼.
울집은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라 걸어가자 하고 조금 걷다가 편의점으로 피신함.
태어나서 바람때문에 날아가는 안경 붙잡아본건 이때가 처음임.
도저히 걸어서는 못가겠다 싶어서 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든 하자는 생각에.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 보는데, 버스가 안옴..
택시도 비상등 키고 손님 안태우고 막 그냥 감.. 바람은 점점 더 강해지고, 비도 미친듯이 퍼붇고..
택시비 3배로 준다고 손 흔들면서
"아저씨 중구청 중구청, 3배 3배" 이러고 소리치는 와중에
왠 아줌마가 옆에서 자기도 중구청 근처 산다고 말검.
아 예 그러고 무시하려는데, 대뜸..
"하나님을 믿으세요, 그럼 이정도 태풍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안믿는 사람이 많아서 하나님이 벌주시는 거랍니다."
이 ㅈㄹ 떰. 길가에 나무 쓰러져있고, 온갖게 다 날라다니는 판인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냥 무시하고 계속 손흔들면서 택시 겨우 겨우 한대 잡음. 그때까지 계속 옆에서 하나님이 어쩌고..미치는줄 알았음
내가 타니 따라 탈려 하길래. 한마디 해줌.
좋아하는 하나님한테 집에 대려다 주세요 라고 기도하라고.
혼자 문닫고 출발함.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지. 잠도 안오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