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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기이한 경험 썰.jpg
게시물ID : panic_882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월슨
추천 : 14
조회수 : 428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6/01 13: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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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부대 소개를 간단히하면, 
  
강원도 인제에서도 전방에 있는 비득고개라는 곳에 위치해 있는 K-9 부대다. 
비득고개는 6.25때 격전지중 하나로, 피의능선같은 유명한 몇몇 고개들 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간간히 유골 조각이 발견되고 있는 곳이다. 
육군 자주포 부대중에는 가장 전방에 위치한 부대로 자주포와 어울리지않는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있다. 
워낙 오래된 부대라서 막사도 엄청 낡았고, 부대도 차 다니는 메인 스트릿이 시멘트포장일뿐 
전부다 비포장 흙길에 잔디밭으로 되어있다.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엔 땅이 녹아 전투화 절반이상 푹푹빠지는 진흙이 몇달은 가고, 
부대가 분지형태로 되어있어 안개도 잘껴 봄가을 분위기가 항상 을씨년스러웠다. 
  
난 11년 늦여름 입대해서, 다음해 상병을 달면서 동기생활관을 실시해서 내무반 이동을 했다. 
K-9의 1개 포반은 포를 함께타는 조종수와 5명정도의 포수인원이 함께 생활했었다. 
나는 운이 좋은건지 5명밖에 없는 포반에 1명이 나랑 같은 동기군번이였다. 
하지만 3살위의 형이였고, 털도 아주 많고 키도작고 딱딱하게 생겨서 영락없는 남미 사람 같아서 동기 치곤 거리감이 있었다. 
온몸에 털이 아주많은 키작은 마이크로닷 이라면 좀 비슷할듯하다. 
동기생활관이 되며 그 동기와 근무를 자주 나가게됬고 
12년 가을쯤, '순찰' 이라는 개념의 근무를 그 동기와 나가게됬다. 
  
아마 다른 부대는 순찰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잘 모르는 분이 많을 것 같다. 
원래 우리 포대(중대)는 2개 초소를 항상 근무 나갔는데, 그중 하나인 21초소는 도깨비불 괴담이 돌아서 폐쇄되고 
그 대신 새벽에 2시간 간격으로 부대 한바퀴를 돌고오는 '순찰'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부대가 워낙 넓고, 분지형태로 되어있어서 부대를 둘러싼 철책은 지대가 높은 오르막이라 부대의 철책을따라 한바퀴 돌고오면 
2시간이 훨씬 더 걸리는 쉽지않은 근무였다. 
FM대로 돌면 아주 힘들지만, 보는 눈이 없없고 기존의 초병과는 다르게 둘만 나가서, 
둘이서 돌고 돌아오기때문에 빡센 선임과의 순찰이 아니면 대부분 여기저기 숨어서 농땡이를 많이 부렸다. 
상병쯤 짬을 먹고 동기와 나간 순찰이였기에 오늘도 어디서 시간을 떼우다 올까 생각하며 순찰을 나갔다. 
정확하게 새벽 1시 근무. 동기보다 보름정도 군번이 빨랐던 내가 사수로 근무편성 되었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불빛하나없는 세상도 생각보다 아주 밝다. 암적응이 끝나면 대부분 피아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부대특성상 사방에는 산밖에 없기때문에, 달빛은 더욱 밝았고 그날은 바로 보름달이 뜨는 날이였다. 
평소같으면 후레쉬에 의존하여 걸음을 디뎌내려올 길이였지만 날이 워낙 밝아 후레쉬를 생각조차도 하지않았다. 
  
연병장 위에 있는 막사에서 나와 그림에 그려진 내리막을따라 쭉 내려왔다. 아마 200m쯤 될 것 같았다. 
길이랄게 누런흙으로 사람들이 많이 다녀 다져진 흙길이고, 나머지는 모두 풀이 자라 있고의 차이일뿐이다. 
이 내리막을 모두 내려오면 좌측으로는 본부포대(중대) 수송부의 두돈반 차량들이 양쪽으로 쭉 늘어서있다. 
취침전, 동기와 오늘은 어디서 숨어서 시간을 보낼까 이야기를 하던 차에 
같은 생활관 본부동기가 수송부쪽에 짱박히기 아주 아늑한 곳이 있다고 추천해줬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이 떠올라 수송부쪽으로 발을 디딜려고 봤지만, 
양쪽으로 까마득하게 일직선으로 정렬해있는 두돈반을 보니 뭔가 맘이 내키지 않았다. 
이상하게 더욱 어두워보이고, 그냥 가기 싫은 기분이 들었다. 더군다나 평소 일과시간에 갈일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밤에 보니 평소보다 훨씬 낯선 느낌이였다. 그래서 결국 평소대로 수송부 건물 옆에있는 길을 따라 두르면 있는 
익숙한 우리 포대의 화포들이 늘어서있는 곳에 가서, 우리 화포(k-9)안에 가서 짱박혀있다 오기로 했다. 
간헐적으로 있던 순찰근무엔 항상 이런식으로 걸어내려와 화포에 짱박히는게 정석 코스였다. 

그리고 건물을 돌아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내리막길을 잠깐 주시했는데, 

뭔가 밝은기운 같은게 수송부에서 내리막쪽 길로 거슬러 올라가려고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분명히 수송부쪽에서 오는 것일텐데, 방금 우리가 주시하다 왔을땐 아무것도 없는 어둠이였었다. 
통합생활관이였기에 통제하는 당직사관은 한명이였고, 방금 근무투입신고하고 내려왔으니 아닐거고..

당직사령이 후레쉬들고 순찰도는건가..?
라는 판단을 찰나에 했다. 
어쨋건 나는 수하하려고 풀숲을 가로질러 그 길쪽으로 향했다. 
건물을 둘러서 우리가 있던쪽으로 와도 되지만 풀숲을 질러서도 그 길로 바로 갈수 있었다. 
근데 그건 후레쉬불빛이 아니란걸 본능적으로 인지했다. '불빛' 이란게 아니고 뭔가 어둡고 을씨년스런 밝은 '느낌' 이라고 해야되나. 
아무튼 그냥 밝은 느낌, 기분, 뭐 그런거였다...그렇게 이상하다라는 생각을 하며 사수였던 내가 몇발자국 앞서서 총을 겨누고 수하할 준비를 했다. 
내리막으로 2m쯤 접근해서 자체를 취하고있자, 곧이어 거수자가 나타났다. 
내가 느꼈던 밝은기운은 온대간데없고 군인 한명이 나타났다. 후레쉬따위는 들고있지 않았고 그 형체를 둘러싼건 우리와 마찬가지로 달빛뿐이였다

하의는 군복에 전투화를 신고있었다. 총은 안들고있는 것 같았다
난 곧장 "정지"라고 외치려고 했지만, 입에서는 "정...."밖에 말하지 못했다. 
'정지'라는 말이 채 끝나기전에 그 거수자는 이미 저만치 앞에 있었고 겨우 2-3초만에 200m가 넘는 내리막을 다 올라가서 
내리막끝부분에서 좌측으로 획 돌아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의는 분명히 눈으로 인지할수있었지만, 상의는 명확하지않았다. 
마치 스케치북에서 어린 아이가 연필로 자기의 망친그림을 스크래치하듯 슥슥그어서 지워버린거처럼 
상체의 이미지는 스크래치하듯 어둠속에서 휩싸여서 불분명하고 흐릿한 느낌이였다. 

빠르게 뛰어가는 느낌이 아니라, 제스쳐는 평범하게 저벅저벅 걷는 모습인데 물흐르듯이 빨랐다. 
공항 무빙워크에서 걷는 느낌이라면 알까? 
컨베이어 벨트같은 그 무빙워크가 진행하는 방향대로 걸어가면 걷는 모습에 비해 아주 이동하는 속도가 빠른것, 

마치 그것과 아주 유사했다. 

불과 몇초사이에 벌어진 일이였다. 

금방 시야에서 사라진후, 몇초 벙쪄있다가 나도 모르게 허허허허 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음이 나왔던거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무서움은 없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는데, 털많은 마이크로닷 형님 눈에 공포심이 보였다. 평소에 워낙 겁없는 형이라 
그 사람 눈을보니 내가 그때부터 덜컥 겁이났다. 
당시 순찰에겐 무전기는 주어지지않았고, 우린 공포심에 막사앞 밝은 곳을 뱅뱅돌며 한시간정도를 떼우고 돌아가 당직사관에게 보고했다. 
당시 다른포대 행보관이던 당직사관은 우리의 보고를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않았고 우린 그거 외 엔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날 당직사령이 우리포 포반장이였기에, 지통실에 가서 이러한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니 
당시 부대에 아무런 유동병력없었고, 부대에 남아있던 간부도 없다며 이상하다고 니네가 헛것본걸수도있겠다는 말을 해줬다. 

반딧불 일수도 있겠다는 말을 들으니 더이상 우리는 할말이 없어져 지통실에서 내려왔다.


나는 그 일을 금방 잊었는데, 같이 근무나간 부사수 형은 그러기 힘들어보였다. 
내가 '나는 그게 이러이러한 형태로 보였다.'고 위에 묘사한것 처럼 먼저 이야기 해줘도 
그 사람은 절대 자기가 어떻게보고 어떻게 느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그냥 '어..', '맞다..그랬던거같다..'정도로 대꾸해줬다. 
내가 반장난 반농담으로 존나빠른놈이 우릴가지고 장난친거다고 웃어넘겨도, 
말을 꺼낼때마다 눈엔 공포가 있고 뭔가 숨기는 것 같았다. 궁금하긴 했지만 웬지 더 캐묻고싶진 않았다.

군생활 내내 같은 생활관을 쓰고, 일과도 같이한 유일한 사람인데 그 일이 있고 동기는 성격이 바뀌어 갔다.

축구와 운동하러 많이 같이 다니고 다른 동기들과도 잘 어울리는 성격이였는데, 사람이 점점 우울해보였다 
난 반농담삼아 밝은 분위기해서 위로해준다고 그때 이야기를 꺼내면

그냥 '나는 그일 때문에 좀 힘들다' 라고 나에게 몇번 일과하다가 말해준게 다였다. 

그때 일과 같은 꿈을 꾼다던가, 비슷한 악몽을 꾼다던가 가끔 그런다고. 절대 자세하게 말해주진 않았다.


그리고 그 형은 자긴 힘들어서 안되겠다고 홍천병원에 정신과관련해서 외진을 세번정도 다녀왔다. 
외진가려면 당연히 포대원들에게 이러 이러한걸로 다녀온다고 말해주는게 우리부대의 관례였길래, 

그날 일을 상세하게 말해주는 것 외에는 모든 이야기는 다 해줬다. 너무나도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우울해져버리니, 

왜 그런지 사유를 듣고 외진을 허가한 포대장만 이유를 알뿐 어느누구도 몰랐다. 

그렇게 외진을 몇번 다녀오며 밤에는 '순찰'근무를 나가지 않았고, 초병이나 불침번만 간간히 나가다가 
밤에 악몽을 꾸는 증세가 심해져 그것마저도 안나가게됬다. 그 튼튼해보이던 사람이 소리지르면서 깬다거나, 밤에 잠못자는 모습을 보니 
내가 좀 맘이 안좋았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게 가끔 미안해질 정도로. 

그렇게 두달쯤 고생하더니 마침 행정병에 자리가 비어서 포대장이 행정병으로 빼 버렸다. 
행정병이면 밤에 근무 안나간다는 이유도 있었고, 뭐 포대장에게는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전부다 한 것 같았다. 

군번이 꼬여 나와함께 상병때까지 막내생활을 하다가, 포반에 신병이 줄줄이 3명이나 들어와서 지시만할뿐 하는것도 없고, 

일과가 아주 편해졌는데 가버리니 나로써는 동정심만 더 들었다. 하지만 전역할 때까지 밝은 모습을 보진못했고 항상 좀 우울하고 지쳐있는 모습을 보다가 나는 전역했다. 당시 함께 1년남짓 동기생활관은 쓰던 다른 포대 동기들 모두 전역한지 3년이 넘은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지만, 유일하게 그 형은 연락 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아무리 그 형체를 생각해보려고해도 하체만 너무 뚜렷하게 떠오를뿐, 스크래치로 기억속에서 묘사된 상체는 기억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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