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온갖 이해관계로 엮여 있다. 그 복잡한 연결고리를 이해하기는 힘들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처음과 끝만을 보고 싶어 한다.
선동을 하기 위해선 결과만을 보여 주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흘린다. 군중은 자극적이고 단순한 이야기에 쉽게 홀리며, 자신은 장님이 아니라는 착각에 빠진다. 스스로 지식을 쌓았다고 느끼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알리며 만족감을 얻는다.
수습하려는 자는 언제나 소수의 깨어있는 ー복잡하고 방대한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알리려 하는ー 시민과 지식인들의 몫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길고 어려우며, 군중은 어려운 글을 읽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전달이 느리고,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야만이 수습이 가능하다. 몇 달, 혹은 몇 년, 심지어 몇 세대를 걸쳐서까지도 말이다.
그 사이에 선동을 주도한 자들은 군중들이 보아선 안 될 무언가를 은폐하고, 조용히 진행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적, 사회적 여유를 갖는다. 그 피해자는 언제나 군중이며, 논쟁의 대상 또한 군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