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 부터 그가 보인다.
그? 아니 어쩌면 그녀?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피곤함에 스쳐지나간 헛것 정도로만 여겼다.
잠을 못자서 혹은 기가 허해서 라는 변명 좋잖아?
누구가봐도 이상하지 않을 핑계...
처음부터 직감적으로 봐서는 안되는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외면하고 무시하려 했다.
내가 그들을 본다는 걸 누군가 알아서 좋을건 없으니까.
어쩌다 한번 흐릿하게 나타나던, 스치기 좋은의 정도가 이제는 빈번하게
아니, 어느순간부터 늘 곁에 있다.
하지만 난 오늘도 철저히 무시하리라 마음먹고 애써 외면해 본다.
그러나 보이는 것에 대한 공포 그리고 막연한 불안감은 날 애워싼다.
하필 왜 오늘일까... 그들이 다시 나타난게...
애써 침착하려 하나 불안은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나를 지배한다.
아... 결국 전화가 울린다.
"선생님, 응급이에요! 빨리 오세요!"
전화를 받음과 동시에 다시 가운을 걸친다.
서둘러 병동으로 올라간다.
"5월 29일 저녁 8시 39분, ㅇㅇㅇ님 사망하셨습니다."
내 선언과 동시에 주위에서는 오열과 분노가 터진다.
이 순간만은 언제 겪어도 익숙하지 않다. 사후처치를 하는 간호사와 오열하는 보호자들을 지나쳐 나오니 그들이 사라졌다.
그들은 다시 나를 찾을것이다.
아마 이곳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