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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게시물ID : panic_882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육지에사는어부
추천 : 5
조회수 : 8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01 00: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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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25여 년 전 아버지로부터 듣게 된 아버지의 친구 분의 이야기입니다. 실화이나 일부 각색을 하였습니다. 아버지 입장에서 각색해서 풀어봅니다. 참고로 문학고자라 글재주가 없습니다.
 

아침에 출근하여 가게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가게를 하는 김형이 아침 일찍 어디를 다녀오는 모양새로 지나쳐갔다. 가게와 살림집이 붙어있기에 아침엔 보통 가게에 있는데, 새벽부터 어디를 다녀오는 일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라 인사겸 어디를 다녀오는지 물었다.
헬쓱한 얼굴로 친구 놈들에게 욕을 한바가지 먹고 파출소에 가서 진술서를 쓰고 왔노라고 말하며, 담배 한 개비를 물기에.....뭔가 일이 났구나! 직감했다. 평소 워낙 막역하여 감추는 일이 없고, 그럴 사람도 아니기에 무슨 일인지 담배 한 개비를 다 태울 때 까지 기다렸다가 물었더니 어제 밤 친구들과 낚시를 갔던 게 화근 이라는 거였다.
 

밤낚시랑 파출소가 언뜻 연결되지 않았다. 어디 낚시 금지 구역에라도 들어갔다 걸렸는지...
 

그도 그럴 것이 근처에 댐이 있고, 댐은 수자원보호구역으로 묶여 낚시가 금지된 곳이 많으니 밤에 몰래 들어갔다가 동네 주민이던 순찰을 돌던 감시원이던 발각이 되어 욕지거리 먹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헌데 행색은 낚시를 다녀온 행색이 아니라 집에서 자다가 불려나갔는지 잠옷 바람에 대충 겉옷만 걸친 행색이라 더더욱 의문이 들어 하던 청소도 마다하고 마저 들어보려 채근하려는데, 남편이 자다가 형사들이 찾아와 불려나가 불안해하던 제수씨가 가게 밖에 나왔다가 남편을 보곤 들어와 아침부터 해결해라는 말에 이따 마저 이야기 해준다고 하고 부인에게 이끌려 자기 가게로 들어가 버렸다.
 

하던 청소를 마저 끝내고 김형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아침식사를 마쳤는지 한 시간쯤 뒤에 김형이 옆 가게에서 나와 내가게 로 들어와 커피나 한잔 타달라며 채근한다. 평소 겁이 없는 성격이라 무언가에 당황한 행동이 평소와 달랐다.
 

어젯밤 친구 둘이 찾아와 밤낚시를 가자고 보채는 통에 예정에도 없이 낚시를 갔다는 거였다. 갑자기 준비 없이 도착해서 미끼를 끼워 낚싯대를 드리우고 나니 뭔가 없는 것들 투성이었다는거였다. 밤이 점점 깊어져 10시경이 됐을 무렵 담배도 부족할 듯싶고, 소주도 몇 병 더 필요할 듯싶어 같이 간 친구들 중 한명이 근처 점방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사오기로 했는데, 마침 친구 둘 다 간다고 해서 그러라고 보냈다는 거였다. 겁이 없어 혼자 있는 것에 무서움도 없거니와 평소 이 근처는 잘 아는 터라 둘 다 다녀오라고 하고 호젓하게 낚시나 하자는 요량으로 그랬다고 했다.
한참을 혼자 낚시를 하는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친구들은 아직 돌아올 기미가 없는데, 찌 끝에 단 캐미가 요동을 치더니 이내 큰놈이 걸렸는지 금세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 보이질 않는다 했다. 올 커니 간만에 대물을 낚는구나.....
 

있는 힘껏 잡아당겼더니 판자가 딸려나오길래 낚싯줄이 끈어질까해서 주변에 긴 막대기를 주어다 그 판자를 뭍쪽으로 당겼다고 했다. 판자가 딸려오는데, 뭔가 이상해서 후레쉬로 비췄는데, 판자 끝에 사람손같은게 매달려 있어서....순간 당황했다가 그래도 그게 손인지 아닌지는 가까이서 봐야겠다 싶어 더 당기려 했는데, 무언가에 걸렸는지 잘 안당겨 오더라고 했다.
 

그 당시엔 친구들이 없다는 생각도 못했고, 혼자 인적 없는 호숫가에 홀로 뭔지도 모를 이것을 확인하지 말아 야겠다는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취기가 올랐는지 호기심인지 저게 뭔지 확인해 보고 싶다는 생각만....
 

한참을 씨름한 끝에 물가로 판자를 끌어다 대보니 시체가 판자에 묶인 채로 둥둥 떠다닌 거였다는데, 원래 무언가에 묶여있다 풀렸는지 한참을 물속에 있다 나온 모양으로 퉁퉁 불어 있더라는 거였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한밤중에 호숫가에서 익사한 시체라니...그것도 혼자...그 관경을 고스란히 봤으니 얼마나 놀랄 일이란 말인가....
 

 

술에 취한 탓도 있고, 너무 놀라 신고를 해야겠다는 이성적인 판단을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도망쳐야겠다 싶어 낚싯대고 뭐고 다 내팽게치고 부랴부랴 차를 몰고 산길을 내달려 새벽에 집에 들어오니 맥이 풀려 그대로 잠이 들었다는 거였다.
 

여기서 부터가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문제는 담배랑 소주를 사러나갔던 친구들에게 발생했단다. 한참 만에 돌아와보니 낚싯대는 그대로인데 김형은 온데간데없고, 김형을 찾기 위해 후레쉬로 여기저기를 살피는데 물가에 판자하나가 떠있는데, 거기에 사람이 하나 묶여 둥둥 떠다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거였다. 그게 혼자 두고 간 김형이라고 생각해서 기절초풍할 일이 발생한 거라 소리도 안 나왔다고 했다. 후들거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가장 가까운 파출소에 가서 자초지정을 설명하니 듣는 이도 말하는 이도 이 기막힌 상황에 아연실색하였다고 했다. 한가한 시골 파출소에서 이런 일이 가당이나 한일인가.....친구들은 김형이 죽었다고 울며불며 매달리고 당직을 서던 파출소 순경들과 함께 현장에 도착 시신을 수습하게 되는데, 김형이 아니더란다.
 

동이터오르고 순경들하고 있다 보니 머리가 이성적으로 돌아가더란다. 김형이 몰고 온 차는 없었고, 저 익사체는 김형이 아니면, 김형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친구들하고 순경 일부랑 새벽에 김형 가게를 들이닥쳐 보니 잠만 잘 자고 있더란다.
 

익사체의 상태로 보아 변사사건이고, 오래전에 죽었다면 최초 목격자일터, 자다말고 그길로 파출소로 불려나와 진술서 작성하고 오는 길이라고......
 

 

 

 

P.S : 한적한 시골 동네이고, 당시 연락할 마땅한 수단은 공중전화뿐 그것도 시내로 나가야 하기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듯싶습니다. 그 김형(옆집 아저씨)네 식구들하고 근처 계곡으로도 같이 놀러 가기도 했었지요. 겁이 없는 분이란 건 겪어봐서 잘 압니다만,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알았습니다.
 

참고로 그 댐은 대청댐입니다. 대청댐 상류는 보은, 옥천, 영동이라 저도 몇 번 따라갔었더랬지요. 오지 중에 오지입니다. 지금은 그래도 버스도 들어가는 거 같은데, 당시엔 1.5톤 트럭을 타고 비포장 길을 들어갔었습니다. 저도 몇번 따라갔었지요. 매번 달랐지만 근처입니다. 사람별로 없고 잘 안보이고...
 

당시 들리는 소문엔 잠수사들이 들어가서 변사체를 몇 구를 찾았다느니 했었습니다.
 

그러고 며칠간 형사들이 찾아와 이것저것 물어보고 가는데, 혐의 없고 알리바이 확실하니 진술서를 작성한데로 최초 목격자로....또 친구들에겐 의리 없는 놈으로 찍혔어도 워낙 상황이 상황인지라 만날 때 마다 욕먹는 선에서 마무리 됐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 한 가지 변한 게 있습니다. 아버지는 옆집 아저씨랑 같이 낚시를 다니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당시 국민학생이던 저를 데리고 야밤에 여기저기 많이도 가셨었는데, 그 뒤로 점점 횟수가 줄더니 낚시를 접으셨습니다. 낚시터에서 한밤중에 끓여먹던 라면은 그렇게 추억속으로....
출처 내 뇌.....기억을 더듬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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